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송영달이올시다. 나의 귀한 보물 막내딸 다희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마는. 넌 나한테 유독 아픈 손가락이었다. 만두가 일곱 개면 손을 거두며 오빠 언니들에게 양보하던 속 깊은 막내. 졸거나 징징거리는 법이 없던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던 우리 착한 꼬래비. 그래서 하늘이 귀한 인연을 네게 선물하였나 보다. 행복에 겨운 네 얼굴을 보니 이제야 웃음이 난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이 정도면. 부모에게 자식이란 다 주고도 참 미안한 존재다. 각자 어려움을 딛고 인생에 새로운 여행길에 오른 너희들을 이 아버지는 응원한다. 이제 막 부모가 된 너희들과 이제 곧 부모가 될 너희들에게 이제 우리는 뒤에서 묵묵히 너희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아름드리나무가 되련다. 삶이 고단할 때는 언제든 잠시 쉬어가렴. 사랑한다 내 아들 내 딸들아. "> - '한 번 다녀왔습니다' 다희 결혼식 아버지의 말 중에서.
나의 일주일 비타민 같던 드라마가 끝이 났다. 웃다가 울다가 열나다가 웃다가 따뜻했다가 행복했던 드라마였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방송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에 본 방송을 시간 맞춰 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주말 저녁 8시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본 방송을 꼭 챙겨보았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챙겨보게 된 이유는 이상과 현실적인 삶의 모습이 잘 버무려져 야무지게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가족'이라는 말은 따뜻한 단어라고 배워왔는데 나이가 들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현실 속에서 가족은 마냥 따뜻하기보다는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남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다가올 때도 있는 것 같다.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일까?) '가족'이라는 단어의 이런 부조화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한없이 애잔하고 슬프거나, 따뜻하거나, 애틋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 복잡한 감정과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너무 현실과 먼 얘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에서는 가족의 한쪽 면만을 부각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갈등과 웃음, 무심함과, 짜증, 답답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며, 그래 가족이란 싸우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서로의 편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신뢰를 쌓아나가며 살아가는 거지.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진심을 다해 행복할 때 서로에게 행복을 더 나눠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장남과 세 딸의 엄마로 나오는 장옥분 여사는 자식들에게 애틋하고, 관심도 많고, 잠시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전형적인 엄마로 나온다. 그만큼 자식들에 대한 애착도 심하다. 자식들을 사랑하는 만큼 더 잘 되었으면 좋겠고, 남들에게 더 자랑하고 싶은 모습의 아들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아들 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응원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 대해 행복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집착에 가까운 고집이 둥글어져 가면서 더 멋진 엄마로 거듭나고, 아들과 딸뿐만 아니라 남편과 며느리, 사위와 친구인 사돈에게도 큰 힘이 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무뚝뚝하고 절약 정신 투철한 아버지이자 장옥분 여사의 남편으로 나오는 송영달 회장은 남들에게는 든든한 리더십 넘치는 시장 상인회 회장으로 비치지만 그에 비해 부인에게는 무심한 남편으로 나온다. 속으로 생각은 하지만 표현할 줄 모르고, 자식들을 위해서는 따뜻한 말도 잘하고 가족들 몰래 도움도 주는 자상한 면모를 보이지만 부인에게는 답답할 정도로 내색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중년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가고, 다양한 사건들을 부인과 함께 겪으면서 사랑을 표현할 줄도 알고, 더 아껴 줄 수 있는 남편으로 변화해 간다.
의사 아들을 둔 최윤정 여사는 남편을 일찍 잃고 두 아들에게 집착이 심해지면서 가장 변화를 많이 겪는 인물로 나온다. 가장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귀여운 면모도 있지만 보수적이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자식들을 바라보는 탓에 자식들에게 사랑뿐만 아니라 많은 상처도 주는 인물로 나온다. 물론 본인의 상처도 깊다. 하지만 자신의 보기 싫은 모습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과정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힐링이었다. 사람이 변화하기란 참 어렵다는 것을 현실에서 많이 느낀다. 그럴 때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드라마를 통해 최윤정 여사가 변화해 가고 자식들과 화해하고 며느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가는 어머니 장옥분과 아버지 송영달의 세 자매와 큰아들 그리고 그들의 반쪽을 채워주는 남편과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고모와 이모가 만들어내는 중년의 삶까지 다양한 세대가 얽혀 만들어내는 갈등과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사소한 갈등으로 이루어지는 오해와 또 사소한 일들로 풀어지며 더 신뢰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신만의 고민과 아픔과 약점들을 천천히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만들어 가는 모습들 등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과 이상적으로 바라는 일들을 적절한 유머와 함께 섞어내 보는 내내 참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자신만의 고집과 아집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그리고 그만큼 서로에게 더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통해 '아 가족의 따뜻함이란 이런 거구나'를 많이 느꼈다. 혈연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과 책임감에 짓눌린 사랑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은 또 반성하고 오해를 풀면서 살아가는 모습. 그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과 진심이 뒷받침될 때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에서 보여준 것처럼 더 건강한 가족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세상도 아름답게 보이고 가족도 더 따뜻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피고 비가 온 후에는 또 쨍하고 해 뜰 날이 온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도 오만하지도 말고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행복은 너희들의 앞마당에도 살포시 둥지를 틀리니. 자식들이여 그 행복을 지켜라. 사랑은 결국 배려와 존중이란다. 부모들이여 자신의 삶을 살아라. 오늘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니,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아름답다."> - '한 번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회 어머니의 말 중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현실에서도 상처보다는 가족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사진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