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마음이 속상해서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단다. '그냥 얼른 먹어'라는 식의 지시나, '밥 먹고 초콜릿 줄게'라는 식의 회유 따위가 너에게는 이미 통하지 않는단다.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마음을 풀지 않았던 네 살의 당당한 너를 사랑했고, 앞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문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세상 누가 그 어떤 말을 해도 NO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를 포함한) 그 누구의 말도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란 없고, 그 누구의 말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의문이 생긴다면 질문하고 연구하고 소통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엄마는 다 안 된다고 말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라며 아이가 울먹인다.
"엄마가 요즘 안 된다고 말을 많이 해서 속상했지? 그건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앞으로도 두 가지는 계속 안 된다고 말할 거야. 첫째, 네가 다칠 수 있거나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거야. 둘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거야. 이 두 가지를 빼고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엄마는 너에게 안 된다고 말 안 할 거야."
이 나이 때 아이들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폭발하는 시기인 만큼 위험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 아이의 안전에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아이의 안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단호함이 있기도 하고, 아이가 사회성을 배워가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고 싶었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옳고 그름에 대한 내용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최근 안된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방금 네가 가위를 쓰려고 했는데 조심하라고 엄마가 놀라면서 말해서 미안해. 네가 어렸을 때 가위를 쓰다가 다친 적이 있어서, 네가 또 다칠까 봐 엄마가 다급하게 말했어. 그땐 네가 어렸지만 지금은 네가 많이 커서 가위를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데, 너를 어린아이처럼 대한건 엄마가 잘못했어. 그건 정말 미안해. 네가 이제 혼자서도 스스로 잘한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고, 엄마는 너를 믿어."
"엄마가 계속 나한테 안 된다고 말하면 그럼 나는 나쁜 아이야? 나는 이상한 아이야?"라고 말한다.
만 3세~5세, 이 시기 아이들은 자아상을 만들어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질문이 중요한 질문이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확실히 아이 마음에 전달되기를 바랐다.
"엄마도 가끔 이상한 말을 할 수 있어. 그럴 땐 지금처럼 엄마한테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너는 좋은 사람이야. 너는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 이 세상 그 누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해도 절대로 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항상 너의 친구가 되어줘야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아. 엄마 말 이해할 수 있어?"
어려운 말일 수도 있지만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하리라 믿었다. 매일 자기 전,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엄마는 너를 변함없이 영원히 언제나 사랑해. 너는 세상에서 엄마한테 가장 반짝이는 보석이고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이건 절대 변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매일 들어서 아이는 이 문장을 외웠고, 내가 말하는 속도에 맞춰 따라서 말한다.
아이는 매일 샤워 후 몸 전체 로션을 바르면서, 가슴에 바를 때는 "마음아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며, 팔에 바를 때는 스스로 안아주면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고, 다리에 바르면서 "다리야 오늘도 고생했어. 고마워"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사랑하는 연습을 매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고,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라 믿는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듯 눈물을 닦고 밥을 먹는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가 만들어준 토마토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다. 아이는 별일 아닌 일로 떼쓰고 속상해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당함에 대한 의문을 당당하게 부모에게 표출한 것이다.
내 메시지는 명확하다.
첫째,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그 자유를 누군가 부당하게 침해한다면 그게 엄마라도, 세상 그 누구라도, 너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너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좋은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 또한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대화가 아이와 나와의 관계의 핵심이고, 아주 중요한 대화임을 알고 있었다.
'딸아, 앞으로 삶아가면서 오늘 우리가 나눈 이 대화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고맙고, 이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늘 한 발짝 앞에서 공부하면서 너의 성장과 함께 나도 성장해 나갈 것을 잊지 않고 하루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