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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erhead Jul 17. 2024

내 시간의 주인은 내가 되기로 했다

긱워커? 1인 사업가? 프리랜서? 그 사이 어딘가

회사를 나온지 어언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창업을 했고, 두번째 창업을 했고, 다른 회사를 위해 일해도 보고, 지금은 알바를 하고 있다. 여전히 사업은 하고 있고, 다른 사업모델은 항상 구상중이며, 알바로서 여러가지 일을 경험해보고 배울 수 있어 즐거운 요즘. 새로운 스타일의 일 형태를 만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뭘로 먹고 사는지‘를 적게 되어 있다. 은행에서도, 공항에서도, 이 외 기본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뭐하세요?‘ 라는 물음이 당연하다. 그럴때마다 나는 당황스럽다. 한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사업자이기도 하고, 프리랜서이기도 하고, 알바생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하다. 이 모든걸 한 단어로 풀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나는 ‘프리랜서요‘ 라고 대답한다.


사실 이제는 누가 뭘로 부르던 상관이 없어졌다. 나를 사장님으로 부르건, 내가 일하는 회사의 직책으로 부르건, **님이라고 부르건, 학생이라고 부르건, 모든것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 모든것에 내가 해당되지만, 그 어떤것도 나를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것에도 귀속되지 않는다.

이러한 삶의 형태가 어떤것인가 하고 생각해보았더니, 몇년전 유행한 단어, ‘긱 워커 (Geek worker)’ 와 비슷할 수 있겠다 싶었다 (긱 워커는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일을 맡는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그러고 보니 매해 유명한 단어들이 있는것 같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N잡러가 유행이더니, 최근에는 디지털노마드, 솔로프루너 등이 유행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업무 형태 등에 대한 궁금증과 니즈에 따라 변화되는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에 가서 돈 많이 벌어야지‘ 라는 마치 바이블의 첫 줄과도 같은 문장을 어렸을때는 믿었고, 그 루트를 성실히 이행하는데, 왠지 내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 과정 중 ‘진정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에 대한 물음은 사치였고,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런 질문이 스물스물 올라올때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현실에만 집중해‘ 였으니.

그러나,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은 ‘현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것이므로. 그래서 오늘 내가 뭘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긱워커의 삶이 아닐까 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삶. 내가 선택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삶.


공유경제에서, 많은 ‘일’들도 공유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는 이를 찾고, 또 내가 남는 시간에 다른 사람의 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러 간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그리고 각각이 ‘주체’로서, 상하관계 없이, 그리고 갑을관계 없이 계약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건강한 편이다. 매여 있는 것이 없기 때문. 필요할때 도움을 주고 받기 때문에 항상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일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을 해주어서 고맙고, 일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일을 주어서 고맙다.


물론 이러한 계약을 기반으로 한 일들이, 완전히 단기적일수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가 맞다면 충분히 장기적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 결국 모두에게 자신의 생활에 가장 알맞는 일들을 찾고, 그것을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인것 같다.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의 다른 장점은, 본인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같은 경우, 오전에 가장 머리가 맑으니 생각해야 하는 일들은 주로 오전을 쓰고, 오후에는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회사를 다닐때에는 출퇴근 지옥에 외근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든것도 당연히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식 노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나의 부모님과, 내 주변의 사회는 바람직하다고 말해왔으니, 그의 영향을 받아 나도 그것이 가장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지식노동자의 타이틀을 내 명함처럼 꼭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에는 그것에 목 매지 않으려고 한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굉장히 뿌듯하다. 물리적으로 뭔가를 해내는 일은 즉각적인 보상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를 준다. 이것을, 내가 지식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때에는 많이 느끼지 못했다. 특히 재택근무로 대기업 회사일을 할때에 허한 느낌이 가장 컸는데, ’내가 이렇게 일만하다 죽더라도 아무도 모르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비로소 나는 그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이 났던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몸은 움직이도록 태어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로 정신노동자, 육체노동자를 명확히 구분해왔다. 육체노동을 하대하는 문화에서 어떻게든 지식노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지만, 육체노동을 하며 깨닫는 자연스러움과,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유대감, 내가 오늘 나를 먹일수 있게 일했다 라는 정말로 원시적인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에 더해, 육체노동을 하면, 잠을 잘 자고 살이 찔 일이 없다. 계속 움직이니까! 이것이 바로 생활근육!

오늘은 참 여러가지 개념을 짬뽕시킨 글을 쓴것 같다. 결론은, 어느정도의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의 조합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조화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다. 정신 노동자라면 마당에 식물을 키워보거나, 몸을 움직이는 알바 또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육체 노동자라면 책읽기/글쓰기, 유튜브 등을 함으로서 몸과 마음의 ‘일’ 의 균형을 맞춰보는 게 어떨까,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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