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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몸을 느끼는 가만한 시간

몸 감각을 느끼는 것으로 치료하기

“몸의 감각을 느끼면 되는 건가요?”

“그냥 느낌을요?”

사람들이 명상 수업에 와서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명상을 하면 좋다고 하고, 명상으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고도 싶어서 명상을 배워볼까 하고 왔는데, 몸의 감각을 느끼라는 단순한 지침을 반복해서 주면 살짝 당황합니다. 아마도 훨씬 신비롭고 근사한 것을 기대했나 봅니다. 해서 눈빛 속에 숨은 질문이 보인답니다.

‘이게 다인가요?!’

만약에 이렇게 묻는다면, 이게 다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먼저 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잘 살펴야 한다고 답하겠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사람들은 몸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몸에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온통 안 좋은 생각에만 가 있으니까요.

생각과 감정에 많이 허우적댈 때는 몸 감각과의 연결이 거의 끊어집니다. 주의력은 몸을 떠나고, 어떤 날은 종일 몸 없이 존재할 정도죠.


한번은 명상하러 온 중년의 여성이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식구들 걱정이 자꾸 떠올라서 도저히 호흡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아이랑 떨어져 지내니까 거기서 신경 써줘야 하는 것도 있고, 작년에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돌봐야 하나, 최근에 오빠 사업 때문에도 걱정이고 하는 온갖 사연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의 호흡보는 데 시간을 써보세요.”

이런 지침도 잠깐일 뿐, 회차를 거듭해도 좋아지지 않았어요.

“혹시 어린 시절에 손길을 많이 못 받고 자랐나요?”

질문에 그분은 깜짝 놀라면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어릴 때 받지 못한 보살핌을 식구들에게 계속 투영하느라 늘 마음이 바빴다는, 자신의 오랜 마음 습관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평소에 달고 다니던 두통의 원인도 알 수 있었습니다. 걱정으로 온 에너지가 머리로 몰려 있음을, 그것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몸이 머리의 통증으로 알려주고 있었던 거예요.


"어린 시절에 제가 받고 싶었던 보살핌을 식구들에게 해주고 싶었나봐요. 그건 식구들의 욕구라기보다는 제 욕구였어요."


그분에게 저는 일상에서 틈틈이 몸 감각을 읽으며 그대로 한동안 머물라는 숙제를 내주었어요. 식구들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지금 몸 감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차려 보라고 했어요. 머리가 아프면 그 통증을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되, 어린아이를 보듯이 따듯하게 바라보라고 했죠.


통증아, 빨리 지나가라, 통증이 없었으면 그런 의도 없이, 그냥 보는 거예요.

이건 통증이다 나쁜 거다 하는 마음 없이 단순한 느낌으로 알아차릴 거예요.

또 이때 내 통증이 아니라 '그 느낌'이라고 조금 물러나서 볼 거예요.


감각 자체에 어떠한 해석도 붙이지 않고, 그저 몸을 읽는 시간에, 몸과 마음은 깊은 대화를 시작합니다. 몸을 그저 느끼는 가만한 시간 동안 몸-마음은 연결되고, 그 연결로 면역력이 길러져요. 일단은 자신을 아프게 하는 생각과 감정에서 멀어지게 하니까요. 우리는 자기가 만들어낸 나쁜 생각과 감정 속에 있으면서 그것이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죠.

 

지금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눈을 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마음의 눈으로 한번 살펴보세요.

몸을 편안하게 이완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디에 특별한 느낌이 있다면, 그 느낌을 가만히 알아차립니다.

따듯한지, 축축한지, 단단한지, 매끌거리는지

단지 느낌을 느낌으로만 바라봅니다.

특별한 느낌이 없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례차례

천천히 몸의 한 부위씩을 인지해갑니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놓아버리고, 다시 느낌을 읽습니다.

정수리에서 시작한 몸 느낌 살피기가

발가락 끝을 향해갈 때까지

한번 마음을 모아보세요.


(1분 후)

어때요? 잘 되시나요?

몸을 가만히 읽으려고 하니 내 안에서 훼방꾼들이 계속 나타날 거예요.

어떤 생각과 감정이 주로 방해했나요?

그저 몸으로써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이 시간에

훼방꾼들은 이렇게 속삭였을 겁니다.


지금 뭐하는 거야?

한가하게 이럴 때가 아니야.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아.

이건 재미없어.

이건 이상해.

이건 지루해.

의미 없어.


가장 강력한 훼방꾼은 누구였나요?

나를 현재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고귀한 빈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는,

그 훼방꾼은 아마도 꽤 타당하고 정의로운 말들을 뱉었을 겁니다.

당장에 해야 할 일, 생각해야 하는 것들의 다급함들을 강조했을 거예요.


이제 그 타당하고 정의로운 훼방꾼의 가면을 한번 벗겨볼까요?

가면을 벗기면 이런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앞날에 대한 강박, 갈증, 집착, 후회...

나를 지금-여기에 머물지 못하게 언제나 방해하는 것들이죠.

이들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나의 호흡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부드러운 리듬을 계속 이어갑니다.

숨을 가다듬고

지금-여기로 돌아옵니다.

천천히 눈 뜨세요.

몸을 느끼는 가만한 시간은 이렇게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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