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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Jul 14. 2024

삶에서 명상이 힘을 발휘할 때

지난 2주 동안 가슴에 큰 바위 하나가 얹혀있는 것처럼 심적으로 힘든 기간을 보냈다. 지금도 폭풍의 중심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가볍게 동요했고 때로는 삶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내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것이 명상을 만나고 난 후 나타난 삶의 변화라고 느낀다.


고통에 저항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통의 순간, 이제는 거기에 맞서 저항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항은 지금 이 순간을 부정하고 반대로 있는 힘껏 힘을 주는 형태도 있지만 문제를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하는 회피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의 일을 겪으면서는 부정하거나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도, 우울하거나 분노가 차오르거나 하는 감정들도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거세게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고통을 더 가중시킨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저항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돌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똑바로 마주하고 어떻게 지혜롭게 반응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감정을 짓누르지 않고 그대로 바라본다.

슬픔이 올라오면 슬픔을,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감정 그대로를 느끼려고 했다. 이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그걸 통제하고 사라지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그럴 일도 아닌데”라고 부정하고 왜곡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또는 “지금 이런 감정에 동요되면 안 돼.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라고 하면서 감정을 외면하고 억눌렀다. 하지만 거센 감정은 제때 들여다보고 다루어주지 않으면 더 큰 파도가 되어 삶을 압도하는 때가 온다. 유예된 감정들이 삶을 덮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바라봐주었다.


일상을 유지하며 나를 돌볼 수 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그 와중에도 일상을 유지하며 나를 돌보기 위해 노력했다. 상황과 감정에 완전히 매몰되어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루틴을 지키고 즐거운 순간들은 그것대로 누렸다. 명상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과 마음을 차분히 하고 해야 할 일과 일정들을 정리하며 기능적인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나갔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산책을 나가고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는 운동도 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채워주었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해묵은 이 문제가, 내게 고통을 안겨주는 이 상황이 언제 어떻게 풀릴지 알 수 없지만 좌절스러운 마음보다는 고통과 함께하면서도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 이 시기를 건너가고 싶다.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고요하고 지혜롭게. 삶에서 명상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 지금 그 순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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