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검색어를 분석해보니, ‘숨 쉬는 것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최근에 어마어마하게 확대 재생산되었다고 해요.
SNS에는 미세먼지에 실제로 대비하는 방법과 관련한 키워드가 두드러졌다. 가장 빈번하게 출현한 연관어는 ‘마스크’였고, 이와 함께 ‘대기오염 정보’, ‘조회 서비스’, ‘농도’, ‘공기청정기’ 등이 눈에 띄었다.(《지금, 한국을 읽다》)
배영 저자는 기사와 SNS 데이터 추출 분석 결과, 미세먼지의 원인과 위험성, 그 구체적인 지식도 많이 공유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실제 공기 질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근 30년 중 1990년대 공기가 가장 나빴다고 해요. 우리가 숨 쉬기 힘들어한 시점은 2015년부터였는데 말이죠. 그때 마침(?) 뉴스에서 미세먼지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팩트와 인식 사이에는 늘 갭이 있습니다. 이 갭은 뭔가 생각거리를 던져주죠.
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겁내는 데 에너지를 많이 썼어요. 만나면 인사처럼 공기 이야기를 했지요. 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미세먼지가 두려운 대상이 되었어요. 물론 실제로 미세먼지가 별로 영향이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의심이 생겨요. 미처 거르지 못하고 폐부까지 침투하는 것이 미세먼지인지, 생각으로 증폭된 불안인지 말이에요.
이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예요. 공교롭게도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모두 폐와 호흡기 질환과 관련 있어요. 둘 다 마스크로 우리를 숨 쉬기 어렵게 만드는데, 거기에 과한 불안까지 더해서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마스크와 한 몸이 되는 시절을 지나면서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을 떠올립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행위 그 자체가 아니다. 행위에 대한 사사로운 생각들이다. 예를 들어 죽음이라는 행위 그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 실제로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실제로 두려운 건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라기보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일 때가 많지 않나요? 스스로 조심하면서도 쓸데없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두려움에 떨고 싶지는 않아요. 혹시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때문에 왠지 숨 쉬기도 불안하다, 숨이 짧고 얕아지지 않는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건강보다는 병에 초점을 맞춘 생각을 돌리면 좋잖아요.
“미세먼지 조심해!”
이는 병에 주목하는 것이죠.
“폐를 건강하게 하자!”
이는 삶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병보다 건강을 말할 때
이제 병보다 건강을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두려운 생각보다 내가 숨 쉬는 자체에 주의를 돌리면 어떨까요?
불안한 마음으로 숨 쉬면 호흡이 불안해지고, 불안한 호흡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정서와 호흡 패턴은 상호 영향을 미치니까요. 의식적인 호흡으로 감정과 자율신경계에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답니다. 우리에겐 릴렉스 하고 부드럽고 깊게 편안하게 숨 쉴 권리가 있어요.
동양의학에서 폐는 오장육부의 방패막이로 봐요. 이를 표현한 말이 화개(華蓋)입니다. 화개는 왕이 외출할 때에 수레에 씌운 덮개(큰 우산)를 말해요. 덮개처럼 장기의 가장 위쪽, 심장 위에 있으면서 다른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죠. 폐 기운은 피부와 털도 주관하는데, 이것도 몸의 가장 바깥에서 몸을 호위한다는 의미와 통하죠.
숨을 잘 쉬면 폐가 강해져요. 폐는 깊고 부드러운 호흡으로 강해질 수 있거든요. 다만 호흡은 폐를 운동시키는 건 아니에요. 흉곽을 벌리고, 쪼여주는 근육의 움직임으로 일어나죠. 그렇다 보니 호흡기관 주위의 근육이 굳어 있으면, 호흡을 깊고 부드럽게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어요. 무리해서 깊게 호흡하려고 하면 상기증이 걸려서 고생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단지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해서 호흡한다, 이 정도만 머리에 넣어두셔도 좋아요. 지금 몸 상태 그대로, 지금 숨 그대로, 마음이 편안해져 몸에 맞는 호흡을 몸이 알아서 하도록 그냥 내버려둡니다. 이렇게 고요하게 호흡에 마음이 머물 때, 불필요한 긴장이 덜어지면서 근육과 자세도 천천히 좋아질 수 있어요. 숨 쉬기에 주의를 기울이면 마음이 더 고요해지고, 숨은 더 부드러워지고, 폐의 건강도 더 좋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