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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Oct 24. 2024

꽃 지다

-by simjae



꽃 지다


유현숙


             

새들은 새들의 언어로 서로를 부른다

새가 새를 부르고 새가 새에게 대답하는 소리에

귀 먹었던 적 있다

왼손으로 제 멱살을 거머쥐고 오른손에는 권총을 움켜쥐고

내 사랑을 위하여! 딱, 큰 은행 한 번 털고 싶다

던,     


사랑한다사랑한다, 멀리서 우는 천둥으로

가까이서 맞부딪는 낙뢰로

우르르 쾅쾅 번쩍 눈멀고 귀먹고 암흑이던

그때마다 꽃 졌다 아직 지는 꽃 있다

새가 새를 부르고 새가 새에게 대답하는 새 울음소리 같은 

새들의 강江이

몸 아래로 흐른다 갈비뼈가 젖는다

몸이 몸을 부르고 몸이 몸에게 대답하는 소리에

깜박 눈멀었던

목이 긴 짐승의 목 메인 울음소리……     


여자가 엎드려 있다, 달빛이 여자 위로 쏟아지고 달빛보다 희게

여자가 지금 진다     

꽃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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