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잠든 시간에 너에게 편지를 남기곤 했단다.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힘든 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 잠시 쉬어가고 싶은 날, 이 편지가 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엄마의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단다. 너는 지금 다섯 살, 나도 딱 다섯 살 엄마가 되었구나. 엄마도 매일 너와 함께 성장하고 있단다. 가끔은 내가 너를 낳은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낳아준 것 같다. 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나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니까.
출처 Pixabay
2019.06.19
두 살의 너에게 쓴 편지
요즘 네가 매일 몰라보게 크고 있단다. 엄마는 모든 시기에 항상 “우리 딸은 지금이 제일 예뻐"라는 말을 하고 있어. 우리 딸은 항상 지금이 가장 예쁘고, 지금이 가장 소중하니까!
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너의 지금 모습은 지금 밖에 볼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네가 빨리 커서 같이 손잡고 데이트할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지만, 반면에 작고 사랑스러운 이 모습을 지금밖에 못 본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 네가 그리워진단다. 소중한 만큼 일상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출처 Pixabay
잘 커가고 있는 너를 보면서 앞으로 더욱 아름답게 성장해갈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보는지도 중요하지 않아. 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상황이 좋을 때 너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최악의 순간에서 조차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이다.
살다 보면 어려움도 생기고 장애물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면서, 찰나의 결과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행복과 성장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 스스로를 잘 관찰하고 알아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단다. 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의미 있고, 네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 그 믿음이 너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너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네가 정말 싫어하는 일이 생긴다면, (인생에서 꼭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고, 힘든 일을 해야 할 때가 더 많지만) 다른 길로 가는 것도 괜찮은 거란다. 그건 네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너랑 안 맞는 길일뿐이니까.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다면, 시간이 흘러 너의 모든 경험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더욱 깊은 배움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니, 너에게 한 가지 꼭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움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란다. 사실 너는 충분히 이미 이 마음을 갖고 있어서, 너에게서 이 마음을 꺽지 않고 더욱 발현될 수 있도록 한걸음 뒤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내 역할이겠지.
출처 Unsplash
너의 직업도, 직책도, 지위도, 가족도, 외모도, 환경도, 상황도, 차도, 집도, 옷도, 성과도, 실패도, 네가 아니란다. 너의 이름에 주고 싶었던 의미는'어떤 시대와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만의 길을 너답게 걸어가라'라는 의미란다. 오늘 나도 내 이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부모가 부여해준 이름 말고, 성인이 된 내가 정의하는 내 이름 말이다. '묵묵히 천천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며,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 나간다. 이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라는 뜻을 입히니 내 이름이 꽤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성장해 가면서 네가 믿고 싶은 가치를 스스로 정립해야 할 것이며,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네 이름의 의미 또한 스스로 정의하길 바란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항상 아빠 엄마를 찾았으면 좋겠다. 답을 줄 수 없을지라도 너의 마음을 들어줄 것이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며 너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줄 거란다. 너의 어려움을 언제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신뢰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 나 또한 성장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란다.
어쩌면 이 글은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일지 모르겠다. 네가 커가면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에 반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거든, 이 글을 잊지 않으려고 미리 써놓은 건지 모르겠구나.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네가 가는 길에 무한한 지지와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성숙한 엄마로 성장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