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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의 공간 Mar 26. 2023

원래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왜 항상 sns 사진과 현실은 다른 거죠?




이번 역은 경복궁, 경복궁 역입니다.  

   

무거운 백팩과 쇼핑백을 들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아직까지는 내가 혼자 여행을 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며칠 전부터 신중하게 검색하며 짠 계획표를 들여다봤다. 누와의 체크인 시간은 4시부터였고, 지금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점심 겸 후식으로 디저트를 먹으며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글도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주말이었다면 시끌벅적했을 지하철역이 사람들 발걸음 소리와 교통카드 찍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한가롭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카페는 역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었다. 출구로 나오니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셨다. 게다가 더웠다. 아직은 초봄이고 밤산책을 할 예정이라 혹시 몰라서 두께감 있는 코트를 입은 게 후회되었다. 무심코 코트를 벗으려다가 무거운 백팩과 한 손에 든 짐이 신경 쓰여서 그냥 입기로 했다. 무턱대고 벗으면 짐이 될 것이다.


시간대가 마침 점심시간이라 한 손에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많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러 나온 그들의 옷차림과 다르게 나는 두꺼운 코트와 커다란 백팩, 긴 삼각대가 삐져나온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왠지 나만 이런 옷차림인 것 같았다. 모두 가벼운 옷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천천히 걸으며 옆사람들과 떠들고 있었다. 평소라면 나도 목에 사원증을 걸고 있었을 텐데. 괜히 허전한 목에 손을 갖다 댔다. 왠지 나만 눈에 띄는 것 같아서 쇼핑백이라도 안 보이게 등 뒤로 숨겼다.


괜히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목을 쭉 빼고 앞을 쳐다봤다.

  



버스에서 내리고 조금만 걸었더니 금방 카페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터넷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잠깐 멍하니 서있자 사장님이 혼자 왔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무 곳이나 앉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진으로 봤던 느낌과 너무 달랐고, 무엇보다도 노트북이나 책을 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sns에서 봤던 건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른 공간을 마주하니 당황스러웠다.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한적한 카페가 있던 게 기억나 빠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내 햇빛이 절정에 다다랐는지 머리 바로 위에 있었고 정수리가 뜨거웠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햇빛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어떤 길을 어떤 방향으로 가도 등과 정수리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저절로 인상을 찡그리게 됐다. 마침내 아까 봤던 카페에 도착했으나 문이 닫혀있었고 불도 꺼져 있었다. 문 앞에 작은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아주 가까이서 봐야만 보이는 작은 글씨로 내부 사정으로 오늘은 영업을 안 한다는 멘트가 쓰였다.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백팩을 내려놓고 손에 든 쇼핑백을 던지듯 바닥에 떨어뜨린 후 코트를 벗었다. 아까보다 훨씬 시원했지만 길고 두꺼운 코트 덕분에 짐이 더 늘었다. 뜨거운 햇빛을 받은 코트는 아주 뜨끈뜨끈했다. 소매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설상가상으로 이 거리에는 햇빛을 가려줄 만한 긴 지붕이나 나무가 없었다. 긴 한숨과 함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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