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기 중에 가슴과 어깨가 유연한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가슴이 열렸을 때 평소보다 숨이 더 많이 들어오고 더 많이 나가는 걸 요가 동작 중에 느끼는데, 그게 참 묘합니다.
숨이 더 많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건 평소에 그냥 숨을 좀 길게 마시고 내쉬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평소에 숨이 드나드는 길이 코에서 목구멍까지 좁은 길로 느껴졌다면, 어깨와 가슴 쪽의 긴장이 이완되면 숨의 길이 매우 넓어집니다. 해부학 그림에 나오는 폐 모양까지는 아니어도 어깨 쪽도 숨이 들어가고 나옴을 느낍니다. 숨의 길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숨의 양도 많아지면, 마치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현상을 처음 겪었을 때, ‘아! 이래서 약을 먹는구나.’ 하고 바로 이해(!)했답니다.
체질이나 체형, 또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엔 가슴이 잘 열려서 숨길이 넓어진 날은 두어 시간 이상 각성된 상태가 유지되더군요. 기분이 좋고 피곤하지도 않고 감수성 지수가 아주 높아져요. 그런 날은 내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 잘 느낍니다.
아름다운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감탄을 많이 하고, 한편으로는 슬픈 것에 더욱 눈물이 납니다. 한마디로 감정에 매우 민감하게 돼요.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매우 기특한 마음이 절로 일어납니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닌 저로서는 참으로 낯선 상태이자, 매우 드문 그저 기쁜 상태에 빠집니다.
이 각성된 에너지는 비록 그 약발이 오래가지 않고, 너무 드물게 만나는 이벤트여서 원한다고 그리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다만 그 숨길 넓어짐, 황홀함을 계기로 숨에 관해서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숨을 잘 쉬면 자기 안에 사랑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약간 오글거리는데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아요. 사랑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은 진실입니다. 타인이나 다른 성취물에서 사랑을 구할 게 아니죠.
제 체형이나 생활습관 등을 보면 어깨가 굳고 가슴을 웅크리기 쉬운데, 요가 숙련자들은 계속 가슴을 펴는 동작을 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하죠. 처음에는 가슴이 펴지는 느낌도 모르겠고 아프고 괴로워서, 이걸 굳이 왜 하나 의심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 의심이 수년째 계속되어왔는데, 이제는 전혀 의심이 들지 않아요. 단지 제가 잘 안 될 뿐이죠.
또 최근에 책 쓰기를 몇 년째 하면서 도리어 전보다 가슴과 어깨가 굳고 말았지만, 가슴을 열어야 하는 이유과 그 가치를 명확히 이해했어요.
숨 쉬기와 사랑은 연결된다
숨 쉬기와 관련 있는 차크라는 가슴, 아나하타 차크라입니다. 신체적으로는 심장, 폐, 어깨, 팔, 순환 계통, 그리고 횡격막 부위입니다. 이 차크라에서는 심리적 키워드가 ‘무조건적 사랑’이에요. 이해와 연민, 용서 모두 이 사랑 안에 녹아 있습니다.
숨 쉬기와 사랑이 연결되는 셈입니다.
한 학생은 가슴을 여는 동작을 하다가 눈물이 갑자기 터져 나와서 실컷 울었어요. 나중에 무려 30년이나 지난 일이 떠올라서라고 말하더군요. 그가 초등학생 때 반 아이의 지갑이 없어졌는데, 자기가 교실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린 일이 있었대요. 뜬금없이 그때 당한 일의 억울함이 갑자기 터져 나왔답니다.
간지럼을 태우면 즐겁지 않아도 웃는 것처럼, 몸에는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는 반응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곳을 터치하면 다 큰 어른도 울고 말죠. 저도 가슴을 열다가 울컥 하는 감정을 만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나는 잊었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보면 묵은 감정은 가슴에 남아 있는 수가 많아요.
가슴을 웅크린 체형을 가진 사람이 가슴을 펼 때 이상한 감정을 느끼거든요. 가슴을 잘 펴면 평소에 우울한 사람이 갑자기 환하게 웃습니다.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편인데 괜히 울컥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이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았구나 하고 새삼 알게 되죠.
가슴을 여는 동작은 어딘가 산만한 사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도 해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계속 도망 다니고 있었다는 자각을 하면서 감정적 체기를 털어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가슴을 열어서 숨길이 넓어져 숨이 많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에요. 감정의 정화가 가슴을 여는 것으로 이루어지는구나, 신기하다, 그런 생각이 들죠. 묵은 감정을 잘 털어내면 깨끗하고 따뜻한 원래의 마음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런 상태를 가리켜 우린 사랑이라고 부를 뿐이지요. 그렇다면 가슴 차크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해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