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원이 Sep 02. 2024

고졸, 성인용품 브랜드 CEO가 되다

고졸이 스타트업에서 억대보상을 받는 임원이 되기까지#10

#15 Giver(기버)가 되어라


나는 베푸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의 부탁으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소개받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역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 중 하나는 큐피스트의 '안재원' 대표였다.


지금은 타투가 더 많아졌다 (브랜드가 많아짐)


자기 팔뚝에 회사의 '미션'을 새겼었고, '로봇과 사랑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세상' 을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진지하게 하고 다녀 굉장히 멋있었다


그러나, 내가 느낀 안재원 대표의 첫인상은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나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무례하다고 느껴, 안재원 대표를 미친 X 마냥 물어뜯듯이 조목조목 따지며 언쟁을 했었었는데. (사실 별내용 없는 말싸움이었다)


그 과정(?!) 이 인상이 깊었었는지, 다음날 굉장히 솔직한 모습에 감명이 깊었다고 혹시 본인이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마치 싸우고 난 후, 매너를 표하는 파이터들처럼



첫인상은 무례하였으나, 본인도 기분이 나쁠 상황에 이렇게 먼저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인상이 깊어 일단 들아나보자고 한번 만나게 되었고 , 거기에서  안재원 대표의 사업에 대한 진정성과 그리고 간절함이 강력하게 느껴져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로봇과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인이 전개하는 사업이 어떻게 이 과정으로 가는지에 대해서 눈을 반짝이며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로봇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하드웨어(성인용품)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하고, 현재 대한민국에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본인의 회사에서 신사업으로 이제부터 풀어보려고 한다는 이야기하였음

안재원 대표 로봇과 사랑하는 세상 인터뷰 -> 여기에 나온 내용들을 주로 이야기하였음


그 이후, 안재원 대표와 사업을 담당하는 팀원들까지 소개를 받고 1년 넘게 관계를 이어 나갔었다.


그는 내가 만났던 어떤 사람들보다 순수하고 솔직했으며, 미션드리븐을 가장 잘하는 대표였다.




S사를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우연일까?
안재원 대표에게 갑자기 연락할 일이 생겼었다


만나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 건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재원 대표는 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보더니, 돌아오는 주말에 한번 자기의 사무실에 놀러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주말에 큐피스트 사무실에 찾아갔다.
안재원 대표는 나는 자회사 대표로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
조건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큐피스트 입구에 있는 보드



내가 그전까지 받았던 어떠한 조건들보다 좋았다.

그 이유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들만 넣었기 때문이었다.


Exit 했을 때 유의미한 양의 스톡옵션, 그리고 직전연봉 대비 15% 인상된 현금보상,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대출 문제도 해결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단, 내가 1년 동안 달성해야 하는 과제들의 난이도는 높았다.
+ 틈틈이 자문을 해주며 사업의 상황은 대략적으로 파악은 하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막상 실체를 까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어려운 난이도의 사업이였음


내가 맞추기만 하면 앞으로 안정적인 S사인가
불안정하지만, 큰 기회를 가져갈 수 있는 큐피스트인가

(당시 큐피스트는 성과 미달성 & 문화에 안 맞으면, Off-boarding을 굉장히 잘하는 조직이었음)


결정은 빠르게 내렸다.


1. 미션드리븐을 굉장히 잘하는 조직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
2. 컨설팅하며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업을 키워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
3. 그리고 거절하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보상제안까지


나는 S사를 나오고, 큐피스트 자회사 'Loma'의 임시대표로 합류하게 되었다.






#16 사업과 조직을 먼저 이해하라


이미 운영이 되고 있는 팀 리더로 합류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임시 대표'라는 타이틀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대표'와 동일했으니 부담감은 상당했었다.


조직에서의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건, 조직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난이도가 정말 높다고 볼 수 있다.


큐피스트 조직에서의 기대감은 얼마나 높았을까?


출근 첫날, 팀원들에게 안재원 대표와 준비했던 올해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팀원들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반발하였고,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었다.



'아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내가 실수를 한 건가?'




팀원들과 첫 미팅을 끝내고, 안재원 대표와 온보딩 섹션을 가졌었다.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내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마'

답은 명쾌했다.


대부분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시니어들의 온보딩이 가장 크게 실패하는 이유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빠르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본인이 성과를 만들었던 프로세스를 강력하게 적용하려고 한다.


기존 팀원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통해 사업을 키워왔는지에 대해 깊게 이해하지 않는다,

기존 팀원들이 어떻게 팀워크가 발휘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존 팀원들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지적하며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있었던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시니어들이 나갔던 이유들은 항상 다양했지만 보여준 행동들은 모두 동일하거나 비슷했다.


나도 다른 시니어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는 성과도, 팀원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 조직과 팀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걸 1순위로 생각을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만 했었음)


당연히 Loma 팀원들과 처음 합을 맞추며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 꽤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화를 내거나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는 편이었다면 이게 팀원들과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데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하여 예전의 나의 모습을 철저히 지우는데 집중을 하였다.


나는 이전 조직과 같이 업무만 단순히 지시하는 리더가 아닌, 함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리더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큐피스트에 들어왔었고)


업무 외적으로도, 팀원들과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떤 팀원과 친해지기 위해서 해보지도 않았던 게임을 배워서 같이해보기도 하였고,

흡연자인 팀원들과 업무 외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어 끊었던 담배도 다시 시작하였다.

밤새 진탕 술을 먹기도 하고, 팀원들이 참여하는 사내동아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였음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팀원들을 직접 보기 위해 움직이기도 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뭔가를 보여준다'를 의식하지 않았으나, 결국 '뭔가를 보여주긴 했다'


합류하고 난 첫 분기에 우리들의 매출은 전분기 월 대비 3배 이상 성장 하였다.


그들을 이해를 하기 시작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근거를 함께 설정하고, Loma의 방식에 맞는 성장 전략을 세우고,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말 밤낮 안 가리고 일했던 결과였다.


1년간 존속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사업에 강력한 성장 발판이 만들어졌다.


표정 피라고, 팀원들이 캡처해서 보내준 이미지





#17 필요한 인재를 정의하고, 채용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


처음 Loma 팀에 합류하였을 때, 일주일도 안되어 마케터가 나갔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나의 명성(?!)을 지인과 안재원 대표에게 듣고 핏이 잘 안 맞는다 생각하여 도망간 것이다. (성과주의로 팀원들을 압박하고, 잘못하면 내보낸다는 이상한(?!) 소문을 듣고 겁에 질려있었다고 함)


기존 팀원들은 당연히, 그 마케터가 '나' 때문에 나간 거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강력하게 원했다.


참고로, Loma 팀의 마케터를 채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1. 성인용품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성인용품에 관심이 1도 없는 마케터가, 과연 좋은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2. 기존에 사용하던 퍼포먼스 마케팅 채널들을 이용 못한다
(여가부 & 방통위에 규제 + 각종 광고 플랫폼들의 광고 규제가 매우 힘듦, 성과를 못 내면 잘못하면 커리어 무덤이 되겠는걸?)
3.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로마팀의 자체적인 규제 하핳)


오롯이, 성인용품 시장에 대한 혁신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이 회사에 합류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전에 마케터는 어떻게 채용을 한 것이냐 물었는데, 모회사인 큐피스트에 지원한 마케터에게 연락을 해 로마팀에 합류 제안을 했다고 한다)


팀원들이 나에게 처음으로 내려준 퀘스트에 머리가 혼잡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 성장 전략에서의 마케터의 역할을 뾰족하게 정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Loma의 매출은 뉴스기사에 노출이 돼서 고객들이 브랜드 검색어를 치고 들어오거나,

커뮤니티에 화재가 되어 브랜드 검색어를 치고 들어오거나,

판매하는 성인용품 브랜드들을 검색해서 우연히 유입되는 경로 총 3가지 경로가 있었다.

(퍼포먼스 채널은 항상 벤을 당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우선 제외)


그때, 여기에 경쟁업체들이 생각보다 SEO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발견하여,  우리가 SEO 콘텐츠만 잘 만들 수 있다면 고객들의 유입들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SEO를 단순히 유입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있을까?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매출을 만들 수도 있다.


답은 나왔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케터는?  SEO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


채용공고를 열심히 작성했고, 공고를 업로드하였다.
그러나, 역시나, 채용공고에 지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채용공고의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같은 기간 올렸던 큐피스트 마케터 지원자들은 엄청 많았음)


팀원들은 언제 마케터가 채용되냐고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채용공고만 올려서는, 제 때 채용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 채용을 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닐 계획을 세웠다.


이전에 큐피스트에 최종합격을 했지만 합류를 안 했던 마케터부터 싹 다 다시 연락을 드리고 집 앞까지 찾아갔었다.


그런 갖은 노력을 통해 2명의 후보자가 선정이 되었었지만...

성인용품에 대한 벽은 높았다, 오퍼 단계에서 모두 합류를 하지 않았다.


오퍼단계에서 거절된 나의 마음을 대변한 이미지


이유는, 모두 커리어에 대한 문제...

(성인용품 산업군에서는 본인들이 가진 무기들을 100% 활용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거절)


성인용품에 관심이 있으면서, SEO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군대에서 우연히(?!) 봤던 맥심이 생각이 났다.



군대에서 본 그 맥심 맞아요 :)


맥심은 성인 콘텐츠를 다루고 있고, 필력 좋은 에디터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은 맥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일매일 원티드와 리멤버 아웃바운드 서비스에서 맥심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필터링하고 계속 찾아다녔다.


몇 명을 찾아내어, 정말 모든 간절함을 담아 한번만 만나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제발 한 번만...)


한 명이 수락을 해주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사무실까지 찾아와 주셨다.


커피챗 후 진정성이 닿았던 걸까, 그녀는 채용전형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채용전형을 무사히 마친 그녀는, 오퍼를 수락했고 Loma 팀에 합류하였다.


그녀의 이력서에는 마케터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케터였다.





Loma 팀이 완성이 되었고, 이후 1년 동안 우리는 별의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우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인원은 합류하기 전 그대로 나를 포함하여 6명을 유지하였다)


1년도 안되어 안재원 대표가 제시했던 최종목표의 1.5배 정도의 목표를 달성했고, BEP 또한 달성하였다.


약속된 1년이 되자 안재원 대표는, 굉장히 행복해하며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월간 전체 미팅에서 발표하고 있는 중



그러나, 나는 오퍼를 거절하였다.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을 시켰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단기간의 성장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나는 이 브랜드를 영속할 수 있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


팀원들과 회사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정말 이 성인용품 프로덕트를 좋아하는 걸까?
이 회사의 미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비전을 이루고 싶은 걸까?


안재원 대표의 미션과 비전은 너무나도 멋있지만, 그건 나의 미션과 비전이 아니었다.


30대가 되었던 나는, 나의 길을 이제 찾아 된다는 걸 직감하였고,

붙잡는 대표와 팀원들을 뒤로 한채 큐피스트를 떠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머리가 크고 나서 알려주는 3줄 인사이트>


1. Giver(기버)가 되어라

- 대부분의 기회는 내가 베풀었던 호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 내가 풀어내는 호의는 말 그대로, 받을 걸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잘해주는 것이다.

- 힘든 순간이 왔을 때, 항상 내가 무엇인가를 줬던 사람들이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줬던 경험이 꽤 많이 있다.

- 생각보다 기버들에게 기회가 많이 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2. 사업과 조직을 먼저 이해하라

- 반복적으로 하는 이야기


3. 필요한 인재를 정의하고, 채용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해라

- 채용을 하다 보면, 일에 치이다 보니 남들이 하는 정도로만 준비해서 채용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의 채용은 실패로 마무리된다.

- 현재 조직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역할부터 정의해라, 두리뭉실하게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면 두리뭉실하게 일 못하는 사람을 채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 경영의 핵심은 좋은 인재들을 잘 쓰는 것이다, 채용에 대해서 대충 아무나 뽑아서 쓰겠다는 것은 경영을 대충 아무렇게나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P.S 큐피스트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게 저엉말 많은데,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미래의 저에게 에피소드를 맡기겠습니다...!!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1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2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3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4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5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6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7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8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9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10편]

[고졸의 스타트업 임원 도전기  11편]

매거진의 이전글 1년만에 100억 매출을 만든 기업에서 기여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