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은 필수다. 초등교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수업만’ 하는 직업이 아니다. 수업과 동시에 학생 평가, 긴급 공문 처리, 학부모 민원 대응, 상담 일지 기록, 다음 날 수업 준비, 교실 정리까지—그야말로 맥가이버칼처럼 만능이어야 한다.
교대생 사이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림이 하나 있다. ‘교대신’이라 불리는 이 그림엔 손에 물감, 악기, 책, 플로피디스크, 배구공을 들고 있고, 발로는 축구공을 차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실제 현장에 나오면 여기에 잡무 처리 능력과 기획력까지 더해진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처음엔 막막하더라도, 누구나 조금씩 능력을 갖춰가며 익숙해지는 법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다방면에 열려 있는 태도와 다양한 경험들이다.
예를 들어, 나는 고등학생 때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교원 정보 소양 인증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우연히 HTML 태그 문제가 나왔고, 나는 무척 수월하게 풀어냈다. 또 합창 관련 연수를 들었던 경험은, 이후 학교 합창 동아리를 맡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학급 수업, 음악 업무, 그리고 틈틈이 합창 지도까지 하며 정신없었지만, “선생님, 합창반만 하고 싶어요!” 하는 학생들의 말에 큰 보람을 느꼈다.
학교에서는 구성원 간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초임 시절엔 바쁘기도 했지만, 선배 교사들이 어려워 교실에 콕 박혀 있던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소통의 부재로 인해 오해가 생기거나, 업무 처리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이후에는 하루에 한두 번이라도 꼭 동학년 연구실이나 교무실에 얼굴을 비췄다. 말뿐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까지 전달되는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업무 처리도 한결 수월해지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교사는 아이들 앞에 서는 ‘스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에 소속된 공무원이다. 단지 교단에서의 역할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협업과 책임감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가정에서 우리는 자녀이자 부모, 아내이자 며느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듯, 학교에서도 교사이자 동료, 멘토이자 행정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초등교사는 팔색조 같은 존재다.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면, 더 따뜻하고 든든한 교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