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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jae
닻
유현숙
손마디를 자르고 머리칼을 뽑았다
돌을 갈아 쓰던 시대부터 바람은 불고 그 바람이 등에 닿으면
복사뼈 안쪽에다 대님을 맸고 머리를 고쳐 빗었다
묘혈을 파고 들어앉아 바깥 사정을 살피는데 저만치 용수바람이 분다
청명이 내일이다
시 잘 쓰는 시인이 출가를 했다
어제부터 가던 길을 바꾸어 걷는다
걸어 온 길이 출세간인지 걸어 갈 길이 출세간인지
출세간도*가 궁금하다
캄캄하고 찬 모서리 떨어진 나는
어느 저녁에 닻을 내려 적멸보궁 한 채 뜨겁게 받아 적을는지
몇 날 째 간이 오그라붙고 없는 손마디가 운다
*열반을 향한 속세와 번뇌를 버리는 보리의 도_차창룡 시인의 출가소식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