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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시선을 안으로 안으로

외부의 자극에 셔터를 내리고

시선을 안으로 돌리기

큰 병까지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아파서 병원에 다니다가 저절로 나은 경험이 있으세요? 여러 검사만 하면서 신경 쓰는 사이에 아픔이 가시고는 잊어버린 경험이요.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해준 처방이나 약(소염제, 소화제, 수면제 등)은 별것이 없었는데, 오히려 검사만 잔뜩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나았어요.

치유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몸은 균형을 찾고 싶어서, 통증이라는 카드를 던져요. 통증은 강렬하게 싫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나는 몸에 관심을 가집니다. ‘아야!’ 정도로 신호가 오면 비로소 바깥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 들여요.

내 시선은 언제나 남들 인생, 돈과 사랑, 인정받기, 온갖 세상사, 연예인 가십 등등을 따라다니죠. 그것은 매우 흥미로우니까요. 그런데 아프면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 있는 관심이 안쪽으로 돌아옵니다.

병원에서 애꿎은 검사들을 하면서 생각합니다.


‘왜 이러고 사는지…….’

‘그렇게 무리했나?’

‘뭘 잘못 먹었지?’

‘잠은 제대로 자나…….’


이렇게 스스로 일상을 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감정적인 변화도 일어나요.

일단은 기운이 별로 없으니 화가 덜나요. 화낼 힘이 부족하고, 또 막 즐거워할 에너지도 없죠. 절로 평정한 마음이 이어집니다. 식습관도 조금은 변화하죠. 아프면 술, 고기, 튀김, 매운 음식, 커피, 인스턴트 음식 들이 덜 당깁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간 시선을 나로, 내 일상으로 돌린 데에서 치유가 시작되어요. 내가 나를 보는 자체로 아픈 곳이 조금씩 나아집니다. 몸이 던진 통증이라는 강력한 카드는 이렇게 유용하게 작용해요. 여기에 처방약과 주사는 살짝 거드는 정도일 뿐이지요.

내 내면에, 내 일상의 습관 하나하나를 잘 보는 일이 나를 살립니다. 내 안의 일이라고 해서 이 걱정 저 걱정을 따라다니며 생각하는 게 아니죠. 앞날에 걱정이 많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되네, 다른 사람을 많이 미워하네 등등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마치 텔레비전 틀어놓고 보듯이 떨어뜨려 놓고 보면 내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내가 나를 아프게 해온 행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미묘한 마음 작용까지

더 깊이 들어가면 미묘한 마음작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예를 들어 실제 아픈 것보다 그것에 저항하고 짜증내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든가, 아프지 않은 순간조차 계속 나쁜 기분을 계속 쥐려 한다든가 같은 자기 마음습관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자기 관성을 아는 일은 어떤 치료보다 중요합니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박사는 7년마다 몸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음에도 ‘우리의 의식이 과거에 고착되어’ 어제와 같은 오늘의 세포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이때 의식은 마음의 동의어로 보아도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포를 만드는 우리의 의식이 과거에 고착되어 과거를 탈피하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은 패턴의 세포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다.(《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내가 내 운명을 만든다는 말을 세포 차원으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물리적인 몸은 7년마다 새로 변해 가는데, 생각은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다고 여기지 않나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나를 둘러싼 관계도, 사실 어제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이런 생각이 세포를 계속 예전의 나로 자꾸만 자가 복제하게 한다니 섬뜩하기도 하지요.

다행히 노스럽 박사는 ‘우리가 의식에 변화를 주면 세포는 자동적으로 변하며 삶까지도 바뀐다.’고 말합니다. 의식에 변화를 주는 건 무얼 말할까요? 

그건 어떻게 할까요? 

우선은 시선을 안으로 돌리는 것부터예요. 

내 몸-마음이 삶을 어떻게 대하며 사는지를 부드럽게 응시합니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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