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현수의 머리카락을 잘랐나

by 이오샘

현수는 우리 반에서 가장 큰 학생이다. 키는 180cm를 훌쩍 넘고, 덩치도 반에서 제일 크다. 성격은 크기를 넘어선다. 둥글둥글 모난 데 하나 없고, 대화 몇 마디만 나눠 보면 ‘이런 애어른이 있나’ 싶을 정도로 중학교 3학년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과자 파티를 할 때는 뻥튀기를 가져와 자기는 이런 담백한 것이 좋다며 나에게 권했고, 또 2년 동안 학교 분리수거를 자진해서 맡기도 했다. 힘들까봐 걱정스러워하는 나에게는 엄청난 봉사심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한다고 말했다.


그런 현수에게는 또 하나의 상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귀를 덮는 긴 파마머리. 중학교 시절 내내 고수한 이 머리는 이제 현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현수의 머리카락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도 정수리 한가운데에서.


문제의 머리카락은 현수의 어머니가 처음 발견하셨다. 현수의 긴 파마머리 속 정수리 부분에 2cm 정도 길이로 잘린 짧은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뻣뻣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혹시 학교폭력은 아닐지 걱정이 되어서요”
어머니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나는 현수를 불러 이야기를 해 보았다. 현수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긁적이며 “모르겠어요, 신경 안 쓰는데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누군가 현수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분명했고,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한 안심할 수 없었다. 나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추리를 시작했다.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교실의 자리 배치부터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매달 첫 주 월요일, 원하는 짝과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 4주간 앉는다. 이 배치로 인해 교실은 자연스럽게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창문 쪽 1분단: 남학생 10명

2분단 앞쪽: 여학생 4명

2분단 뒤쪽: 남학생 6명

복도 쪽 3분단: 여학생 10명


우리 반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경계가 분명했다. 아이들은 동성 친구들과만 교류하며,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았다. 특히, 2분단 앞쪽의 여학생 네 명은 세상 얌전한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이 현수의 머리카락을 자를리는 만무했다. 그렇다고 3분단에 앉은 여학생들이 굳이 1분단에 와서 덩치가 큰 남학생의 머리카락을 자를 이유도 없었다. 여학생들은 용의자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남학생 두 그룹.


사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가 점심심간이라고 볼 때, 운동파 10명은 점심시간이면 우루루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와 농구를 하고 수업 종이 칠 때나 되어서 땀을 흘리며 돌아온다. 그러니 이들도 제외다. 또한 두 팀의 경계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역시 현수가 속한 그림파 여섯 명만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다. 이 그림파는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각종 게임 캐릭터를 그리며 나름의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현수를 제외한 그림파 다섯 명으로 좁혀졌다.


“혹시 네가 현수의 머리카락을 잘랐니?”

“아니에요, 선생님! 왜 제가 그런 짓을 하겠어요.”


나는 한 명씩 불러 물었다. 하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현수가 자고 있었다면 제가 먼저 자고 있지 않았을까요?”라며 반문한 아이도 있었다.


혹시 누군가 사건을 목격하지 않았을까 싶어 학생 모두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익명으로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현수는 자기 그룹하고만 놀았고, 다른 그룹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는 이야기와 왜 굳이 남의 머리를 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 뿐이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었다. 현수의 머리카락은 분명 누군가에 의해 잘려나갔지만, 범인은 끝내 찾을 방법이 없었다. 시간을 두고 수사를 했으나 결국 나는 범인을 찾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아무리 찾아봐도 범인을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은 도무지 해결 수 없는 미스터리입니다.”


다행히 어머니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셨다. 담임 선생님이 그 정도 했으면 앞으로는 별일이 더 생기지는 않을 것이리라 생각하셨다. 그리고 현수는 자신을 둘러싼 이 사건의 수사를 여전히 탐탁치 않아했다.


범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후, 내 머릿속에는 처음부터 배제했던 한 가지 가능성이 맴돌았다. 어쩌면 이 사건의 범인은 현수 자신이었던 것은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놓고 그 사실을 깜빡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루한 어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이 머리카락을 향해 사건이 발생한것은?어쩌면 처음부터 범인 찾기에 시큰둥했던 그의 태도는 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감추려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면 이는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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