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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Sep 12. 2022

건축사진 찍기2

도봉구 평화문화진지

현대건축의 또 하나의 특징은 건축에 시간성을 담는 시도다. 단시간에 지어진 근대 건축들의 짧은 시간성에 염증을 느낀 승효상은 건축표면을 코르텐 스틸이라는 녹슨 철을 사용해 시간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녹슨 철이라는 재료 자체에 생성과 풍화의 순간을 담아 현대 물질문명의 타락을 꾸짖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다. 무표정하게 아무런 칠도 하지 않은 풍화한 철판이야말로 타락하지 않은 물질이었던 셈이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석 바닥과 벽에도 코르텐 스틸이 둘러쳐저 있다. 이는 그의 저항성과 순수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대통령 묘역사진(인터넷에서 캡처)


도봉구 끝자락에 위치한 평화문화진지는 많은 이야기가 교차하는 곳이다. 원래는 대전차방호시설이 있던 자리에 문화와 창조의 공간을 조성한 곳인데 조선시대에는 다락원이 있던 터다.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된 대전차 방호시설이 이야기와 시간을 담은 현재적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2014년 공간재생을 위한 시민추진단이 만들어져 민간과 행정기관이 함께 TF를 구성하고, 2016년 서울시, 도봉구, 관할 군부대가 협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시작했다. 분단의 상징이 평화와 문화를 주제로 재탄생한 의미를 담아 ‘평화문화진지’로 명명하고 2017년 10월 31일 개관식을 시작으로 현재 시민문화창작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축의 새로운 발상 중 하나가 랜드마크의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전환이다. 어찌보면 매우 도발적인 발상으로 실제 멀리서 보이는 높은 건물보다 가까이 보이는 길거리의 낮은 건물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정신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저다마 높은 랜드마크를 지으며 경쟁하던 도시가 보여주려던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랜드마크는 실상 경쟁사회가 지향하는 수직적 계층화의 산물이었던 셈인데 그 과정에서 희생되었던 협력과 평등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수평을 지향하는 건축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반문해본다.


서울은 인왕산과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높은 건물이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건물들이 자연과 산을 향한 시선을 가리고 있어 서울의 자연환경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도봉구는 도봉산과 북한산, 그리고 수락산으로 둘러싸여 매우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지만 서울의 자치구 중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곳이다. 유휴화한 공간을 개발하려는 유혹이 어찌 없었겠는가? 그러나 높은 건물이 아닌 시간성을 간직한 곳의 원형을 담으면서도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이를 추진한 도봉구민에게 감사하면서 사진에 담아본다.      

도봉구 평화문화진지내에 있는 평화울림터, 땅 속에 배치하여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낮게 건물을 배치해서 주변의 환경과 잘 어울린다. 도봉산이 시원스럽게 보일 정도로 사방으로의 시선이 막히지 않는다


정원이 잔디로 이루어져 다소 삭막한 느낌을 주지만 바로 옆에 숲이 우거진 창포원이 있어 통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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