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렇게 쓰지 마세요.

서평의 격

by 나단 Nathan 조형권

서평단에 지원해서 책을 받으면, 가끔씩 출판사에서 동봉한 짧은 메모를 발견한다. 주로 책에 대한 요약, 해시태그 가이드, 서평단 지원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주를 이른다. 그런데 얼마 전 서평 도서가 도착해서 책을 펼치니, 좀 특이한 가이드가 적힌 메모가 눈에 띄었다.


다른 출판사의 메모와 마찬가지로 어느 사이트에 서평을 올릴지와 서평 완료일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 그 밑에는 ‘서평에 들어가야 할 내용’, 그리고 ‘잘못된 서평 예’가 있었다.


약간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꽤 중요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전달한 것 같았다.


먼저 출판사에서 제시하는 서평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2. 기억에 남는 한 문장(사진 1장 이상), 3.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800자 이상), 4.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사실 서평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바로 3번이다. 책을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 즉 느낌과 생각을 쓰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2번과 같이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을 남기면, 나중에 서평을 읽을 때, 책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서평을 읽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반면, 1번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4번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다소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도 포함시키면 ‘서평’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평은 다소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서평을 쓰는 목적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는 ‘이타적’인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면, 나의 인생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책을 읽고, 매일 운동을 시작했다면 정말로 책이 ‘귀인’인 셈이다. 책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운동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변하지 않던 내가 책을 읽으면서 변하게 된 셈이다.


이 출판사에서 보여준 ‘잘못된 서평 예’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식화했다.


“1. 글만 있고 사진 없음. 2. 사진은 많으나 글이 적음(400자 이상), 3. 기억에 남는 문장 발췌 내용 없음, 4. 책 내용만 있고 느낀 점이 적음”


KakaoTalk_Photo_2021-06-19-13-23-43.jpeg 출처: ㄷ 출판사 가이드


솔직히 1번은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나를 위한 서평인 경우에 한해서다. ‘내 돈 내산’으로 쓴 서평이기 때문에, 철저히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위한 서평을 쓰면 된다.

하지만 서평단에 지원해서 ‘무료’로 책을 제공받았다면, 책의 홍보를 위해서 글에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사진의 첨부도 필요하다. 서평단 활동 규칙도 각양각색이지만, 내가 활동하는 서평단에서는 사진은 3개까지 한정한다. 사진이 너무 많으면, 글에 집중할 수 없고,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제시한 2번이 그 좋은 예다. 사진만 잔뜩 있고, 글이 별로 없는 경우다.


3번의 기억에 남는 문장의 발췌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이 부분도 선택사항이기는 하다. 하지만, 줄거리와 느낀 점만 있다면, 왠지 글에 생동감이 없다. 밋밋한 느낌도 들 수 있고, 역시 가독성이 떨어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평은 어느 정도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심하면 안 된다. 특히 서평단 활동을 통해서,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경우는 ‘암묵지’를 따르는 편이 낫다.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나에게도 책을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도 종종 권유한다.


보통 내가 서평을 쓴 경우에는 5개 ~ 6개 정도의 문장을 인용한다. 아무래도 서평 분량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출판사에서 권장하는 800자 이상의 3배 정도, 2,400자 수준(A4 용지 2장)으로 서평을 쓴다. 따라서 인용 없이 줄거리나 느낀 점만으로 글을 끌고 가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글이 지루해질 수 있다.


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서평단의 이점이지만,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따른다. 2주 내에 서평을 써야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서평을 써야 한다. 물론 어떤 분은 이런 것에 개의치 않고, 대충 서평을 쓰시는 분들도 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조금 심한 경우도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방법을 몰라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출판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비록 책을 공짜로 주는 혜택이 있지만, 아무래도 출판사는 서평단의 눈치를 볼 수 있다. 괜히 안 좋은 소리를 했다가 오히려 서평이 엉망이 되고, 심지어 안 좋은 평을 쓰는 사람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필요한 잔소리’를 해줘서 오히려 서평에 대한 가이드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물론 계속 이런 잔소리를 들으면, 기분은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나름대로 500편 이상 서평을 쓴 베테랑(베스트는 아님) ‘서평러’라는 자부심(?)도 있기 때문이다.


서평은 독후감이나 감상문처럼 지극히 주관적인 것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책을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평가를 써야 하는 행위다. 물론 평가를 주로 하기보다는, 책을 소개하고, 나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실행 방안을 풀어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서평의 격이라고 생각한다.


photo-1586253633232-8161270c5b6e.jpeg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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