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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의 공간 Mar 18. 2023

큰 일을 앞두면 오히려 그만두고 싶어진다.

설령 그게 나에게 좋은 일이라도 말이다.




업무시간, 급한 일을 끝내놓고 잠시 쉬던 중이었다. 검색창에 ‘누와 후기’ , ‘혼자 누와’ 라는 키워드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블로그 후기 중 누와가 별로였다거나 불편했다거나, 혹은 치안이 위험했다거나 하는 글은 나오지 않았다. 전부 좋다는 후기뿐이었다.


참 이상했다. 예전에는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는 후기를 일부러 찾아보면서 부러워했는데, 막상 날을 잡으니까 무르고 싶었다. 괜히 사이트에 들어가서 취소 수수료도 찾아봤다.


이용하기 10일 전에만 취소하면 100% 환불 가능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그토록 원했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까 가기 싫은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그러다보니 굳이 혼자만의 시간을 어딘가에서 자고 와야만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번에도 혼자 오후 반차를 내고 가보고 싶던 카페에 다녀왔다.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평일 대낮에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책 하나 챙겨서 커피 마시고 오는 별 거 없는 시간이었지만 정말 소중했다.


그러니까, 이 누와 숙소를 취소하면 카페를 20번은 더 갈 수 있는 금액이 생기는 것이었다. 혼자 카페 가는거나 혼자 숙소 가는거나 크게 차이가 없지 않을까. 둘 다 돈을 지불하고 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건 맞으니까.



갈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순간이었다.


띠링-


회사 메신저로 다음달 연차 관련하여 업무 체크 부탁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모니터 옆에 있던 달력을 꺼내서 다음달로 넘겨보니 누와로 놀러가는 날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다른 업무 관련 동그라미와는 확연히 차이나는 크기와 굵기였다. 심지어 별표도 쳐놔서 모르는 사람이 봐도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아마 이번에 누와를 취소해버리면 연차를 무르거나, 무르지 않는다면 유명한 카페 한 군데 다녀오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아니면 집에서 누워만 있을 수도 있겠지. 또 비슷한 일상을 보낼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묘하게 권태로웠다. 예전에 친구가 해주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아무리 좋아하는게 있어도, 그걸 해본 경험이 없다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아. 그래서 우리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 돼. 그래야 나중에 뭘 하든 머뭇거리지 않는 어른이 되는거야."


친구의 말처럼 나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고, 이제와서 그걸 시도하려고 하니까 자꾸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냥 취소해버리면 앞으로도 절대 혼자 새로운걸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에 도전하는걸 머뭇거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달력을 내려놓고 현재 하고 있던 업무 관련된 마감 날짜와 현재 업무 현황을 메신저로 보냈다. 


'현재 진행하는 업무는 날짜대로 마감하겠습니다. 연차도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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