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는 괴롭지만, 너만 잘 자랄 수 있다면
2차 피검이 끝나고 일주일이 일 년같이 느껴졌다. 좋은 수치로 피검사를 통과했지만, 시험관 아기의 경우 임신 초기에 워낙 변수가 많아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나는 공복에 살짝 속이 불편한 것 빼고는 8주가 된 지금까지 별 증상이 없어 첫 초음파 때까지 더 긴장했었던 것 같다.
6주 1일, 드디어 기다리던 첫 초음파를 보는 날이다. 주수대로 잘 컸다면 아기집과 난황을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집들이인 만큼 빈 손으로 갈 수 없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도맛 사탕을 하나 손에 쥐고 병원을 향했다. 남편과 긴장하며 얼마를 기다렸을까, 간호 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긴장하는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초음파 화면을 보는 순간 인터넷에서만 보던 블랙홀같이 까만 아기집이 내 뱃속에 보였다. 각도를 달리 하자마자 다이아몬드 반지라고 불리는 난황과 기대하지도 않았던 아주 작은 아기가 생겨있었다.
선생님께서 마우스로 위치를 잡아주시며 심장 깜빡임을 보라고 하셨다. 하얀 점이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내 뱃속에 약 2년간 기다리던 새 생명이 자리 잡은 것이다.
초음파를 마치고 선생님께서 아기집도 주수에 맞춰 잘 크고 아주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임신확인서를 발급해 주셨다. 병원 진료가 끝나자마자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임산부 배지를 받기 위해 보건소로 향했고, 바로 가방에 달았다.
하. 지. 만
역시나 인생은 쉽지가 않다. 8주 1일에 두 번째 진료를 보기로 했는데 7주 2일 차에 피 비침이 시작되었다. 소량이긴 하나 신경 쓰이는 증상이라 바로 병원에 방문했고 초음파 결과 저번주에는 없었던 피고임이 아기집 옆에 생겨있었다.
임신초기 피고임의 경우 흔한 증상이긴 하지만 방치하는 경우 피가 나오면서 아기집이 쓸려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여 주사 혹은 질정으로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하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원래 아침에 프롤루텍스 1대, 저녁에 크녹산 1대 해서 하루에 2대의 주사를 쓰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힘들겠지만 일주일간 프롤루텍스를 2대로 늘리겠다고 하셨다............ㅋ......... 청천벽력 같은....... 소리 었다. 지금 내 배는 아스피린과 크녹산 덕분에 살보다 보라색 피멍이 더 많은, 한 마디로 난장판인 상태인데 거기에 주사가 한 대 더 추가되다니...^^.....
사실 쌓이는 주사와 호르몬제를 보면 나는 아직도 두렵고 무섭다. 저게 다 내 몸속에 들어갔는데 2년 후, 3년 후 아니 10년 후 내 몸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 그래도 어렵게 만난 나의 아기를 지킬 수 있다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제발 다음 진료 때는 피고임이 잡혀서 다시 주사가 줄어들기를 바라본다.
따봉아 엄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알지? 너도 힘내서 건강하게 쑥쑥 자라야 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