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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프롤로그:몸을 읽으면 알게 되는 것들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기 몸을 느끼면 그거 이상한 거예요.”

한번은 식당에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더군요.

화면을 쳐다보니까 어느 유명한 강연자가 말하고 있었어요. 몸이란 정상이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데 주의가 간다면 탈이 났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요기들과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씩 웃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기들은 몸에 주의를 기울이면, 생각으로는 미처 알 수 없는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저도 책으로는 만날 수 없었던 앎을 몸에서 발견하고는 눈이 커졌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또 몸을 공부하면서 내 삶의 수수께끼가 이해되면서 환해진 기억도 많아요. 이를 뭉뚱그리면, 생각으로는 미처 알지 못한 지혜를 몸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몸이 지혜를 알려준다는 이야기는 낯섭니다. 몸 관리에 부지런한 사람조차, 효과적인 몸무게 감량법이나 근육 만들기가 아닌, 몸에서 지혜를 얻는다는 주제 앞에선 멀뚱해하곤 합니다. 이를 보면 몸에 관해 진짜 수업이 필요한 분야는 근육과 동작이 아니라 몸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인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습니다. 그것은 요기들만 알기엔 너무 아깝거든요.  

   

마음은 몸으로 읽으면 수월해

한국 사람의 우울증에 관한 연구를 보면 특이하게도 건강염려증 이야기가 맨 먼저 나옵니다. 실은 마음이 우울해서인데, 그것을 몸의 스트레스성 이상 징후로 먼저 파악한다는 뜻인데요. 여러 검사를 다 해본 다음에 마지막에 정신과를 찾는다고 하죠.

그러니까 자기 마음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몸의 통증을 시작으로 돌고 돌아 마음병을 감지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을 어려워하는구나, 명상하면서 알아갑니다. 실은 감정에 예민한 편인데, 스스로 감정에 쿨하다, 난 괜찮다고 강하게 믿고 있어서 감정을 무시하며 살고 있더군요.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서 몸이 안 좋아진 다음에야 알아차리곤 했습니다. 이런 제 성향은 매우 한국인스러운 태도였어요.

한국인들은 많이들 실은 마음이 좋지 않은데, 자기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대신에 여기저기 몸의 통증으로 예민해합니다. 이럴 때는 우회의 방법이지만, 몸으로 마음을 읽으면 수월합니다. 저처럼 전형적인 한국인(?!)들에게 몸 읽기는 꽤 유용합니다.

요가이론은 심리적인 문제와 질병을 연결시켜 이야기합니다. 동양의 고전의학도 마음건강을 몸과 연결해서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몸을 보면 마음이 보이고, 마음은 몸으로 표현되죠. 몸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데 풍부한 텍스트가 될 수 있어요.


몸이라는 책

가만 보면 책 읽을 때 몸은 알파벳 C자를 그리듯 둥그렇게 구부립니다.

요가 할 때의 몸은 반대 방향의 Ɔ자, 활처럼 바깥세상 쪽으로 뻗어요.

책 읽는 사람은 안으로 무언가를 담으려는 오목하게,

몸 읽는 사람은 밖으로 무언가를 비워내듯 활짝, 

마치 책 읽기와 몸 읽기는 반대 방향으로 한쌍을 이루는 것 같아요.


"

나는 책 읽는 사람이었는데,

왜 몸 읽는 일까지 하게 되었지?

"


이렇게 스스로 물어보면,

그 답은 분명해요.

책 읽기와 몸 읽기를 함께해야,

비로소 ‘나’를 읽을 수 있으니까.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요?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은가요?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까 어무래도 어려워요.

다행히 몸은 보이고 만질 수 있으니까

주의를 기울이는 약간의 방법을 배우면 된답니다.

내 마음을 보기 위해서

몸을 보면 어때요?

지금부터 가만히

몸에서 내 마음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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