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했다
예상하지도 못 한 1cm도 안 되는 씨앗 같은 친구가 배안에 생겼다
그날은 그냥 친구를 집들이에 초대하고
뒷정리를 하다가
무의식 중에 검사를 했다
두줄을 난생처음 봐서 당황해서
두 번을 했다
남편에게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하지 고민을 했다
원래 그렇게 서프라이즈를 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급하게 치킨을 시키고 치킨 포장 안에 임테기를 비닐에 포장해서 넣었다
남편이 오고 그걸 보더니
임테기인 줄 몰라서 쓰레기를 잘 못 넣어놓은 줄 알았다고 한다
참 서프라이즈 못하는 아내와 리액션 없는 남편 잘 맞는다
그날 치킨을 먹는 그 시간은
어색했다
남편은 혹시 말실수를 할까 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꿈틀이라는 태명을 붙였다
우리의 새로운 꿈이 된 거 같아서
지금의 감정을 고르고 고르면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도 임신이 처음이라
마냥 기쁘지 않은 않고 또 마냥 슬프지만도 않다
그러다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어리숙한 우리한테 상처받을 꿈틀이를 향한 미안함과
우리의 자신 없음, 그리고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꿈틀이가 나중에 읽었을 때 우리의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달라고
미리 쓰는 사죄문 같은 느낌이다
너가 언제 이 책을 읽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해 볼게
너에게 가는 모든 상처들은 우리의 부족함이니 한 번만 봐주라
우리 가족으로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