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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

by 루비

Cover Image 출처: Freepik


앤은 인생의 큰 전환점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매튜 아저씨가 세상을 떠나고, 마릴라 아주머니마저 시력 저하로 더 이상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게 되었을 때, 앤은 퀸스 학교의 장학생 자리를 포기하고 에이번리에 남기로 결정하죠.


그 선택을 앤은 ‘희생’이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길모퉁이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그 말에서 앤의 회복 탄력성, 다시 말해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 얼마나 놀라운지 절로 느껴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자라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환경은 때로 좌절에 대한 면역력을 약하게 만들기도 해요.

부모님이 앞장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실패를 겪어볼 기회가 줄어들고, 그래서 작은 실수나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보호겠지만, 세상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기에 단단한 내면은 꼭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회성과 회복력이 자라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앤은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아이입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차례로 거친 집에서 학대를 겪으며 살아야 했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지요.

게다가 해먼드 부인의 쌍둥이들을 돌보던 경험은 훗날 다이애나의 동생 미니 메이의 후두염을 간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국, 고통 속에서도 삶의 자산이 되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앤이 보여준 것이죠.


저는 제가 만나는 어린이들도 앤처럼 자신만의 회복 탄력성을 키워가길 바랍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꺾이지 않고 버텨내는 강인한 식물처럼, 세상의 모진 바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길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미리 계획하고 예측하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형화된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기보다는, 좀 더 유기적이고 유연한 교육, 아이들이 실수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법,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법,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법을 익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야말로 앞으로의 사회를 밝히는 진짜 강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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