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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19. 2022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정채봉 작가의 동화 <오세암>

  <오세암>은 성불한 5살 아이에 관한 전설을 모티프로 한 정채봉의 동화이다. 이 동화에서는 길손이와 감이라는 거지 남매가 등장한다. 감이는 맹인으로 누나고 길손이가 남동생이다. 고아 남매이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아름답다. 바닷가에서 만난 스님과 길손이와 감이 남매는 함께 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 길손이는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감이 누나를 절에 남겨두고 스님과 함께 암자에 들어간다. 잠시 식량을 구하러 간 스님이 폭설로 겨우내 발이 묶였는데, 봄이 되어 암자에 도착하니 길손이가 관세음보살을 만나 부처가 됐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동화는 길손이의 맑고 순수한 언행과 비극적 죽음이 대비되어 더욱더 생생하게 슬픔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삭발한 스님의 머리를 두고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점, ‘바람은 볼 수 없지만 바람의 손자국, 발자국은 보인다’고 말하는 점, ‘물초롱에 흰 구름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하는 점’ 등이 귀여운 다섯 살짜리 아이의 순수함을 엿보게 한다. 스님도 그렇게 느꼈는지 때마다 “고 녀석 참……”이라고 응답한다. 한편 길손이가 결국 부처가 됐다는 결말은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길손이는 장난기가 심해 절에 있을 당시 스님들에게 골칫덩어리이기도 했다. 결말에서 ‘스님들은 한때 길손이를 구박했던 자기들의 순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깊이 뉘우쳤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충분히 혼날 만한 일을 저지르긴 했다. 밤에 이불에 오줌 싸는 일, 날짐승 몰아와서 우당탕거리는 일, 법회 때 방귀를 뽕 소리 나게 뀌는 일, 불개미를 잡아와서 스님들의 바짓가랑이 속으로 들여보내는 일 등, 스님들 입장에서는 매우 화가 날 만하다. 그러나 5살짜리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적막한 산중 절에서 부모도 없이 앞 못 보는 누나와 목탁만 두드리는 스님들 사이에서 얼마나 심심했을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길손이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재미나게 꾸려나갔던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로울 권한이 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길손이가 스님들한테 꾸지람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성불을 한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의 기준’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면 화날 일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다. 그런데 이 동화처럼, 부처님의 마음으로, 또는 다른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길손이가 염원했던 마음으로 보는 것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에 눈을 뜨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오세암> 속 한 장면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어요. :)




영화 <오세암>

*수상내역

2004                  

49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애니메이션상)

2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그랑프리 - 장편부문)

2003                  

7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장편 - 심사위원 특별상, 장편 - 네티즌 초이스)



https://youtu.be/7H30qigLE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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