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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임신을 계획 중인데, 몸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임신 잘하는 법

임신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

30대 중반에 결혼하는 이들이 요즘 참 많지요. 그러다보니 약간의 불안을 느끼는 이들도 제법 있어요.

'혹시 임신이 어려우면 어떻게 하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하고 선배들의 조언도 듣고 나름대로 부지런히 검색도 해보고 할 겁니다. 아마도 몸의 건강법은 손쉽게 찾을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어떤 정보든 그 끝에 '편안한 마음가짐'과 비슷한 문구가 있을 거예요. 너무 당연한 말이니 그냥 지나치고 마는 그 문구를, 의학고전을 참고해서 잠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동의보감》〈잡병〉편의 마지막은 〈부인문〉입니다. 거기에는 임신, 출산, 해산, 갓난아이 구급법까지 오늘날에 산부인과에 해당하는 질병을 다루어요. 거기에 현대 산부인과의 불임클리닉에서 다룰 법한 내용이 나옵니다.

부인문에는 아이를 가지려면 여자는 혈을, 남자는 정기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먼저 여성이 임신을 하려면 혈을 잘 살펴야 하기 때문에, ‘월경을 고르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임신하는 법은 월경을 고르게 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부인이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월경 날짜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지며, 혹은 월경양이 많거나 적으며, 혹은 월경을 하려고 할 때 아프거나 월경을 한 뒤에 아프며, 혹은 짙은 자주색이나 검은색을 띠며, 혹은 멀겋거나 엉겨 붙어서 고르지 못하다. 이렇게 월경이 고르지 못하면 기혈이 조화되지 못하여 임신할 수 없게 된다.〈단심〉     


월경이 고른 상태를 옛사람들은 기혈이 조화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기혈이 조화로운 상태는 현대적으로는 호르몬 작용이 원활한 상태입니다.


생리 주기와 마음씀씀이

동의보감에 나오는 월경 주기에 관한 지침은 주로 마음관리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동양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부인은 ‘음기의 결집체’예요. 여자가 15세 이상이 되면 음기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이때 음기는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언어의 이미지가 아니라 ‘온갖 생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기운을 말합니다.

이 음기가 뜨면 속으로는 오장을, 겉으로는 얼굴을 상하게 하며, 월경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고 해요. 이것이 지나치면 어혈이 생겨 곳곳에 순환 장애가 생기고, 더 심해지면 월경이 끊어지고, 유산도 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러니까 음기의 요동이 월경이 고르지 못한 것을 너머 부인병까지 만드는 요인으로 봅니다. 부인병은 병의 뿌리가 깊어 치료하기 어렵다고도 말하네요.     


……부인병은 남자보다 10배나 더 치료하기 어려운데, 그것은 부인이 남자보다 기욕이 많아서 남자보다 배나 병이 많은데다가 질투하고 걱정하고 성내며 자식들을 돌보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등이 생각이 지나칠 뿐 아니라 집착이 강하여 제 마음을 자신이 억제하기 못하므로 병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성혜〉     


요즘으로 보면 혐오 발언에, 사회구조 이야기는 안하네 하며 화를 북돋웁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감정에 예민하고 집착이 심해서 사소한 걱정이 많다는 말은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 맙니다.

많은 여성들이 식구들의 고민을 자기 문제로 가져와 끙끙 앓는 것이 이타적인 행위라고 학습해오지 않았을까요? 공감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발달한 생물학적인 이유도 한몫했을 테지요.

내 기대대로, 내 생각대로 식구들의 일이 되어가지 않으면 내가 나를 괴롭힙니다. 식구들의 일조차 내 일이 되어 내 마음이 괴로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해

심리학자 아들러는 ‘과제의 분리’를 제안했죠. 식구에게 일어난 그 문제는 그의 인생 과제이기 때문에 떨어뜨려놓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때 문제는 식구에게 일어난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안달하는 내 마음이 됩니다.

이는 마치 불교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집착에 따른 고(苦)를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라는 해법과 같습니다.

타인 때문에 상황 때문에 늘 마음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는 나. 이런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 외부와 상관없이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이 여성들의 인생에 커다란 과제입니다.      


타인의 과제와 내 과제를 분리하라는 심리학적 권고를, 집착에 따르는 괴로움을 알아차리고 거기서 벗어나라는 붓다의 권고를, 동양 고전의학에서는 혈을 고르게 하라는 말로 전합니다.

몸의 병을 마음의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되지만, 마음이 건강해질 때 몸도 건강하지 못함에서 벗어나기 수월하겠지요. 혈을 고르게 하는 일은 마음관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혈을 고르게 할 때 임신뿐만 아니라 내 삶에 중심도 잡을 수 있겠지요.


이런 마인드컨트롤에 관해서는 당연히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남성이 임신 잘하는 법도 사실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남편은 정기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성욕을 억제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가지는 것이 상책이니, 성욕을 억제하면 함부로 교합하지 않아 정기를 축적하면서 정액을 저장해두었다가 적당한 때를 기다려 행동하게 되므로 자식을 둘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욕을 억제하면 정기가 충실해지기 때문에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오래 살 수도 있다.〈입문〉     


남자는 ‘성욕을 억제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가지는 것이 상책’이라고 합니다. ‘정기를 축적’하라는 문구 또한 같은 내용이죠. 이것도 현대적 불임 치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성생활만이 아니라 술과 게임 등으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루틴을 줄이는 것이 임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성들이 마음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는 이유를 주로 인간관계의 집착 문제로 본다면, 남성의 경우는 욕망으로 보고 있네요.

그것이 성욕이든 식욕, 지식욕, 성취욕이든 거기에 빠져들면서 기분이 짜릿한데, 원하는 것이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좌절하게 되겠죠. 그럼으로써 자신을 괴롭힙니다. 

이렇게 보면 정기를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는, 남성을 위한 임신 잘하는 법은 혈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 마인드컨트롤 하라는 여성의 이야기와 결국 같습니다.  욕망에 따라 들떴다 가라앉는 그 간극을 좁히라는 이야기이니까요. 


임신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 무엇보다 마음을 편안히 합니다.

내 기대대로 그 사람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사소한 성취욕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런데

이렇게 하면 임신 준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실은 삶을 살아가는 내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몸은 다음 세대를 잉태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나를 살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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