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뽑아내는 영화를 싫어하는 나는 슬픈 영화에서는 그다지 많은 눈물을 흘리는 편이 아니다. 나는 이상하게 남들이 울지 않는 부분에서 눈물이 난다. 대자연의 광활한 풍경에서, 따뜻한 공감의 장면에서, 잔잔한 해피엔딩에서 등 나만의 감동의 순간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영화 '파바로티'는 다큐영화로서 서사의 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전개의 절정을 향해 가는 구성 장치도 없고, 모두가 잘 아는 위대한 테너 가수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뜻밖에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쏟아져서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화장실에 달려가 남은 감정을 삭이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노래의 감동을 받으면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파바로티' 영화를 보면서 그 감동을 고스란히 느꼈던 것 같다. 이성으로 무언가 떠오르지도 않고, 노래의 선율을 통해 어떤 기억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 노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감정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차오르고 참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미지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영화를 좋아해서 한주에 한 편의 영화를 볼만큼 영화를 좋아하지만 여태껏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뜨거운 감정은 처음 느껴보는 것 같다.
파주에 위치한 '명필름아트센터'에서 관람했는데, 파바로티의 공연장에서 노래를 듣는 것처럼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음향장치가 우수했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론 하워드'감독의 편집과 구성이 흠잡을 데 없었고, 주옥같은 '파바로티'의 노래가 고막을 황홀하게 했고, 그 노래를 무대에서 쏟아내기까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파바로티의 삶의 스토리를 공감할 수 있는 구성까지
한 사람의 인생에 푹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모든 장치가 완벽했다. 그리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파바로티가 따뜻한 사랑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 너무 좋았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줄 알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데 사용할 줄 알았고, 그 재능을 위로와 공감을 위해 풀어낼 줄 알았고,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죽는 순간까지 잃지 않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에너지를 퍼트릴 줄 알았고, 위대한 재능이라는 부담감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질 줄 알았고, 끊임없이 그 재능을 통해 고민과 반성을 할 줄 알았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줄 알았고,
그 무엇보다 사랑이 가득했던 위대한 테너 가수 '파바로티'. 그리고 그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파바로티'. 너무 멋진 앙상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