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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힘의 균형 생각하기

몸-마음에 대해 진짜 기억해야 할 것

힘의 균형

“힘을 빼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요가 하면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요가와 명상 이콜 이완은 아닙니다. 언제나 몸-마음을 이완하라는 게 아니고, 워워 할 때와 힘줄 때를 조율하라고 해요. 만약 빨리 가려고 서두르면 속도를 조정하라고 이르고요. 딴 짓 하며 쉬고 있으면 집중해서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죠.

그러니까 핵심은 균형인데, 아무래도 사회에서는 힘주기와 빨리빨리, 이런 스탠스가 흔하다 보니까 우리 몸-마음도 거기에 맞춰서 긴장해 있죠. 그래서 요가나 명상 하면서 ‘내가 이렇게 긴장이 많았구나.’ 하고 알아차릴 때가 많아서, 요가나 명상 하면 이완부터 떠올리나 봅니다.

그런데 내 몸-마음에 관해서 진짜 기억할 것은 힘을 빼라보다 힘을 조율하자입니다.     

《동의보감》〈내경편〉은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요. 왜 하필 몸을 나라에 비유했을까요? 우리가 체감하는 가장 큰 조직은 나라입니다. 

나라 안에서는 온갖 욕망들이 충돌해요. 힘에서 소외된 자, 힘을 견제하는 자, 힘을 쥐고 있는 자가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가장 큰 시공간 하면, ‘나라’부터 떠오르지 않나요? ‘나라’는 힘을 조율하는 공간으로 비유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힘의 조율이라고 하니 정치 이야기 같지요. ‘정치’ 하면 직업 정치인부터 떠오르지만, 힘의 역학관계가 정치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조직이든 힘을 많이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적게 가진 자는 불평등을 느끼며 이에 맞섭니다.

젠더 이슈도 결국 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문제잖아요. 자본가와 노동자의 문제도 마찬가지죠. 학교와 학생, 수도권과 지방, 주류와 비주류 등 일상 속에는 벌어지는 갈등은 이제껏 누가 더 힘을 가져왔는가, 이제 그 힘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할 때 벌어집니다.


힘의 견제와 충돌의 장

힘의 견제와 충돌은 우리 몸-마음에도 일어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근육만 보아도 원래 강하게 타고난 곳은 그쪽으로 더 많은 힘을 써가고요. 약하게 타고난 곳은 소외되어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삽니다. 그러면서 그쪽은 더 굳어가며 힘이 점점 없어지죠.  

이는 오장육부와 뇌에도 적용됩니다. 누구나 타고나길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가 있어요. 체질이라고 부르는 게 다 오장육부의 강약에서 비롯하거든요. 뇌도 어느 신경이 더 발달했는가에 따라 사고유형과 재능이 달라지죠.

마음씀씀이 역시 자기에게 익숙한 길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베푸는 걸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공정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걸 어려워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사람마다 타고난 몸-마음의 조건이 있고, 그에 따라 익숙한 대로 살면 약한 곳은 계속 약해지고, 힘의 불균형이 더 깊어질 수 있죠. 마음씀씀이, 뇌, 오장육부, 근육, 다 따로 이야기했지만 연관되기도 하고요.


사실 누구나 타고난 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불균형 속에 살아요.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이 불균형이 일정 범위를 넘어설 때 병이 됩니다.

해서 ‘지금 몸의 어느 곳에 힘이 집중되어 있나? 그 힘을 어디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은가?’를 몸-마음이 아플 때(그것은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신호니까요.) 삶에 뭔가 균형을 잃었다 싶을 때 던져보면 좋은 질문입니다. 


자세로만 예를 들면, 등이 굽은 채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몸을 활시위처럼 뒤쪽을 활짝 펴주는 자세로 균형을 잡을 수 있죠. 또 머리에 높은 지위를 내주고 살았다면, 몸을 움직이면 조율이 되겠지요.

배짱이 좋아서 밀어붙이기를 잘한다면, 숙고하고 사색하는 기술을 배운다든가, 가슴의 소리를 자주 따르는 사람이라면, 머리의 말을 새겨듣는다든가, 또 말을 잘하고 싶어 한다면 잘 듣는 쪽으로 주의를 옮겨볼 수도 있겠죠.

이렇게 내 몸-마음에서 힘의 집중과 이동을 생각하면, 탐구의 영역이 적지 않답니다. 몸의 왼쪽, 오른쪽, 위와 아래,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은 어디인가요? 심적으로 동정심, 인내심, 정의감, 자비심 등 중에 취약한 쪽은 어디인가요? 

지금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 힘을 어디로 이동하면 좋을까요? 

하타 요가의 탐구 영역은 그렇습니다만, 이것은 몸으로 마음까지 돌보려 하는 사람들도 가지면 좋은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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