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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31. 2020

요새 OO에 꽂혔어요

출산과 창조성에 대하여

중독 시즌에 몸은 말한다

“오오 소크라테스,

육체적인 것이냐

정신적인 것이냐가 다를 뿐,

모든 인간은 출산을 합니다.”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가 출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이때의 출산은 아이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을 낳는 일까지 아우릅니다.

플라톤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잉태하기를 잘 하는 사람들’ 있답니다. 그런 사람들로 시인과 발명가를 꼽는데요, 그들은 지혜와 덕(wisdom and virtue)을 잉태하고 출산한다고 말해요.

신화에서도 미의 여신이 동시에 출산을 관장하지요. 예술 활동, 창작과 출산을 나란하게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요가이론에서도 마찬가지예요. 2차크라는 자궁·천골 쪽 에너지의 균형을 담당하는 이곳은 물(水)의 영역으로 부르거든요.

2차크라는 주로 성기, 장기, 방광, 그리고 척추에 위치합니다. 이곳은 임신출산과 함께 심리적으로 창조성을 담당하는 자리입니다.

이 영역의 에너지 불균형이 심해지면, 건강한 임신 출산이 어려워지고 하복부와 생식기 관련 전반의 질병이 생기죠. 심리적으로는 창조성을 잃어버려서 중독 현상이 나타나기 쉬워요.

중독과 몸의 발언

창조성을 잃는 게 중독 현상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창조성은 정신적인 출산과 관계가 깊습니다. 그것이 좌절될 때 길을 잃을 때 탈출구를 찾게 마련이에요.

세상이 재미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고, 내가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면 그걸 보상하고 위로해줄 어떤 대상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처음에는 마음을 달래주었던 무엇에 점점 중독되기 시작하죠.

2차크라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중독 현상에 어떤 약이 있을까요?

그 약은 정신적인 것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고민해서 손수 무언가를 만들어봅니다. 단순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시도해보는 거예요. 이런 행위는 임신 계획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합니다. 싱글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에는 더더욱 모든 인간은 출산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아요.


마침 동의보감 〈부인문〉에 출산을 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병증이 나오는데, 이것과 연결되는 내용이어서 소개할게요.

과부와 여승의 질병을 다루는 대목인데, ‘과부와 여승의 병은 보통 부인의 병과는 다르게 치료한다.’고 나옵니다. 오늘날 의사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여성 싱글들의 병은 기혼 여성과 다르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두 부류의 여자들(과부와 여승)은 혼자 살기 때문에 음만 있고, 양은 없으며, 성욕은 있으나 흔히 뜻대로 풀지 못하는 관계로 몸에 있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다투기 때문에 잠깐 추웠다 잠깐 열이 났다 하는 것이 온학(학질)과 같은데, 이것이 오래되면 허로(몸이 허해짐)가 된다.      


혼자 사는 여자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다투는, 기가 조화롭지 못한 상태랍니다. 이들은 ‘성욕을 억눌러서’, ‘하고 싶은 일을 뜻대로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고 보았어요. 지나치게 단조로운(?) 해석인가요? 잠시 나쁜 기분을 내려놓고 구체적인 증상을 한번 다시 볼게요.

바람을 싫어하고, 몸이 나른하며 금방 추웠다 금방 열이 났다 하며, 얼굴이 붉고 가슴이 답답하며, 혹 때때로 저절로 땀이 난다고 합니다. 또 오전에 정신이 흐릿하고 밝은 곳을 싫어하고 사람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오후가 되어야 괜찮아진다고 해요.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아프며 잘 놀라고, 조금이라도 일을 하거나 월경을 할 때는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적혀 있네요.

저런, 이는 창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직업병과 비슷해요. 이들에겐 정신적인 출산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요즘 무언가에 중독된 시즌을 보내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정신적인 출산은 잘하고 있으신가요?

우리 몸-마음의 어느 곳에서는 창조성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기울이면 좋을 주의력을 다른 쪽으로 써버리지 않는지,

한번 돌아봅니다.

대단한 작품 창작이 아니라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콧노래 부르면서 만들어낼 작은 것,

혹시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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