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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na Oct 26. 2019

소설쓰고 앉아있네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 l 초급편 (3)


소설 쓰고 앉아있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 나오는 말이지만, 나는 지금 정말로 소설을 쓰고 앉아 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웹소설 시장에 발을 들이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추천할 취미는 '나만의 소설쓰기'이다. 


소설을 쓴다고 하면 '무슨 소설이야 낯부끄럽게' 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소설쓰기.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몇 가지의 보고서를 쓰고 수십 건의 메일을 쓰는데, 글을 쓰는 것이 왜 부끄러울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소설 쓰기가 왜 부끄러운지부터 살펴보자.


내가 글을 너무 못쓰는 것 같아서

유치하고 오글거려서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워서



1. 내가 글을 너무 못 쓰는 것 같아서.
글에 자신이 없다면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다. 물론 취미랍시고 굳이 못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글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써보고는 싶은데 필력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일단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쓸 필요가 전혀 없다. 나 역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솔직히 잘쓴 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란 그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기 위한 하나의 취미일 뿐인 것이다. 그러다 운이 좋아 사람들의 눈에 띄고, 유명해지면 수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작성한 글은 누군가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좋다. 충분히 마음에 드는 글이 나왔을 때 세상에 내보여도 늦지 않다. 다만 상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써 보자. 그리고는 조금씩 다듬어 보는 것이다. 시작만 한다면 그 뒤를 이어가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특히나 하나의 소설을 완결했을때의 기쁨은 그 무엇보다 크다. 조회수가 오르고,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볼 때의 기분은 더더욱 기쁘다. 이런 즐거움을 모르고 살기에는 당신의 필력이 너무나도 아깝다. 




2. 유치하고 오글거려서.

웹소설, 하면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터넷 소설 또는 팬픽이 떠오르는가? 이모티콘을 남발하고, 개연성 없는 전개로 사람들의 웃음을 샀던 과거의 웹소설. 흔히들 '오글거린다'고 표현하는 소설들. 그런 소설을 내가 쓴다고 생각하니 너무 유치하고 애들이나 하는 짓 같다고 느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기억해 보라, 그 당시에 그 소설들은 '정말로' 인기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며 울고 웃었고, 그 결과 웹소설이 종이책으로도 출간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많은 사람이 보았다는 것은 곧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랬던 소설들이 비난 받기 시작한 것은 '오글거린다'는 말이 도입되면서부터였다.


한번 짚어보자.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면 오글거리는 것인가? 내가 상상한 것을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이면 오글거리는 것인가?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내 보이면 오글거리는 것인가? 내가 왜 소설쓰기가 오글거리는 일로 느껴지는 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 과정에서 논리적 허점이 보였다면 소설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인터넷에 퍼진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웹소설은 대사 위주로, 대사를 중심으로 서술해야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경우에도 그런 쓰기방식은 유치하게 느껴져 꺼리게 된다. 우린 취미고,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그냥 쓰고 싶은 방법대로 쓰자. 일단 쓰는 게 중요한 일 아니겠는가. 솔직히 1위, 2위하는 소설들을 살펴봐도 다 자기가 쓰고 싶은 방식대로 썼더라. 




3.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워서.

하지만 반대로 소설이라는 게 너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져서 쓰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고, 잘 모르는데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일만 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한편에 5천자씩 백편이상을 연재해야 한다니 까마득하고 막막하다. 그 마음, 다 안다.


앞서말했듯, 우리는 직장 내에서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길고 짧은 글을 작성한다. 소설쓰기 역시 보고서를 쓰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이미 소설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도, 소설도 처음에는 기획이 필요하다. 어떤 내용의 글을 얼마나 작성할지 말이다. 보고서를 쓸 때도 그렇지 않은가. 이 내용은 한 두장 정도로 간단하게만 정리하고, 이 내용을 좀 풀어서 써야겠다 등등... 소설 역시 이런 기획이 필요하다. 어떤 내용이 될지 전체 시놉시스를 정리해 보고, 각각의 내용이 몇 천자가 되면 좋을지 분배해 준다. 최종 목표는 일반적인 책 한 권 분량인 15만자를 목표로 해 보자. 100편이 넘어가야 하는 연재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완결하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15만자의 소설이 완결만 된다면 이 소설을 공모전에 내 봐도 좋고, 출판사에 투고해 보아도 좋다. 가장 중요한 건, 완결을 해보는 경험이다. 그 경험을 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 나서서 글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덧붙여, 회사 생활을 하면서 메일 커뮤니케이션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글을 잘 쓰는 편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니 걱정말고 처음은 가볍게 하루에 한시간씩만 글을 써보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잠시나마 회사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될 것이다.




이처럼 소설을 쓰는데 걸림돌이 되는 생각들이 많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소설로 성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지만 말이다. 혼자서 끄적이기만 해도 좋고, 어딘가에 올려 반응을 보아도 좋다. 내가 살고 있는 생활 반경을 소재로 삼아 글을 써 보아도 좋다. 내 첫 소설의 첫문단만 해도 거의 회사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주변 환경에서 소설의 실마리를 얻자


주변 인물들에게서 캐릭터를 따오고, 실제로 겪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녹여서 써 보자. 아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다. 상황을 구성하고, 묘사하면서 집중하다보면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어느새 잊은 지 오래일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소설을 쓰다 어느날, 좋은 기회를 만나 성공하면 더 좋은 일 아닐까?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아래 문장을 시작으로 그 뒤에 어떤 내용이 올지를 상상해서 글을 써보자. 바로 이렇게 말이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정말 평범한 날이었다."




직장인 취미 가이드북ㅣ초급편 (3) 나만의 소설쓰기


난이도 ★★☆☆☆

취미비용 : 0원 (전기세 제외)

소요시간 : 하루 60분

취미 TIP :  매일 웹소설쓰기 등 웹소설과 관련된 책도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그외에도 101 클래스, 탈잉 등 다양한 채널에서 진행중인 웹소설 쓰기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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