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 Mar 05. 2022

시:]시간

시로 쓰는 열네 번째 편지


해가 눈을 뜨고 해가 눈을 감습니다.

달이 눈을 뜨고 달이 눈을 감습니다.

나에게도 눈을 뜨는 일이 허락된다면

해와 달이 매일 하늘을 만나듯

나는 스물네 개의 선물을 만납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더함도 덜함도 없이

꼭 닮은 스물네 개의 선물.


숨 쉬는 현재의 공기

입으로 느끼는 의 어울림

코로 느끼는 향의 분위기

귀로 듣는 높낮이의 울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것에는

똑같음을 찾기 어렵습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더함과 덜함이 들쑥날쑥 휘청입니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그 뒤를 쫓는

현재와 함께 모두가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가 맨 앞에서 걸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르르 몰려 걷고 달리는 길에 서 있으면

잘 알고 있는 진실도 잊고

그 길에만 집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 앞에 있는 좁은 간격에만

그 간격으로 촘촘히 앞서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만

나의 소중한 스물네 개의 선물을

나도 모르게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내일도 해와 달과 함께

눈을 뜨는 것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나에게 무한히 허락된 스물네 개의 선물을

서운하게도 아무 곳에나 흘리지 않기를

서운하게도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오만가지 빛들이 눈을 방해하고

오만가지 소리들이 귀를 방해하고

오만가지 실들이 머릿속을 훼방 놓더라도

나의 스물네 개의 선물이 가진 빛을

나의 온기를 더해 더 빛나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해와 달의 눈동자가 빛을 켜고

나의 눈동자도 밝게 빛나는 오늘

스물네 개의 선물도 예쁘게 반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