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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여행자 Nov 17. 2019

우리가 도서관의 ‘사소한’ 역사를 쓰는 이유

들어가며

먼저 저희 소개부터 드리자면 한 사람은 ‘도서관 사서’로 일했고, 한 사람은 ‘도서관 이용자’로 지냈다. 하이텔 열린도서관(OLIB)이라는 사이버 도서관(?)을 통해 만나 결혼했고, 도서관과 책동네를 기웃거리며 살았다. 


‘책밥’을 먹으며 살다 보니 도서관 여행 역시 좋아하는데, 그렇게 둘러본 국내외 도서관이 줄잡아 400곳을 넘겼다. 도서관 여행을 다니고 도서관에 대해 들여다보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의문’도 생겼다. 


질문의 시작, ‘우리 도서관은 왜?


우리 도서관은 왜 이렇게 비슷비슷할까. 칸막이 열람실은 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을까. 도서관은 왜 식민 시대를 청산하지 못했을까. 도서관은 왜 ‘산’으로 갔을까. 도서관은 왜 정치∙사회 문제와 거리를 두는 걸까. 도서관인은 왜 오랫동안 ‘시국 선언’을 하지 않았을까. 보수적으로 보이는 사서 집단의 정치적 성향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이런 사서 집단의 정치적 성향은 도서관 장서와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열악하고 산적한 문제가 많음에도 사서를 비롯한 도서관인이 ‘조직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과 전승을 다루는 도서관은 왜 자신의 기록과 역사를 챙기지 않을까. 자신의 역사를 챙기지 않는 도서관과 사서는 다른 분야 문헌은 제대로 챙기고 있을까. 문헌정보학 강단은 왜 도서관 역사와 철학을 점점 가르치지 않을까. 문헌정보학 현장은 왜 도서관 현안에 대해 싸우지 않는 유약한 사서를 길러내는 걸까. 도서관이 ‘민주주의의 보루’라면서 최전선인 ‘보루’를 지키는 사서는 왜 ‘투사’가 아닌 ‘방관자’처럼 행동하는 걸까.


하나하나 질문을 쌓으면서 도서관 여행을 이어가다가 도서관도 사서도 관심 갖지 않아 묻히고 버려진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만난 도서관의 ‘사소한 이야기’를 글로 ‘함께 쓰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다. 


우리가 다룬 도서관 면면을 보면 우리 도서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도서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도서관도 있다. 맞다. 우리는 도서관사에서 중요성은 떨어지더라도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 국면과 함께 한 도서관 이야기를 쓰고 있다. 우리 역사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던 도서관을 찾아 그 이야기를 쓰자는 게 우리 의도다. 


‘오늘의 도서관’을 만든 ‘어제의 도서관’ 흔적 찾기


우리가 쓰는 글은 도서관에 대한 이론이나 전문적 견해를 피력하는 글이 아니다. 그럴 깜냥도 아니고 글 쓰는 목적도 그렇지 않다. 도서관에 자주 안 가거나 도서관에 관심 없는 분에게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 우리 글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해외 도서관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 도서관을 구경 다니고 해외 도서관 소개한 책을 열심히 읽지만, 그럴수록 ‘우리 도서관은 왜?’라는 질문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의, 우리 도서관’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간적으로 이 땅의 도서관에 천착하면서 시간적으로는 ‘우리 시대’에 머물지 않고 우리 시대 도서관을 만든 ‘역사’를 찾아 나섰다. ‘오늘의 도서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어제의 도서관’ 흔적 찾기를 시작한 것이다. 


‘오늘의 도서관’은 ‘어제의 도서관’이 하루하루 쌓인 결과다. ‘어제의 도서관’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대한제국부터 대한민국까지 이 땅에 명멸했던 도서관을 찾아 다녔다. 가끔은 도서관이 사라진 ‘폐도서관지’에 서서, 그 자리에 있던 도서관을 상상하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려고 했다. 때론 우리 역사와 교차하는 지점의 중심 또는 변방에 서있던 도서관 이야기를 접하며 흥분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도서관 여행과 함께 도서관조차 제대로 남겨두지 않은 ‘흔적’을 찾아 책과 자료를 뒤지고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도서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점점이 흩어진 ‘이야기’를 모아 도서관에 서린 ‘역사’를 선으로 이어보자는 생각한 것이다. ‘역사 속 도서관’과 ‘도서관 속 역사’ 이야기를 써보자는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는 그렇게 시작했다.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라 가능하면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참고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역시 자료를 찾고 빌리는 과정이다. 하나의 도서관을 쓸 때마다 적게는 20여 권, 많게는 50여 권에 이르는 책과 논문을 ‘뒤지는’ 과정을 거치는데, 자료가 여러 도서관에 흩어진 경우가 많아 자료를 찾고 취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도서관이 자신의 역사와 기록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고 해당 도서관의 역사에 정통한 이도 만나기 쉽지 않다. 도서관 역사를 다룬 문헌이 흔치 않아 많은 자료에 조금씩 흩어져 있는 도서관 이야기를 ‘캐내는’ 과정이 어렵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인 사실을 어떤 관점으로 정리할 것인가도 수월치 않다. 능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도서관을 답사하고, 자료를 찾아 모으고, 쓰는 과정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도서관, 뜨거운 역사의 현장이자 무대


도서관은 탈정치적인 공간으로 보이지만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자 뜨거운 역사의 현장이고 무대다. ‘오늘의 도서관’은 당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사서를 비롯한 도서관인이 응전한 결과다. ‘오늘의 도서관’이 지닌 빛나는 모습은 과거 도서관인이 ‘어제의 도서관’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얻은 성과의 축적일 것이며, 반대로 문제와 모순은 과거 도서관인이 외면했거나 해결하지 못한 현실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혹자는 고리타분한 ‘도서관의 과거’에 왜 집착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우리도 도서관의 과거만큼 현재와 미래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왔던 길’[과거]을 모르고 어찌 ‘선 자리’[현재]를 알 것이며 어떻게 ‘갈 길’[미래]을 밝힐 수 있을까. 우리가 ‘도서관의 사소한 역사’에 관심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서관의 친일과 문헌정보학의 식민지성 같은 도서관인이 보기에 불편하고 거북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문헌정보학 전문가나 도서관 덕후가 보기에 어설프고 부족한 점 많겠지만 사서와 이용자가 함께 쓰는 ‘무모한 도서관 여행기’에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무식해서 용감한 부부의 도서관 ‘여행기’이자 ‘방랑기’를 앞으로도 많이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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