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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위장이 약해진 것 같아요

사회적인 나와 위장병

기승전'일'

사업하는 친구와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는 한참 좋은 곳에 가서도 맛있는 걸 먹을 때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더군요. 그만큼 잘나간다는 증거이기도 했죠. 모처럼 여행을 왔지만, 자신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고, 자신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계속 생겼어요.

함께 다니면서 참 정신이 사나웠죠. 매우 덜 바쁜 상태라는데도 너무 바쁜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저러면서 여행은 제대로 하는 걸까, 이런 의심이 들었죠. 내심 그 친구가 자기를 잘 비우지 못한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3일이 지나고 집에 갈 때가 되어서 뜻밖에 말을 들었답니다.

“정말 제대로 힐링 하고 가네! 너무 좋았다!”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그 친구는 일에서 벗어나서 너무 좋았고, 3일 동안 마음을 비우니 머리가 맑아졌다고 했어요.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지 않아서, 자동차 매연을 맡고 돌아다니지 않아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서, 자신을 모두 내려놓은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와, 힐링도 사람마다 정말 다르구나…….’     

제가 보기에 친구는 전화나 메시지에 피드백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대화하면 기승전일로 끝나서 자신도 말하다가 웃곤 했어요. 몸은 사업장을 떠나 있어도 정신의 절반 이상은 일터로 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신이 거길 떠나 있어서 행복했다니? 자신을 잘 비운 느낌을 얻었다니? 뭘 비웠다는 거지?


저는 성공한 사람들의 불타는 욕망에 섬뜩해하며 놀라곤 해요. 은근히 그들을 욕망의 노예로 낮춰보기도 하죠. 오늘 먹을 만큼의 물고기를 잡고, 노래 부르며 사는 늙은 어부보다 더 마음이 가난하다며, 이렇게 넓은 마음(!)으로 생각하는 저를 약간 우위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얼마나 어리석은 고정관념인지요.

강한 헝그리 정신, 동시에 강한 성공 인자를 가진 사람은 자신을 불태우며 살지 않으면, 오히려 큰 불행을 느끼더군요. 제 눈에 불타는 욕망이지, 그 자신은 순수한 열정이니까요.

그러나! 그놈에 자존심이 문제지요. 어떻게든 상대보다 더 나은 점을 생각해야 마음이 놓이니까 말이에요.     


3차크라의 불균형, 자존감 대 자존심

지금 이야기하는 영역이 마니푸라(Manipura) 차크라입니다. 위치는 배꼽 주변부터 배까지고, 여기에 균형이 어려울 때 두려움, 위협감, 거식증, 과식증, 관절염, 만성 혹은 급성 소화불량이 나타나기 쉽지요.

감정적인 면에서 이 차크라는 신뢰, 자기 관리,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의사결정의 책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내 인생을 개척하며 산다는 강한 자신감이 이 영역에서 나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성공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 차크라가 활성화된 상태이지요.

이 차크라는 불(火)의 영역입니다. 음식물이 몸의 양분으로 화(化)할 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곳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잇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 비‧위장이 있는데, 동양의학에서도 비‧위장은 화(化)의 기능이 강조됩니다.  

마니푸라 차크라는 심리적으로 변화(化)가 키워드입니다. 이 차크라가 균형이 잘 맞으면 부모님에게는 듬직한 아들로, 회사에서 똑똑한 직원으로, 집에서는 좋은 남편과 아빠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쾌한 친구로서 페르소나에 따라 잘 변화하며 살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되죠. 내 인생 내가 개척하고 산다,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됩니다.

거꾸로 이 영역에 문제가 생길 때, 자존감이 아닌 삐딱한 자존심이 자라서 비위가 잘 상할 수 있어요. 비위가 약해지면 무기력해지고 생각이 많아질 수 있죠. 동양의학에서 비장이 담당하는 감정은 생각, 사색이거든요. 자존심이 상하고 생각만 많아지는지를 비위 기능으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둘러보면 공부, 취업, 결혼생활, 육아, 재테크, 취미, 심지어 득도(!)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하느라 너무 지쳐버렸거나 자신에게 실망하다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 마니푸라 차크라 영역에 관련한 주제입니다.

‘남들처럼 열심히’하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열심히에도 그릇이 있지 않나요? 타고난 소화력의 범위가 있어요. 그 범위를 아는 일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비위가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불태워야 한다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란 말씀이에요.

비위가 약하게 타고 났다면, 비위가 강한 사람과 비교하며 상처받는 프레임에서 나와야 합니다. 잘못하면 삐딱한 자존심만 자랄 수 있어요. 물론 비위가 강하게 타고 났다고 하더라도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야 하죠.


우리의 불편한 속은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참 멋집니다. 하지만 최선이라는 말 앞에 우리는 자주 걸려 넘어져요. 자기 제량을 넘어선 오버페이스를 스스로 알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인가 생각할 때도 있지만,

사람은 다 달라요.

잘나가는 누구처럼 되고 싶지만,

자기답게 가라고

그러려면 자기를 먼저 돌아보라고

 몸은 배앓이로 역류성식도염으로 거식증이나 과식증 등으로 가르친답니다.

더 잘하면 좋지만 지금도 괜찮다, 

빨리 가면 좋지만 내 속도도 괜찮다,

이 태도가 자존감과 비위 기능을 살려주는 비법(!)이자

몸이 알려주는 지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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