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후드>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인생에 대한 확신은 생기지 않는다 그저...

by 주영

12년 동안 아역이었던 주인공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배우들이 실제 12년에 걸쳐 찍은 작품이라는 <보이후드>. 그 설명만으로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이 생겼다. 2시간 45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영화는 '메이슨'이라는 남자아이가 12년에 걸쳐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는 아니다. 직접 모든 출연 배우들이 12년에 걸쳐 몇 주씩 촬영해서 만들어낸 영화라고 한다. 영화의 주축은 어린 남자아이가 성장과정의 진통과 가족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 연애와 우정, 삶의 고민 등이 하나씩 쌓여가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고 있는데, 나는 주인공의 스토리에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어른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아이가 성인에 다다르기까지 어른들이 어떤 역할로써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지 그런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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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고 '메이슨'과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아빠와 함께 시간을 갖는다. 비록 이혼을 했지만 아빠는 '메이슨'과 '사만다'와 만나는 이 일주일의 하루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할지,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지, 어떻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지, 어떻게 인생의 조언들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등등. 아빠는 굉장한 부자도 아니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직업도 없지만 노래를 사랑하는 뮤지션이자,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해줄 수 있는 돈벌이는 할 수 있는 멋진 아빠다.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사랑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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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온다. 어느덧 사춘기 나이대에 접어든 아이들은 이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빠와 조금씩 데면데면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는 아빠가 물어보기도 전에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아빠가 물어보는 질문에도 건성건성이다. 안 되겠다는 듯이 아빠는 달리던 차를 세우고 진심 어린 대화를 위한 협상을 한다.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좋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에게 투정도 하고 새아빠 욕도 하고,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짜증 난다는 말도 하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형식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만남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그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빠의 일방적인 질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빠는 알아들었다고 이 시간 이후부터 우리의 대화는 다시 시작이라고 유쾌하게 말한다. 그때부터 다시 아이들과 아빠의 관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진심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요즘 세대 차이로 인해 대화가 안 된다는 아우성이 너무 많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 대화의 눈높이가 과연 상대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오로지 자신의 눈높이에서 상대가 맞춰주기만을 바라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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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혼 후 두 명의 새아빠를 만나지만, 새아빠들이 알콜성 폭력을 저지르는 바람에 아이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 명 모두와 헤어지고 만다. 선택의 기로마다 잘못된 선택으로 삶의 우여곡절이 많은 엄마지만, 절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는 멋진 엄마다. 결국 엄마는 원하던 꿈을 이루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는 있는 교육자가 되고, 그런 열정은 집을 고치러 온 배관 수선공의 인생도 바꿔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발산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인생의 후반기가 찾아오자 공허함도 커지지만 멋지게 변신한 배관 수선공의 모습에서 그 열정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아쉽게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을 대비해 보여주고, 주인공이 길을 떠나면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Hero - 보이후드 ost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Just wanna fight with everyone else

Your masquerade

I don`t wanna be a part of your parade

Everyone deserves a chance to

Walk with everyone else

While holding down

A job to keep my girl around

And maybe buy me some new strings

And her and I out on the weekends

And we can whisper things

Secrets from my American dreams

Baby needs some protection

But I`m a kid like everyone else

So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Just wanna fight like everyone else

Ooooohh Ooooohh

So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Just wanna fight with everyone else

Your masquerade

I don`t wanna be a part of your parade

Everyone deserves a chance to

Walk with everyone else

날 놔주세요.

난 당신의 영웅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싶은 것일 뿐이에요

당신의 무도회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모두가 다른 모두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받아야 해요

연예를 하며 지낼 정도의 직업을 가진다면

새 기타 줄을 살 수 있고

그녀와 주말 밤을 보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우리의 비밀의 아메리칸드림을 속삭일 거예요

어린아이는 약간의 보호가 필요하지만

나도 다른 이들과 같은 아이예요

그러니 날 놔주세요

난 당신의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아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싶을 뿐이에요



밀접한 관심에서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관계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로서 가져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기성세대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새로운 세상을 앞에 둔 미래세대가 마음껏 날개를 펴고 후회 없이 날아 볼 수 있도록.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어른으로 더 변화해 갈 수 있을까. 현재 어떤 어른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

현재를 반성해보고, 미래를 생각해보고, 과거를 회상해볼 수 있었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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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기보다는 삶이 어렵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서 그동안 잘못 선택해오지는 않았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쌓아 나간다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보이후드>는 나의 인생영화 리스트에도 올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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