내 감정과 반응의 패턴 관찰하기

by 우이

평온한 상태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요한 마음에 돌 하나가 퐁당 던져진 순간 파동이 시작된다. 방어할 틈도 없이 무례한 사람에게 한 소리 들었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알 수 있는 내 안의 찌질한 감정들을 마주할 때,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울분이 쌓일 때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의 파도들이 요동을 친다. 분노, 우울, 불안과 같은 반갑지 않은 감정들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해 보니 거기에는 어떤 패턴이 있었다.


1.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힘을 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어떻게 해서든 이 감정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린 것처럼 마음 안의 어떤 센서가 작동하면서 빨리 이 감정의 불을 끄려고 달려든다. 처음엔 당황하다가 '얼른 이 감정을 해결해야 돼'라는 모드로 뭐라도 행동으로 옮긴다. 명상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을 배우고 훈련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자꾸 뭔가를 해서 이 감정을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2. 내가 반응하는 방식에는 패턴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내가 보이는 반응에는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일단은 이 감정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받으려는 대화를 시작한다. 남편에게,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 편이 되어 달라고! 를 괄호 안에 숨긴 채 여러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러고 나면 조금 해소가 되기도 한다. '내가 틀린 게 아니고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해'라는 내 주장에 누군가의 공감이 더해지면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 다른 반응은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감정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아, 이런 감정은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없어'라는 태도로 다른 해야 할 일에 몰두하자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인다. 혹은 적극적으로 내 주의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줄 수 있는 자극을 찾아 나선다. 거기에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끊임없이 재생되는 릴스 등 내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이런 반응 패턴을 보일 때 내 안에 어떤 부분이 건드려졌다는 것을 역으로 알게 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내고 나면 시원해질 때도 있기에 묵히지 않고 뱉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감정을 억누르고 모른 채 하는 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렇게 꾹꾹 누르고 외면한 채 방치된 감정들은 그대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쉽지 않지만 떠오르는 감정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꾸준히 명상을 통해 연습하는 이유이다.


toni-reed-BmwEhjQBmyU-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Toni Reed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를 통과하게 내버려 둔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감정들이 나를 찾아올 때 내가 노력하는 부분은,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나를 통과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저항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부산스럽게 행동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감정 안에 머물러 보는 것이다. 그럼 생각보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데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정에 압도돼버릴 것 같은 두려움,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공포. 하지만 가만히 머무를 때, 나를 괴롭히는 감정은 나를 해치지도 나를 무너뜨리지도 못한다는 것과 그 감정 또한 영원하지 않으며 결국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있어본다. 평소에는 들떠있던 감정들이 차분히 가라앉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분노하면 분노한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무엇이 나를 그렇게 반응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내 몸에서는 이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은 명상 공부가 되기도 한다. 결국 '나쁜' 감정이라는 건 없는 거 아닌가, 판단하기 좋아하는 마음이 그저 '나쁜 것과 좋은 것'으로 구별해 버린 것 아닌가, 나쁘고 좋음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이 있고 그것대로 느끼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내가 거부하고 싶어 하는 감정은 무엇이고 내가 보이는 반응에는 어떤 패턴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내가 불편해하는 감정이 또 날 찾아올 때, 놀라거나 손사래를 치는 대신 '또 왔구나, 이것 또한 영원하지 않지'라고 알아차리고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처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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