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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l 08. 2024

ep.06 : 표절의혹

재민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와! 뭐야 간밤에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렸어? 대박.. 대박...!'


댓글이 32개가 달렸다는 알림이었다. 흐린시야였지만 32개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터졌구나! 기쁜마음으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잠시 정신을 깨려고 빠르게 세수를 하고 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곧바로 핸드폰 알림을 다시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즐거워 보이던 재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댓글을 자세히 본 재민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znfQkdxlwl

아XXㅋㅋㅋ 이거 뭐야 완전 따라한게 표절이네 ㅋㅋㅋㅋㅋ 진짜 요즘 다들 숏폼만든다고 난리더만 이렇게 따라하면 어뜩하냐 ㅋ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


jennefferry

와 진짜 양심없네 표절 겁나 심하다 그냥 계정 내리세요~


porter04

댓글 잘 안다는데 솔직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음. 처음에는 조금 비슷한줄 알았는데 이번꺼는 완전 내용이 쿸빵티비랑 똑같음.




'내가 누굴 표절했다고? 쿸빵티비? 그게 누군데 다들 내가 표절했다고 하는거야?'


재민 재빠르게 핸드폰에서 브라우저를 켜 쿸빵티비를 검색했다. 첫 검색 결과로 뜨는 건 유튜브 채널이었다. 그것도 구독자 5만정도 되는 재민보다 6개월은 먼저 시작한 채널이었다. 재민은 그 많은 댓글들이 무엇을 표절했다고 말하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바로 채널로 들어갔다.


'숏츠... 숏츠... 다 숏츠 뿐이네....?'


쿸빵티비는 재민과 비슷하게 얼굴없이 요리하며 고민을 나누는 유튜브의 감성 요리 크리에이터였다. 채널에 올라온 숏츠는 재민의 인스타그램 릴스의 세 배는 가까이 되었고 조회수도, 좋아요도, 댓글도 훨씬 많았다. 그렇다치더라도 이미 세상에는 요리 크리에이터가 많고 내용이 겹치는 컨텐츠도 공공연하게 많이 올라오는 개인 컨텐츠의 세상이 아니던가. 유사성은 있어도 다른 사람이 만든건데 똑같으면 얼마나 똑같다고 표절이야기까지 나오는 걸까? 재민은 자신을 표절으로 몰아가는 댓글에 억울했다. 자신은 절대로 베끼지 않았는데, 다들 표절이라고 하는,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쿸빵티비 채널의 숏츠 하나를 틀었다.


"안녕하세요. 요리하는 쿸빵이 입니다. 오늘은 제가 점심으로 먹을 요리를 소개해드릴려고 해요. 제가 진짜 맛잘알 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정말 맛있는 요리를 들고왔습니다. 다들 자취하실때 해먹기 좋은 애호박 비빔밥이에요. 애호박 비빔밥을 만들면서 나눌 오늘의 주제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을 대처하는 법 입니다."


'뭐라고? 이렇게 똑같다고? 이 사람이 날 카피한거 아니야? 어떻게 컨셉이랑 말투, 요리 레시피랑 내가 일상에서 생각했던 고민들 이런 내용이 이정도로 비슷하지? 이건 진짜 내가 억울한거다. 나보다 팔로우도 많으면서 날 카피해? 이거 제대로 해명해야겠네'


재민은 쿸빵티비에 올라온 컨텐츠를 보고 얼굴도 마음속 화도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 그건 당혹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재민이 당황한 이유는 쿸빵티비가 자신을 카피한 영상을 올린 업로드 날짜때문이었다. 그 영상은 재민이 숏폼을 시작하기 2주전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내가 올리기도 전에 나랑 똑같은 컨텐츠를... 올렸다고...?'


재민은 이 상황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 보는 크리에이터가 자신과 똑같은, 거의 베낀 수준의 숏폼을 만들다니. 믿을 수 없는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재민이 자신이 창조했다고 생각하는 요리를 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포멧이 쿸빵티비에서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었다. 쿸빵티비의 숏폼 영상의 주제 대부분은 재민의 것과 달랐지만 그중 적어도 10개 정도는 재민이 다루었던 일상 고민의 내용이나 똑같은 요리가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점은 모두 재민보다 먼전 만든 컨텐츠라는 것이었다.


'이거...뭐야? 시간여행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날 이용해 먹은거야? 뭐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재민의 생각은 판타지같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고서야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재민은 맹세코 쿸빵티비를 참고한적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똑같은 포멧에, 똑같은 요리에, 똑같은 내용의, 비슷한 말투까지. 문제는 이미 재민이 어제 올린 컨텐츠에는 표절이라는 댓글들이 달렸고 재민의 유사 컨텐츠들은 업로드 날짜가 쿸빵티비 보다 나중이어서 해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들어가 자신의 다른 영상들도 보았다. 이미 여러명이 표절을 말하는 댓글을 달아놓았다.


'해명을 해야하나?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 건가?


아니지... 어차피 모든 영상이 똑같은건 아니고 우연으로 몇개 똑같은거니까 이러다가 말겠지...


내가 영상을 더 만들수록 비슷한건 적어질 거고


내가 나만의 것을 보여주면 사람들도 표절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냥 나는 나대로 꾸준히하자... 흔들리지말자'




*



재민은 아침부터 기분이 찜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영상을 만들었다. 쿸빵티비 채널은 신경쓰지 않고 컨텐츠를 계속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베끼지 않았는데 그것도 표절이 될 수 있나?


오히려 쿸빵티비를 의식하면서 컨텐츠가 겹치지 않게 해야하는건가? 아닌가?'


하지만 재민은 자신이 꾸준히 하려면 쿸빵티비는 신경쓰지 않고, 아니 오히려 절대 보지 말고 자신의 것을 구축해야한다고 믿었다.


'그래. 우연으로 몇개 겹친거였는데 앞으로도 또 그러겠어?


신경쓰지 말자... 그냥 나는 내꺼하고 하는거지.'


그렇게 재민은 또 일주일을 보냈다. 7개의 영상을 올렸고 표절에 대한 댓글도 달리지 않았다. 오히려 몇 개의 영상에는 컨텐츠가 유익하고 재밌다는 댓글도 한 두개가 달렸다. 표절의혹은 잠시 지나가는 헤프닝이 있었던 것이다. 이전과 같이 천천히 팔로우 수가 늘고 있고, 좋아요도 꾸준하게 100개 이상씩 나왔다. 바이럴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표절의혹이나 컨텐츠를 폄하하는 댓글은 없었다. 재민은 다시 안도했다. 역시나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해야한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





띠링 - !

재민의 핸드폰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재민님. 저는 유튜브에서 쿸빵티비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쿸빵입니다. 먼저 저희 구독자들 제보로 재민님께서 인스타그램에 저의 콘텐츠를 카피해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객관적인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재민님의 인스타그램 릴스를 하나 하나 꼼꼼이 시청하게되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컨텐츠는 아니었지만 몇 개의 릴스 영상에서 포멧, 메시지, 브랜딩, 컨텐츠 내용이 유사하거나 카피했다고 판단되는 영상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틀전에 올리신 '리코타 치즈 크림 새우 커리'요리와 그 컨텐츠 고민 내용이 저와 일치한것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일주일 전에 올린 유튜브 숏츠 영상과 너무 유사해서요. 같은 크리에이터로써 이러시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중히 재민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없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정중히 이야기해드리는 것입니다. 추후 아무런 조치가 없으실 경우에는 법적인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계정을 삭제해 주세요."



재민은 쿸빵티비 운영자에게서 긴 DM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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