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은 가운데를 가로질러 중심을 잡는 中자와 닮은꼴이에요. 가운데 중자를 잘 보세요. 뚱뚱한 입 구(口)를 꼬챙이 하나로 받쳐야 하죠. 절묘하게 균형을 취해야 팽이처럼 돌아도 넘어지지 않아요.
인정하기 싫지만(!) 생체 리듬으로 보면 삼십대 중후반부터는 중년입니다. 중년에는 허리둘레가 늘어나기도 하고 허리가 많이 아프기도 하죠.
이래저래 허리는 중년과 관련이 깊어요. 중심(中心)을 잘 잡아야 하는 시기가 중년(中年)이며, 중년을 몸에 빗대면 인생의 허리에 해당합니다. 허리 요腰자는 ‘허리’나 ‘중요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예요. 여자가 허리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을 그린 이 글자는 신장 콩팥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는데요.
동양의학에서는 신장의 기운의 허해지면 허리 통증이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신장은 몸의 정(精, 생명력을 담은 기본물질로 물에 가까운 상태)을 저장하고 관장하는 기관이에요. 한마디로 일과 연애, 취미를 정력적으로 해가는 힘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자기 정력을 너무 끌어다 썼다면 정, 몸의 물 기운이 부족해집니다. 그러면서 몸 전체의 물 기운을 관장하는 신장은 과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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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에서는 정력을 매우 보수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아껴서 쓰라고 합니다. 인생을 장거리 레이스로 보라는 이야기지요.
중년(다시 한번 인정하기 싫지만 삼십대 중반부터!)에 허리 통증이 만성적으로 있다면 곰곰 돌아보아야 해요. 혹시 지금의 허리 통증도 정력을 너무 당겨 써서 그런 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럴 때는 일부러 한 템포씩 쉬어가는 리듬을 만들면 좋을 거예요.
뱃심이 부족하면
물론 허리 통증이 꼭 내일의 체력을 오늘 당겨써서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근육학적으로는 뱃심이 부족하면 허리가 아프기 쉽거든요. 속복근이 허리를 비롯한 장기를 탄탄하게 감싸주지 못하면, 허리에 안전장치가 부족해집니다. 초콜릿 복근을 만드는 사람 중에 의외로 허리 아픈 사람이 꽤 많아요.
복근은 속에서 잡혀야 근육적으로(미학적이 아니라)는 맞지요. 모든 짐승의 배는 말랑말랑한 이유가 있어요. 그런데 겉이 복근으로 딱딱해지니 유동적이어야 하는 배의 움직임이 제한돼요. 배가 잘 못 움직이게 되니 고정되어 있어야 할 허리 쪽이 움직이게 되면서 통증이 오는 수 있거든요.
가슴을 웅크리면
또 하나는 체형상 가슴을 웅크리고 살면 허리가 아프기 쉬워요. 가슴을 펴지 않아 명치가 눌려 있으면 흉추 사이가 좁아지면서 척추의 끝, 허리 쪽에서 압박이 생깁니다. 컴퓨터를 많이 하고 스마트폰을 자주 보면 이런 가슴을 웅크리는 자세가 고정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허리 통증 예방 차원에라도 가슴을 잘 펴줘야 해요. 가슴은 앞이 아니라 하늘로 위로 펴야 하죠. 척추가 길어지는 느낌으로. 그러나 허리에 긴장은 들어가지 않을 만큼.
“야! 합격했어!”
“걔한테서 연락이 왔어!”
“대표한테 칭찬받았어!”
이 같은 뭔가 뿌듯하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자기도 모르게 가슴부터 올라가요. 나란 존재가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가슴은 활짝 펴며 웃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만들어지는 자세가 가슴을 잘 편 상태예요.
그런데 꼭 훈련을 통해서만 가슴을 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임시 처방으로 무엇을 보느냐도 가슴 펴기에 영향을 미쳐요. 가만 보면 아기들이나 화초, 동물 같은 누구나 웃게 되는 대상을 볼 때, 가슴이 무의식적으로 펴집니다. 시선을 어느 쪽으로 돌리며 사느냐가, 기분을 좋게 유지하며 사느냐가, 돌고 돌아서 허리에도 영향을 주는 셈이니, 참 묘하지요!
자세가 삶의 태도를 반영해
사실 허리병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몰라요. 대표적으로 신장의 기운 또는 체형의 문제를 살펴보았지만, 다른 요인이 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원인이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해도, 허리 건강법은 의외로 단순해요.
- 무리하지 않는다.
- 자세를 바르게 한다.
- 기분 좋게 산다.
네 이것뿐입니다.
말하고 나니 너무 심심할 지경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세를 바르게, 기분 좋게 하려면?
당장에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조금 전에 이야기한 가슴 펴기입니다.
요즘 가슴 펼 일 많이 있으신가요?
삼십대 중반이 넘어갔다며, 사실 가슴 펴고 웃을 일이 외부에서는 많지 않아요.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저절로 가슴이 펴지거든요. 그런데 이미 한참 전에 어른이 된 나를 누가 나를 많이 칭찬해줄 거며, 사랑한다는 말은 또 얼마나 자주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린 거기에 다 굶주려 있어요. 그래서 타인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가슴을 먼저 펴줌으로써 자기를 돌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