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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1. 2023

나이로비 : 시내 관광

칠십에 떠난 아프리카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나이로비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혼자 시내를 가겠다고 하자 민박집 주인이 가는 길에 중고품 시장(Toy Market)에 대려다 줄 터니 구경하고 시내 다녀오라고 해서 민박집 차를 타고 얼마 멀지 않는 곳에 있는 토이 마켓에 갔다. 


아침이라 시장은 비교적 한산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바나나 파는 가게에서 손가락 바나나 한 송이를 샀는데 다 먹지 못하고 나머지는 가게 주인에게 주었다. 그리고 한 가게에서 아프리카 용 전기 플러그를 100실링에 구입했는데, 질은 민박집에 있는 것보다 좋았다. 귀국할 때 민박집에 주고 왔다. 


거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어제 갔던 도심 거리에서 사진도 다시 찍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였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신용카드 현금 인출 문제였다. 그래서 어제 들렸던 은행(Equity Bank) 현금인출기에서 1,000실링 인출을 시도했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내가 아프리카 여행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최초이자 마지막 시도였다. 


신용카드 현금 인출을 확인하고 나니 큰 문제가 풀린 듯했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어제 갔던 시청 맞은편 KICC 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빨간 꽃이 활짝 피어있는 가로수도 렌즈에 담았다. 


아프리카에서 사람 사진을 함부로 찍어서는 안 된다. 내가 시청 맞은편의 빨간 꽃이 핀 가로수를 찍으려는데 마침 그 옆에서 청소를 하던 아줌마가 내 카메라가 자기 쪽으로 향해진 것을 보자 손을 저의며 사진을 찍지 말라는 의사를 표시해 얼른 카메라 방향을 돌렸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관광객이 내게 의사도 묻지도 않고 사진을 마구 찍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도 먼저 사전 동의를 구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모델료를 요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다만 상인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가게에서 물건만 팔아주면 포즈도 취해주고 같이 찍자고도 한다. 리빙스턴에서 이런 경험을 하였다.



나이로비 도심은 대낮에도 사람들이 길거리에 죽 늘어져 앉아 있는데, 그 가운데를 지나려니 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실업자들일 것이고, 시골이나 도시 빈민가에서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이 바로 관광객들을 노리는 우범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이로비 관광을 안내하는 인터넷에도 도심에서는 강도와 절도 사건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니 도심지역은 특히 야간에 다니지 말라는 것과 귀중품을 걸치고 다니지 말 것. 그리고 사람들이 예기치 않게 접근하거나 친절하게 대하면 주의하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은 사 먹지 말고 반드시 병에 든 생수를 들라고 한다. 


나이로비 사람들은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는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걷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버스 요금은 대략 40실링인데 이는 대략 50센트에 해당한다. 하루 왕복 버스를 타면 1달러, 한 달이면 30달러. 2012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820달러에 불과한 그곳 서민들에게는 실로 적지 않은 액수라 할 수 있다. 


나이로비에서 시내버스를 타면서 특이하게 느낀 점은 버스에 서 있는 승객이 없다는 점이다. 나이가 듬직한 중년 남성인 버스 차장들은 정류장에서 좌석이 빈 숫자만큼만 승객을 태우기 때문이다. 그들은 탈 승객 수를 외치거나 손가락으로 표시를 한다. 그리고 승객이 타면 요금을 현금으로 받는다. 또 하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성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좀 편안한 좌석이 비어도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버리고 자리를 쉬 옮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잽싸게 자리를 바꿀 텐데. 


나이로비 도심의 높은 빌딩과 번화한 거리 그리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들과 세계적 브랜드의 상품광고, '녹색 도시'에 어울리는 공원과 가로수 그리고 쾌적한 주택가, 그리고 정장을 한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현대적 대도시인 것만은 사실이다. 엘지와 삼성전자 광고와 대리점 간판이 시내 곳곳에 걸려 있고,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 일제 도요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선전 광고도 요란하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820달러로 세계 200개 국가 가운데 171위인 케냐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의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도 극심한 부조화를 이룬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하나의 이유는 부가 수도인 나이로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70%인 농민들이 거주하는 지방과 수도인 나이로비 간의 빈부격차가 극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치 북한의 평양과 지방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다음 하나는 비록 산업이 전반적으로 발달하지는 못했지만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의류, 식품, 음료, 건축자재 등 소비제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발달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파리의 도시답게 케냐의 관광 사업은 주로 나이로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은행, 호텔, 쇼핑센터, 교통, 음식점, 여행사 등 서비스 산업이 주로 나이로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국가의 공공기관이 나이로비 도심에 위치해 있고, 외국 공관은 물론 각종 국제기구도 나이로비에 있다. 이들 기관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들은 나이로비의 온난한 기후와 현대식 시설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면서 높은 수준의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겠다. 



앞으로 나이로비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서 체류하기를 나는 권고하고 싶다. 나이로비 시내의 호텔을 비롯한 공공시설은 경비가 삼엄하다. 심지어 대형 쇼핑센터 들어가는데 몸수색을 할 정도이니까. 


나이로비 시내 관광은 이걸로 마치고 내일은 아침 일찍 빅토리아 폭포 관광을 위해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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