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심심한 일상 만들기

by 우이

최근 오대산자연명상마을로 명상 리트릿을 다녀왔다. 2박 3일간의 집중적인 묵언안거 수련이었기에 참가자들끼리 서로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연락 외에는 휴대폰 사용도 자제했다. 굳이 말을 하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으니 정말로 할 게 없었다. 오랜만에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박 3일간의 일정은 아주 단조로웠다. 일어나서 자유롭게 새벽 명상에 참여하고 아침을 먹고 오전 수행, 점심 식사, 오후 수행, 저녁 식사, 저녁 수행, 취침. 수련과 식사 사이 쉬는 시간이 넉넉해서 뭘 할까 하다가 숲길을 걷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그냥 멍하게 앉아 지나가는 구름을 한참 보고 있기도 했다.


온갖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단순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제대로 쉬는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언제 이렇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었더라 떠올려봤다. 당연히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는데 그게 거기 있었구나 싶었다. 서로 다른 풀벌레 소리, 생김새가 다른 곤충들을 구별해 보면서 맘껏 시간을 낭비했다.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얼마 전 울릉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급하게 주고받을 연락도 없고 울릉도의 자연이 너무 경이로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을 새도 없었다. 며칠 동안 휴대폰만 멀리했을 뿐인데도 삶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휴가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니 여느 때처럼 온갖 업무 연락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부지런히 오가며 금방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휴대폰 속 세상에는 어찌나 중요한 게 많은지 모르겠다. 누구는 부동산이 누구는 주식이, 또 어떤 이는 커리어가 또 어떤 사람은 피부관리가 중요하다고 종알거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남들은 다 이렇게 하고 있다고 불안감에 불을 붙인다. 의식할 새도 없이 마음이 조급해지고 뒤쳐지는 건 아닌지 초조해진다. 어느새 그럴싸해 보이는 것에 욕심이 생기고 누군가와 비교하는 마음이 드는 건 덤이다.


늘 뭔가를 찾아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며 휴대폰을 뒤적인다. 그 안에는 뒤쳐질까 봐 두려운 마음, 계속해서 자극을 추구하려는 욕구,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견딜 수 없는 불안 등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다. 명상 선생님은 끊임없이 자극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걸 두고 뜨내기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다.


자꾸만 두리번거리는 것 같을 때, 눈을 감고 크게 한번 숨을 고른다. 종종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단순하고 심심한 일상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뜨내기 같은 삶이 아니라 내 안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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