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

파블로프의 개

by 기린엄마

밥을 든든히 먹었어도 만두 가게 앞을 지날 때면 항상 허기가 진다.

어쩌면 그 허기는 오래전 그날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원을 휴학하고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학습지 교사를 하던 무렵이었다.

적게는 다섯 집에서 많게는 열 다섯 집 정도를

돌았는데, 한글을 이제 막 깨치려는 다섯여섯 살 아이들 앞에서 똑같은 노래를 수십 번 부르고, 똑같은 수업을 하고 나면 영혼이 솜사탕처럼 녹는 느낌이 들곤 했다.

유난히 쌀쌀했던 어느 날, 한 집 수업을 끝내고 아파트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어느 중국집에서 풍겨 나오는 돼지비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한 번 터져 나온 배고픔을 수습하기가 힘들었지만 바로 다음 수업이 있던 터라 김밥 한 줄 사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날 따라 사탕 한 알도 수중에 없었다.

그때 어느 집 앞에 랩포장을 뜯지도 않은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잘 튀겨진 군만두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탕수육에 딸려 온 서비스 군만두 같았다.

랩에 물기 하나 묻어 있지 않는 걸로 봐서 군만두는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순간 유혹을 느꼈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내 뱃속으로 랩을 뜯고 기름진 군만두 한 알을 넣어 주고 싶었다.

누군가 복도로 들어오지만 않았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사냥에 실패한 하이에나의 마음으로 다음 집으로 향했다.

여섯 살 남자아이는 내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잔뜩 짜증이 나 있었다.

아이는 나를 향해 연신 스티커와 카드를 집어던졌다.

배고픔으로 잔뜩 예민해진 나는 아이의 짜증을 받아줄 만큼 여유가 없었다.

참다못한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이는 손을 놓아 달라며 애원했다.

"던지지 마. 또 안 그럴 거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글썽이며 약속했다.

아이의 손을 놓는 순간, 눈앞에서 불이 번쩍 났다.

나는 아이에게 뺨을 맞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할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이의 집을 나와 거울에 비친 붉어진 뺨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악의가 없었다 해도 여섯 살 남자아이의 투정이라도 아팠다.

누가 남겨 놓은 군만두 한 알을 먹고 배고픔을 잠재웠더라면 조금 덜 서러웠을까

허기를 미리 채웠으면 아이를 달래고 뺨을 맞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군만두만 보면 지금도 그냥 허기가 진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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