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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몸 감각과 친해지세요

마음이 단순해지고 싶다면

복잡한 마음이 마음병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마음이 복잡해요."

"생각이 너무 많아요."

명상하러 오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단순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많이들 명상을 시작합니다.

예민한 마음은 때로는 몸의 통증으로, 때로는 '아 복잡한 내 마음!'으로 인지되곤 하죠.

복잡한 내 마음을 오래 묵히면 몸의 통증으로 번져갑니다. 부디 '복잡한 내 마음' 수준일 때 잘 알아보아서 호미로 문제를 막을 수 있기를요!


그러려면 마음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부터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자, 마음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복잡한 일이 생겼으니까!"

이렇게만 줄곧 생각해왔다면, 마음의 작동원리를 한번 알아봐야 합니다.

오감과 생각의 상관관계

마음이 어수선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보통 생각 때문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생각하기 싫은 생각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명상하면서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해보면, 오감과 생각과의 관계를 분명히 알 수 있어요.

평소에 눈 귀 코 혀 몸의 감각은 언제나 바깥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그 감각들은 포착되는 대로 브레이크 없이 익숙한 반응을 향해 내달립니다. 예를 들어 듣고 싶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소리는 '들려옵니다.' 이때 '소리가 나네' 하고 알고 끝난다면 마음이 복잡해질 이유가 없어요.

예를 들어 밖에서 찌지직 하는 소리가 나면 '누가 과자 봉지를 뜯는구나.' 하고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머릿속에 '과자 봉지'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연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과자와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치 브리핑하듯 나열되는데요. 이때 과자 봉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이 있다면 마음은 그 기억에 꽂혀서 관련되어 일어나는 생각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언가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생각 습관까지 있다면, 계속 부정적인 생각이 만들어내는 영상으로 마음은 기울어집니다. 귀에 꽂힌 찌지직 하는 소리 하나가 과자 봉지에 이어서, 이와 관련된 온갖 나쁜 생각을 경험하며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을 길들여야 해요

특별히 마음을 길들이지 않으면 감각 수용에 따른 반응은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지금부터 10분 동안 마음을 텅 비우겠어.'라고 마음먹고는 읽기를 멈추고 마음을 한번 비워보세요. 단언해도 좋을 만큼 마음은 결코 비워지지 않아요. 

아마도 끊임없이 오감이 포착되고 그것을 해석하느라 마음이 바쁘고, 관련 생각이 마구 날뛰면서 감정이 이리저리 자꾸 움직일 겁니다. 

명상으로 마음의 주의력을 한 곳에 두었다가 다시 거두는 연습을 반복해야 마음에 길이 들어요. 너무 나쁜 생각으로 너무 나쁜 감정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으려고 명상하는 겁니다. 명상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내 것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엄청난 무지 속에 살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명상을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마음이 내 것이 아니구나.' '마음먹는다고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구나.'를 비로소 깊이 이해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명상에 길이 들기까지는 오래 걸립니다. 상당한 인내심을 가져야 하죠. 많이들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시간만 허송하는 기분이 들고 별 소득이 없다며 포기하곤 합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솔직히 명상은 다른 공부와는 다르게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를 가슴 깊이 깨닫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명상이 대중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바람직한 명상이 대중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저는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손쉽게 개발된 명상 프로그램도 많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만, 자기를 직면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명상의 본래 목표로 나아가는 데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이는 너무 어려워서 아무나 못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진지하게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의지를 가진 사람이 솔직히 많지 않다는 뜻이에요.

명상은 내가 내 마음을 돌보고, 나아가서는 나와 세상에 이롭게 마음을 기울이는 연습이에요. 그것도 의사나 상담사가 도와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해야 하니 난이도가 높습니다. 스승과 도반의 도움도 받지만 치료받으러 가는 행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명상의 전 단계, 몸 감각 읽기

계속 명상하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까닭은 좌선 명상으로 자기를 직면하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 단계를 먼저 하자고 제안하기 위해서예요. 그 중간 단계는 명상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굳이 눈 감고 앉아 있지 않더라도 마음을 어느 정도 단순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 중간 단계란 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기입니다. 

몸 감각은 포착하기 쉽고 분명해서 특별히 집중력이 좋지 않아도 할 수 있어요. 걸을 때나 누워서나 틈틈이 일하는 중간에도 할 수 있죠.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오직 몸 감각(호흡하는 데 느끼는 감각까지 포함해서)에 주의를 보내며 가만히 머무르면 됩니다. 지금 몸에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감각에 귀를 기울이고 주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리저리 옮겨가 봅니다. 몸 감각의 하나인 호흡만을 가만히 볼 수 있다면 더 좋은데, 그것은 집중력이 많이 좋아지면 꼭 도전해보세요.

그보다 당장에는 몸 감각을 느끼다가 호흡을 바라보다가 자유롭게 놀이하듯 여기에 머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때 일어나는 생각에 주의를 잠시 뺐겼다가도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친절하게 주의를 몸 감각 쪽으로 돌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하루 중 틈틈이 하면 좋고 오래해도 해로울 것이 전혀 없어요.

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마음은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마음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이끌어요. 

또 사람들은 단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죠. 

자동으로 일어나는 생각들에 약간에 거리를 두고, 

나쁜 생각 쪽으로 기우는 마음을 

재빨리 몸 감각 읽기로 돌려봅니다.

아주 단순한 수행이지만 해볼수록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불가에서는 ‘불이라고 말하여도 입이 타지 않듯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처방전은 말이지 약이 아닙니다. 말로 된 처방전을 이야기 중입니다만, 약을 쥐고 먹기를 바랍니다. 자기를 살리는 선택은 결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단순한 지식과 지속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우 조티카 선사도 말했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면 마음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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