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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30. 2024

ep.05 : 댓글

'아니 정말 내 영상을 1만 명이 봤다고?'


재민은 알고리즘을 탄 첫 영상의 조회수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알고리즘을 잘 탔다고 해도 첫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이 좋아요가 잘 나올리는 없었다. 1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조회수에 비해 좋아요는 50개 남짓이었다. 아무래도 릴스에 이런 영상이 유행하지 않으니 좋아요 숫자가 많이 나올 리 없었다. 그래서 재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성공적인 시작이고 앞으로 꾸준히 숏폼 영상을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 틱톡에도 올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재민 : 진짜입니다. 첫 영상이 조회수가 1만이 터졌어요. 진짜 믿기지가 않아요.


용 과장 : 재민 씨 축하해요!! 안 그래도 나도 어제 자기 전에 돌리다가 봤거든. 완전 알고리즘을 탄 것 같은데요?


재민 : 진짜 저 잘 될 건가 봐요ㅜㅜ. 이제 앞으로 영상 꾸준히 올리면서 팔로워수 늘리려고요.


용 과장 : 꾸준히 하면 목표하는 팔로워 1만도 가능할 거예요ㅎㅎ. 응원합니다! 퇴사하자마자 좋은 일이 있어서 기쁘군요. 저는 언제쯤 퇴사할 수 있을런지......


재민 : 과장님도 사진 인스타그램 잘 운영하시고 계시잖아요ㅎㅎ. 일단 저도 그만큼 키워보는 게 목표입니다.


용 과장 : 허허. 감사합니다. 재민 씨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이제 퇴사도 했으니 ㅋㅋ


재민 : 진짜 열심히 해보려고요. 저 완전 자신 있습니다.



재민은 두 번째 영상을 찍기 전 자신에게 일어난 기쁜 일을 같은 팀이었던 용 과장과 나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만 급한 마음에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재민은 오늘도 영상을 찍는다. 아침에는 바질 페스토 치킨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집 앞 마트에서 재료를 사 왔고 돌아와 요리 영상을 찍는다. 모든 요리 과정과 사진, 시식 리액션 영상까지 촬영을 마치면 점심 식사로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는다.


 그리고 후식으로 드립커피를 내린다. 드립커피를 마시며 숏폼 영상에 덧입힐 대사의 대본을 짜고 녹음을 한다. 두 번째 영상이라고 벌써 말을 더듬는 실수를 고쳤다. 재민은 노력도 잘 하지만 새로운 일을 놀랍도록 빠르게 습득한다. 그리고 해가 기울기 전에 편집 시작 한다. 영상을 대사와 맞게 싱크를 맞추고 어색한 부분들과 쓸데없는 공백 부분을 편집한다. 아직은 편집이 능숙하지 않지만 이것도 금방 해결될 것이다. 습득능력이 빠르다는 것은 재민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편집을 마치면, 저녁 6시 직장인의 퇴근시간에 맞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에 영상을 올린다.



*



재민은 숏폼을 매일 만들며 2주를 꽉 채워 보냈다. 첫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알고리즘을 타 1만 조회수를 찍었고, 두 번째 영상도 운이 좋게 조회수 5천을 찍었다. 세 번째 영상은 조회수 3.5천, 네 번째 영상은 조회수 2.3천, 다섯 번째 영상은 8백....... 점점 줄어드는 조회수를 보며 재민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건가. 영 반응이 시원찮네. 그러나! 첫 시작도 좋았고, 꾸준히 하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어떻게 처음부터 성공 궤도에 올라가겠어? 그럼 기막힌 서사가 쓰이지 않지. 조바심 내지 말고 꾸준히 하자. 꾸준히.'


2주 차에는 다시 조회수 7천 뷰를 찍었으나 엊그제는 조회수 5백을 찍기도 했다. 이건 인스타그램 사정이었고 틱톡과 유튜브는 더 심각했다. 틱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회수가 다섯 뷰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 가끔은 또 1천 뷰를 찍기도 했다. 재민은 틱톡 특유의 이상한 알고리즘인가 했지만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쉐도우 밴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틱톡 계정에 쉐도우 밴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기엔 어떤 영상은 조회수가 잘 나오기도 했다.


유튜브는 생각보다 미적지근했다. 조회수는 꾸준히 100 이상씩 나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댓글도, 좋아요도 10개 이상 받지 못했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에서만 기본 500 뷰 넘는 조회수가 나오고 좋아요도 30개 이상 받는다. 재민은 이렇게라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려 협찬, 광고 등의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집중하기로 마음먹는다.



인스타그램은 들쭉날쭉한 조회수에 비례하면 팔로워 숫자는 안정적으로 늘고 있다. 물론 첫 일주일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팔로워 500명을 금방 모았다. 그 후 그 속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며칠 안이면 이제 팔로워 1천을 만들 수 있어 보인다. 팔로워 1천만 모아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유독 재민의 영상에는 좋아요와 코멘트가 달리지 않았다. 종종 '맞팔해 주세요~'나 '응원해~' 같은 광고 댓글, 지인의 댓글 외에는 딱히 반응이 없었다. 좋아요는 더 심각했다. 조회수가 5천 뷰가 넘어도 좋아요는 절대 100개를 넘지 못했다. 재민은 이런 상황을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다. 다른 릴스는 일단 조회수가 많으면 관심을 받는데, 자신의 콘텐츠는 무엇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걸까? 왜 나에게 인스타그램이 성공하라고 알고리즘 운을 태워주고 있는데 나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걸까? 재민은 고민이 많았다. 콘텐츠를 더 좋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생각해 계속해서 영상을 더 이쁘게, 대본을 더 유익하게 썼다.



*



어느덧 재민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매일 한 개씩 한 달째 올리고 있다. 재민은 이제 영상 찍는 것도, 편집도 능숙해졌으며 인스타그램 생태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재민의 계정에 영상이 어느덧 서른 개 넘게 올라가자 조금씩 재민의 콘텐츠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이게 꾸준함의 결과물인가? 재민은 너무 나도 달콤한 사람들의 관심에 매일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팔로워도 꾸준히 올라 3천에 가까웠고 좋아요도 웬만하면 100개를 넘는다.


팔로워가 1천이 넘었을 때 재민은 인스타그램 협찬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민의 영상에는 아직까지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달리는 몇몇 댓글은 재민의 인스타그램 맞팔과 활동을 통해 ㅡ 이런 걸 물꼬를 튼다고 한다 ㅡ 달리는 칭찬 댓글이었고, 나머지는 계정 링크를 걸어두는 댓글이거나 짧게 'ㅋㅋㅋㅋㅋ' 같은 희한한 댓글만 달렸다. 팔로워 1천 명을 보유한 마이크로인플루언서로 수익을 창출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였다.


그래도 재민은 걱정하지 않았다. 재민이 믿는 세상은 절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3개월만 해도 팔로우 1만은 모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그 계획 속에는 언젠가 다시 탈 쓰나미 같이 거대한 알고리즘 파도도 있다. 재민은 노력하는 자신에게 그런 운은 당연히 찾아올 거라 믿었다. 세상은 노력하는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




*



띵-!

znfQkdxlwl

아 XXㅋㅋㅋ 이거 뭐야 완전 따라한 게 표절이네 ㅋㅋㅋㅋㅋ 진짜 요즘 다들 숏폼 만든다고 난리더만 이렇게 따라 하면 어뜩하냐 ㅋㅋㅋㅋ 개 웃기네 ㅋㅋㅋㅋ


띵-!

jennefferry

와 진짜 양심 없네 표절 겁나 심하다 그냥 계정 내리세요~


띵-!

porter04

댓글 잘 안다는데 솔직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음. 처음에는 조금 비슷한 줄 알았는데 이번 꺼는 완전 내용이 똑같음.



자고 있는 재민의 머리맡 핸드폰이 진동 없이 화면만 꺼졌다 켰다 알림이 온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민은 요리 영상을 촬영하는 꿈을 꾸며 코를 곤다. 재민은 세상모르게 평온한데, 재민의 인스타그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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