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영원이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처제의 말

by 이음

'영원이가 없으니까 불편해요'


영원이와 베이징에서 한 달을 함께 지내다가 다시 혼자가 된 처제에게 심정을 물었을 때, 그녀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영원이가 없으니까 불편해요. 영원이 있을 때는 편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네 살 아이는 본디 손이 많이 가게 마련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그리고 잠들고 나서도 육아라는 것은 계속 손이 가게 되는 일이다. 그런데 영원이 있을 때 편했다니. 그가 없어서 불편하다니.

그녀의 말 뜻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도전하는 연습


영원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그리고 보내준 영상들을 확인하면서, 나는 그녀의 말이 그저 과장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립심이 강하고, 무엇이든 홀로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영원이는 베이징에서의 한 달 동안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공부하고, 도전하며 지냈던 것이다. 이 도전 정신에 사랑하는 이모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더해졌던 것 같다.

우리는 영원이 스스로 장을 보고, 이모의 집안 살림을 함께 하며 지내는 영상들을 보며 아이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서 먹먹한 마음이 들곤 했다.


영원이는 무엇이든지 스스로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는데 있어서 아내와 처제는 매우 개방적인 편이다.

우리는 주양육자(엄마, 아빠)와 보조 양육자(이모, 주변 식구들, 어린이집 선생님 등)의 육아의 기본 방향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의 도전을 장려하는데 보조 양육자들이 그렇지 않는다면 아이는 그 사이에서 굉장한 혼란을 느끼에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되어주는 사람들에게 끊임 없이 아이의 양육 방향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제는 보조 양육자라기 보다는 부모보다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보니 자연스럽게 양육 방향이 맞아진 것 같다. 가끔씩은 오히려 처제 쪽에서 양육 방향을 선도해 나가는 때도 있다. 처제와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이 거의 일치함에 따라 그에 맞는 양육 방식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영원이의 베이징에서의 수많은 도전들은 '양육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처제의 진면모가 빛난 순간들이었다. 덕분에 아이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해서 돌아왔다.



스스로 장보기


영원이는 베이징에서 스스로 장보는 것에 도전했다.

카트를 빼고, 오늘 먹을 과일을 같이 정하고, 그러한 과일과 먹을 것들을 골라 담고, 과일들은 비닐에 담아서 직원 분에게 드리고 가격 태그를 단다. 계산을 마치면 포장해서 마트를 나와 집에 도착하기까지 짐을 운반한다. 그 처음부터 끝까지를 처제는 영원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려했다. 장보기에 수반되는 중국어 회화와 집으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것까지 영원이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장보기의 첫 걸음, 카트 빼기
KakaoTalk_Moim_7ZW9ck28s9ER6G0UbaWlZ6juG2styy.jpg 장볼거리를 함께 정하기
과일을 비닐에 담아 직원 분께 드려서 가격 태그 달기
계산대에 장 본 물건들을 올려서 계산하기
장을 본 무거운 짐들을 끝까지 집까지 운반하기


대륙의 키즈까페, 그 곳에서의 도전


어느 날은 처제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베이징의 한 키즈까페(트램펄린 파크)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일단 그 까페의 규모에 놀랐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아들 녀석이 자신의 키의 여섯배는 되어 보이는 곳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일반적인 놀이터보다 세 배 정도 높은 미끄럼틀도 스스럼 없이 타는 모습도 있었다. 모험심은 있지만 겁도 만만치 않게 많은 녀석이라 그 정도의 도전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이것 역시 아이의 성취이기 이전에 도전 정신을 함께 장려했던 이모의 작품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라면 저 정도 난이도의 도전을 하도록 장려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못 할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도전 자체를 막았거나, 또는 도전 하는 것을 강압해서 오히려 아이의 동기 부여가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기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 지혜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무서운 일에도 과감히 도전하는 아들에게서 아빠는 낯선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들 녀석이 자신의 키의 여섯배는 되어 보이는 곳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일반적인 놀이터보다 세 배 정도 높은 미끄럼틀도 스스럼 없이 타는 모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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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집안일 하기


영원이의 도전은 집안일에도 예외가 없었다. 영원이는 이모의 집에서 상 펴기, 식사 전 세팅하기, 바닥 청소, 빨래 널기, 쓰레기 비우기 등을 맡게 되었다. 보조관리자가 아니라 메인 관리자로서 그는 집안일들도 제법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니 이모가 영원이가 가고 난 다음에 불편하다고 하는 이야기도 과장이 아닌 셈이다.

쓰레기 봉지 교체하기
빨래 널기
KakaoTalk_20190110_135428338.jpg 이물질 및 먼지제거



도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사실 오늘도 설거지를 하겠다는 아들과 일종의 실랑이가 붙었다. 설거지의 분량이 아이가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는데 녀석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팔을 걷어부친 것이었다. 하지만 물이 튀어서 바닥은 벌써 흥건해지고, 아이의 옷마저도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이것이 보통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아이에게 자립심을 길러주고 싶지만 아이의 서투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허용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외출 준비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어떻게든 스스로 옷을 입어보려고 아등바등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외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냥 빨리 옷을 입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아이가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안쓰러울 때가 생긴다. 무거운 짐을 스스로 들겠다고 낑낑대고 있는 것을 보면 '왜 네 살 밖에 안 된 아이가 앞으로도 할 고생이 많은데, 사서 저런 고생을 하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부모는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내줄 수 없다. 결국 언젠가는 아이는 스스로 현실에 맞닥뜨려야 한다. 부모의 도움에 익숙한 것보다는 스스로 조금씩이라도 도전해본 아이들이 향후에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을 즐길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하는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주는 아내와 처제 덕분에 나 역시 조금씩 인내심을 기르고 있다. 내 인내심이 길러질수록 아이는 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KakaoTalk_Moim_7ZW9ck28s9ER3e0znlH7P7GXq9R1pD.jpg 부모의 도움에 익숙한 것보다는 스스로 조금씩이라도 도전해본 아이들이 향후에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을 즐길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도전하되,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볼 수 있도록 놓아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결과 집이 난장판이 되더라도, 때로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그것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그 사랑스러운 눈빛과 인내심을 먹고 성장한다.

네 살 아들은 베이징에서의 한 달 동안, 늘 도전했다. 그리고 그 도전을 끝까지 응원해준 이모가 있었다. 나는 아이가 이 정도까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며, 스스로의 양육 방향을 더 개방할 수 밖에 없었다. 실수하는 것에 크게 괘념치 않고, 더 크게 도전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아 주는 것. 그리고 결과에 상관 없이 도전하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주는 것. 그것이 아빠로서 내가 해야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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