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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Mar 09. 2023

아무거나 주워먹고 병에 걸린 마리와 나

음식은 모든 병의 근원, 모든 치료의 해결법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뿌시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헉, 현관 앞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놔뒀었던가? 그 안에는 반 넘게 먹다 남아서 버린 짜파게티가 가득 들어있다. 그걸 마리가 뒤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너, 너, 안돼! 욕실 안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워기를 뿌린 채로 소리를 질러봤자, 봉지 뒤지는 소리는 계속 들린다. 이 새끼! 욕설이 튀어나오자 뿌시럭거리는 소리는 오히려 다급해졌다. 결국 뛰쳐나가 갈색 면 한줄기를 물고 있는 아이와 대면했다. 홀딱 벗고 길길이 날뛰는 내 모습은 얼마나 추했을까? 마리는 딴청을 부렸다. 퉤, 뱉는다고 뱉은 줄 알겠지만 면은 아직 그 아이 턱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 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었나. 입 주변이 밤색으로 변한 마리가 짠하기도 하고 웃프기도 하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다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 수 있을까? 살려고 먹는 게 아니라 먹으려고 산다는 말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나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제한한다면 그건 형벌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요즘 평소에 매일같이 먹던 모든 음식을 모조리 패스하고 있다. 요즘 난, 무서운 형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여태 나는 운동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믿었었다. 뭘 먹더라도 액티브하게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고, 오히려 기분 좋고 맛있게 먹는 음식은 몸에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접하게 된 음식에 관한 의학적 정보는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라는 책을 쓴 김훈하 약사는 본인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직접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음식이 모든 병의 근원이자 또 모든 치료방법의 핵심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인간의 몸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음식 다섯 가지로 붉은 고기, 설탕, 밀가루, 우유(성인의 경우만)와 우유를 가공하여 만든 모든 음식, 가열한 식용유를 꼽았는데, 사실, 막연하게는 알고 있던 정보였으나, 이 모두를 제한한다면 ‘도대체 뭘 먹고 살란 말임?’ 게다가 이 음식들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것들이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설명하는 그의 책과 유튜브는 막연했던 지식에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입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모든음식들이 몸에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명, 염증이 몸에 축적되면 만성염증이 되고 각종 통증에 시달리는 몸은 암에게 빨리 와서 자리 깔고 누우라고 부추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꼴이라는 설명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암에 걸리기 전, 나는 잦은 두통과 디스크 통증, 만성피로에 시달렸었다. 그리고 또 다시 만성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그는 내 귀에 대고 당장 식단 조절하라고 소리지르며 혼을 내는 것만 같았다.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 또한 혈관을 막히게 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그 맛있는 고기가 말이다. 그의 책과 영상은 나 같은 인간들을 충분히 각성시킬만한, 풍부하고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로소 햄버거와 짜장면 같은 음식을 두고 정크푸드라고 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의 건강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음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는 식단을 제한하고 있다.비록 몇 주 되지는 않았지만, 살겠다고 이를 악 물고 실천 중이다. 문제는 고기, 빵, 설탕, 우유, 버터 등등을 먹지 않다 보니 매일 배를 곯는다는 사실이다. 각종 채소와 해물류, 씨앗 유지, 검은콩과 두유,  삶은 달걀, 등을 추천하고 있지만 오마이갓, 이 중에는 정말 돈 주고 먹으라고 해도 먹기 싫은 음식들이 천지인걸?    


 마리의 가슴에 아기 주먹만하게 자라난 지방종 또한 음식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리는 단백질 알러지를 갖고 태어났다. 고기와 생선을 먹일 수가 없으니 알러지케어 간식이라도 실컷 먹으라고 매일 한웅큼씩 간식을 건넸던 행동이 마리의 병을 키운 원인이 되었던 셈이다. 수술받고 고통스러워 하는 마리를 보고 얼마나 죄책감이 들던지. 엄마와 함께 벽에 머리라도 찧자고 할까.(엄마가 간식폭탄을 날린 주범이니까.) 뭔가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사람은 설명으로 인지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지만, 마리는 이 모든 처방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매일 주던 간식을 끊고 과일과 채소를 준다면 그 아이는 차라리 단식투쟁을 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마리가 사는 인생의 낙은 보호자와 노는 일과 간식 챙겨먹는 일인데, 그 아이가 가진 절반의 기쁨을 빼앗아야 한단 말인가,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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