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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Dec 28. 2023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나는 85년 생이고 막내라서 그런지 어렸을 때 사진이 많지 않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고, 아직 필름 사진이었기 때문에 요즘처럼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특별한 날에만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영상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학생이 되어서 스스로 용돈을 벌어 디지털카메라를 사기 전까지 영상이란 것을 찍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니 둘, 오빠 하나 그리고 나는 막내. 내가 클 때쯤 많이 바쁘셨던 부모님은 거의 집에 안 계셨고, 언니들이 나를 키웠고, 오빠가 내 소꿉놀이 친구였던 것 같다. 엄마는 유치원 원장을 20년 넘게 하셨고, 원생이 100명이 넘는 큰 규모로 학원도 같이 하셨기 때문에 우리 형제 모두 엄마의 유치원생이었으나, 모든 유치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셔야 했기 때문에 내 엄마는 나만의 엄마가 될 수 없었다. 모든 아이들의 엄마이신 바쁜 원장님보다는, 유치원 선생님이 소풍이나 운동회 때 내 손을 잡고 엄마 대신 달리기 시합을 해주곤 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자기 엄마 손을 잡고 달리기도 하고 게임도 하는데, 내 엄마가 바로 앞에 보여도 나는 왜 다른 선생님과 해야 하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서인지, 유치원 때 사진을 보면 나는 대부분 울고 있다.


엄마는 한 부모 가정이나, 가정 형편이 힘들거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특히 더 사랑으로 품어주셨고 그 아이들의 따뜻한 엄마가 되어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감히 엄마의 사랑과 이타심을 흉내도 못 낼 만큼 대단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치원생 때는, "엄마가 많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줄수록, 우리 아들 딸한테 더 많은 복이 오는 거야"라며 웃음 지으시는 엄마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 싫었다. 부모님은 평생 다양한 일을 하셨지만,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면 베풀수 자신의 아들 딸에게 더 많은 복이 올 거라 믿으며 평생 이타적인 삶을 사셨다.


엄마가 선택한 인생을 존경하고, 내가 선택한 삶도 존중한다. 엄마의 그런 사랑의 마음을 나도 물려받았지만, 어렸을 때 부모의 부재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 외로움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모든 아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엄마에게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엄마는 자기 아이에게 사랑을 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을 쏙 빼닮은 아이가 가끔 나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아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때도 있고, 어린 시절의 나를 보듬어주듯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을 전하 내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


세상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 때,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 몰랐을 때 진솔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내 딸에게 글을 남기고 있는지 모른다. 단순히 추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를 주고 싶은 마음이 고,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를 빼앗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엄마와 아빠가 늘 함께라는 사실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알려주고 싶었고, 엄마의 마음이 담긴 글이 조금이나마 아가면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이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시대적인 혜택에 감사한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으로 미처 담지 못하는 것은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이와의 따뜻했던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이고, 아이에게 이렇게 따뜻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다. 아이가 잠들면 고요히 내 방에서 홀로 써 내려갔던 일기를 요즘 하나씩 열어보고 있다. 오늘은 아이가 32개월이었을 때 아주 평범한 일상을 기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좋아했던 레고 놀이^^


(2021년 7월 21일, 딸아이가 만 세 살 때 쓴 일기)


32개월 딸아이가 사진 속 장면처럼 기차를 연결해 만들어놓았다. 아빠, 엄마, 아기 그리고 친구들이 타고 있다고 설명한다.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동요를 불러주면서 사냥꾼이 잡아가기 전에 인형을 구해주라고 하면, 집에 있는 모든 인형들을 자기 품속에 숨겨준다. 더 이상 껴안을 수 없을 만큼 많아도 아이는 인형 친구들을 무서운 사냥꾼으로부터 구해준다. 아이지만 약한 상대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이 벌써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출근하자마자 바로 병원을 갔기 때문에, 아이도 혼란스럽고 힘든 날이었나 보다. 매일 저녁이 되면 오히려 잠을 깨려는 듯이 더 활발해지는 아이인데, 7시부터 내 품속에 쏙 들어와서 동요를 불러주니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엄마 품 속에서 동요를 들었다. 침대로 데리고 갔더니 새근새근 숨소리에 잠이 들었다 싶다가도 계속 엄마가 옆에 있는지 불안한 듯이 확인을 한다. 오늘은 하원 후 많이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엄마 품속에서 마음 편안하게 잠들라며 불안하지 않도록 꼭 안아주고, 한 시간 더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마음이 안정된 아이는 그제야 잠이 들었다.


너무도 평범한 이 날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해 두었다. 엄마가 바쁜 사이 혼자 놀면서 아빠, 엄마, 친구들이 타고 있는 기차를 만든 아이의 모습,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어서 두 시간 동안 엄마 품 속에 쏙 들어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엄마의 노래를 들으며 미소 짓고 있었던 아이의 표정, 나는 아이의 숨소리를 듣고 아이는 내 가슴에 기대어 내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서로 살갗이 닿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과 따스함, 사냥꾼이 인형 친구들을 잡아갈까 봐 자면서도 꼭 안아주며 인형들을 지켜주려 했던 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 인형들을 자기 옆에 쭉 눕혀서 이불을 덮어준 귀여운 모습, 엄마가 어디 갈까 봐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엄마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던 아이의 작은 손을 기억하고 싶었다.


아이가 잠을 쉽게 들지 못해 "잠이 안 와?"라고 물으니,

"음... 아직 꿈이 안 왔어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말, 순수한 표정, 스르르 녹는 내 마음, 행복했던 그 방의 공기를 기억하고 싶었다.


특별하지 않아서 좋았다.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너무도 다. 함께한 시간이 가족을 만든다. 평범한 일상이 모여 우리를 가족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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