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 마음 맑음 Dec 06. 2023

명상을 시작하다

2023년 1년 동안 거의 매일 명상을 했다. 법륜스님이 명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주시는데 지금까지 190회 이상 영상이 올라왔다. 명상 전 질의응답 시간이 있고, 명상 관련 지도를 해주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다. 그냥 40분 알람 맞추고 해도 되지만, 굳이 항상 법륜스님 영상을 통해 명상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배움을 위해서다. <법륜스님 명상 유튜브 채널:@VenPomnyunSunim>


1회부터 190회까지 매일 하루에 하나씩 순서대로 따라 했고, 마지막 영상까지 마무리를 하자 다시 1회부터 시작했다. 중요한 건 법륜스님과 함께 명상 40분을 하는 것이고,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 깨달음도 깊어질 거라 생각했다. 임신하면서 법륜스님을 처음으로 유튜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계속해서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다. 법륜스님을 알게 되고 5년 만에 명상을 하게 되었으니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년 전에는 명상을 일주일에 한두 번 하다 말다를 반복했는데, 올해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명상을 했다. 명상이 끝나면 법륜스님이 (매주 일요일 저녁 8시) 생방송 참가자들에게 명상 후 소감을 항상 묻는데 사람들이 채팅창으로 대부분은 어렵고 힘들다는 내용의 소감을 말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니 다행이다' 생각도 들면서, 나는 댓글보다 따로 명상 후 소감을 기록해 왔는데 그게 어느덧 제법 쌓였다. 나의 변화와 성장을 체험하면서 어떤 부담과 얽매임도 없이 스스로 좋아서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작은 변화를 아주 천천히 조금씩 느껴가는 신기함이 나를 계속 명상하고 글을 쓰게 했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저녁 8시,  5세 딸아이를 재우는 동안 아이 손을 잡아주면서 나는 명상을 했다. 40분 명상하는 사이에 아이는 잠들고, 그동안 내가 옆에 있어주니 아이도 마음이 안정되고, 자기 전 명상을 하니 나도 근심 걱정 없이 평온한 상태로 잠들 수 있어 일석이조라 생각되어 자기 전 명상을 선호했다.  


하지만 법륜스님이 새벽에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은 후,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좋다고 하니무조건 따라 해 봤다. 5시에 일어나 명상 40분을 하고, 명상 일기를 쓰고, 감사 일기를 쓴다. 감사일기는 무의식과 뇌를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가기 위해 매일 감사한 것 1가지, 어제를 반성하는 것 1가지, 실패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던 것 1가지, 오늘의 다짐 1가지, 지금 나의 마음이나 감정 1줄을 짧게 작성한다. 감사 일기는 짧고 사적인 내용이 많아 공개할 수 없지만, 명상 일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각오와 기쁨과 감사와 성찰이 녹아있어 차근차근 글로 모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 일기가 1년 동안 멈췄었던 글을 다시 쓰게 해 준 고마운 원동력이기도 했다. 명상이 나에게 준 변화, 내면의 성장, 성찰의 흔적, 오늘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과거는 배움으로 남기고 미래를 희망으로 보는 관점을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명상을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새벽명상으로 1년을 해보니 스님이 왜 새벽 명상이 좋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새벽이 신경과 무의식이 가장 차분할 때이고,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면 정신과 마음을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음을 느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명상을 새벽에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그날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통상 아침은 준비하는 시간으로 바쁜데 기력은 없고 졸리기 때문에 마음이 들뜨거나 정신이 산만하다. 명상을 하고 아침 루틴을 시작하면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하고 산처럼 묵직한 느낌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이런 수많은 하루하루가 모여 내 습관이 되고, 내 습관이 모여 내가 되고, 이런 나라면 수많은 갈등과 희로애락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직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더 이상 저녁 명상을 하지 않으니 아이가 자려고 할 때 "엄마 명상해야지, 왜 명상 안 해?"라고 물어서 귀여웠다. "응, 엄마 이제 아침에 명상하기로 했어. 네가 자고 일어났을 때, 네 옆에서 명상하고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자고 있으면 돼. 잠이 깨도 엄마 명상할 때는 조용히 하고 엄마 옆에 있으면 돼, 알겠지?" 


아이는 매일 내가 명상하는 모습을 봐와서 명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엄마 명상이 뭐야?"라고 처음 물었을 때, "응, 의사 선생님 진찰 할 때 '숨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것처럼 숨을 쉬면 마음이 차분해져! 그리고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는 거야"라고 말을 하면 아이는 숨쉬기를 잘 알고 있고, 자기 전 기도도 해봤기 때문에 어렴풋이 기도와 숨 쉬는 것이 명상이라고 생각하고, 이 시간은 엄마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있어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있으면, 가끔 깨어나서 엄마 무릎에 올라와 몸을 잔뜩 구부리고 새우잠을 청하기도 한다. 넓은 침대를 놔두고 굳이 좁디좁은 엄마의 무릎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와 함께 명상을 하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아이와 살갗이 닿은 채 고요함에 집중하면 내 마음이 더욱 너그러워지고 평온해짐을 느낀다. 아이와 같이 명상을 하며 함께 소감을 나누고 명상 일기와 감사 일기를 함께 쓰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될 사랑하는 내 딸을 위해 명상 기록을 시작해 본다. 


출처 Unsplash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