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아 Oct 31. 2020

소리가 왜 그렇게 작아요?

내 목소리를 내며 산다는 것

인어공주와 목소리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인어라는 정체성을 포기합니다. 두 다리를 얻어 인간처럼 보이는 조건으로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아요.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립니다. 허나 외적 아름다움의 본질은 물거품일까요? 비너스가 물거품에서 탄생한 것처럼 그는 끝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죠.

동화 속 이런 상징은 꽤 재미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에 한정하지 않고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사회적 정체성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목소리를 잃어야 하지 않나요? 두 다리를 얻어 남들처럼 보이며 사회 속에서 걸어가려면 말이죠. 목소리를 어느 정도 잃어버린 대가로 남들처럼 걸을 수 있습니다.

목, 비슛다 차크라는 목, 갑상선, 기도, 경추, 입, 시상 하부, 치아, 잇몸 등에 관여합니다. 이 차크라의 불균형으로 오는 대표적인 병은 후두질환이나 갑상선 질환이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 암환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많다는 통계가 있지요. 어쩌면 이 사회화 과정에서 거세된 목소리와 상관은 없을까요?

목 차크라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그대로 선택해서 밀고 나가는 능력과 관련 있습니다. 한마디로 목소리를 내고 사느냐, 낼 수 있느냐를 돌아보게 하죠.      

제 소리를 낸 적이 있을까?

오래 전에 발성 코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어쩌다 프로 배우들 사이에서 끼어 한 달 동안 집중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제 목소리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어요. 우선은 내 본래의 음높이를 찾다가 음감이 없다는 새로운(!) 정보를 만났고요. 그나마 발음의 정확도는 봐 줄만 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았습니다.

“소리가 왜 그렇게 작아요?”

발성, 발음 코칭 선생님들 여럿이 바뀔 때마다 계속 같은 말을 들었어요. 언젠가 취미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비슷한 지적을 들었답니다. 오라소마 테라피를 받을 때도 목 차크라 문제가 나오더군요.

요즘은 수업을 많이 하지 않아 괜찮지만, 하루에 단체 수업을 세 시간씩 하면 마지막에는 꼭 목이 좋지 않았어요. 발성하는 습관에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감기가 올 때도 꼭 목감기로 오는 걸 보면, 또 엄마가 갑상선 암환자인 걸 감안하면, 아무튼 목 차크라의 에너지 흐름을 잘 체크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인가 봅니다.

목이 약하게 타고난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경적으로도 내 목소리를 내거나 목소리를 단련할 계기가 없었구나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상 거리에서, 자라서는 칸막이 안에서만 말해왔어요. 소리를 크게 지를 일도 없었고, 내 소리의 크기랄지 퍼지는 범위랄지 자각할 일이 별로 없었죠. 특별히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아니 생각은 가득한데 미처 말하지 못하며, 남들처럼 보이고 싶어서 목소리를 거의 죽여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인어공주처럼 인간사회로 걸어가고 싶어서 자기 목소리를 죽이는 것으로 대가를 치렀는지도 모르죠.      

목은 호흡과 음식을 받아들이는 통로잖아요. 동양의학에서는 이를 호흡은 하늘의 기운, 음식은 땅에서 나니까 땅의 기운 이렇게 봅니다. 그러니까 목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는 길목으로 보았어요. 이 때문에 목을 양기가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했지요.

양기란 무엇일까요? 《동의보감》 속 표현이 꽤 문학적입니다.     


“사람의 양기는 하늘의 햇빛과 같아서 사람이 양기를 잃으면 수명이 쉽게 꺾인다. 이것은 마치 하늘의 햇빛을 잃으면 만물이 발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목 차크라의 에너지 흐름이 좋지 못하면, 왠지 양기가 부족한 느낌이 있어요. 햇빛을 어느 정도 잃어버리는 것 같은 형국이에요. 그러면 사회적 소통에 크고 작은 어려움도 겪습니다. 목 차크라의 키워드가 ‘통(通)’이기 때문이에요. 피가 통해야 하고, 숨이 통해야 하고, 뜻이 통해야 하고, 말이 통해야 하며, 마지막엔 마음이 통해야 해죠.

뭔가 통하지 않을 때 목은 갑갑함으로 말을 합니다. 목에서 탁 걸려 있는 말은 무엇인지, 슬픔을 너무 참다가 목매이지 않았는지, 너무 좋아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도 가만 삼키기만 했는지 등등을 떠올려봅니다.

일상에서 내 목의 컨디션으로 양기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 살필 수 있습니다.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떠오르나요? 비명을 지르고 싶은가요? 큰 소리로 웃고 싶은가요? 지금 내 안의 통(通)에 주의를 기울여봅니다.          

이전 11화 안 슬픈데 눈물이 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