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0. 2023

이제 출발할 일만 남았다

칠십에 떠난 아프리카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일정을 짜고 필요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마치고 나니 남은 일은 여행용 가방에 넣을 휴대품을 챙기는 것과 외국에서 언제든지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준비해두는 것, 그리고 필요한 현금을 환전하는 것이었다.


먼저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특별히 물건이나 의류를 새로 사지 않고, 기왕 사용하던 것을 가지고 가서 여행 끝날 때는 그곳 사람들에게 주고 온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짐이 되는 침낭이나 등산용 스틱은 현지에서 렌트해서 쓰기로 하였다. 다만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사파리를 위해 헤드 랜턴은 도봉산 등산로 입구 노점상에서 싼 것으로 구입했다. 1만 5천 원 정도 준 것 같다. 배낭 카버도 하나 샀다. 5,000원. 현금과 여권 등 귀중품을 휴대하고 다니는데 안전하고 편리한 소형 가방도 하나 샀는데, 현금과 여권은 물론 카메라 휴대폰 필기구 안경은 물론 휴지까지 넣을 수 있어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휴대품과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산소통 문제다. 6년 전에 킬리만자로를 다녀온 동기생 장민소 부부를 초대해 점심을 하면서 킬리만자로 트레킹 자문을 구했는데, 그 자리에서 동기생 부인이 산소통을 준비해 가면 정상에 오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리고 하면서 자기는 고산증에 포기하려고 했는데 동행하던 중국인이 산소통 호흡을 시켜주어 정상까지 문제없이 올라갔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길로 청계천 3가의 소방기구등을 파는 상점에 가서 산소통 있냐고 물었으나 대답은 모두 노였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의료기기 파는 곳에서 산소 캔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한 통은 너무해서 세 통을 주문했다. 가격은 세 통에 22,000원. 택배로 받아보니 통이 모기약 스프레이 통보다 더 길고 컸다. 그래서 3개는 안 될 것 같아 하나만 화물용 가방에 넣었다. 그 후 이메일에서 항공권 티켓을 다운 받아 보니 산소 캔은 화물 금지 품목에 들어 있지 않는가? 그래서 현지에서 구입할 생각으로 민박집 사장에게 이야기 했다. 그러니 알았다는 대답이 왔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위한 등산 장비 문제다. 킬리만자로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한겨울 등산할 때 갖추어야 방한복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짐이 힘들면 포터를 한 사람 고용하면 된다. 싼 것이 인건비니까. 포터 인건비가 하루 10불인데 5일이면 50불. 그런데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는 50불, 내려오는 데는 25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확인해 볼 일이다.


솔직히 나는 킬리만자로 등산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그만큼 준비도 소홀히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킬리만자로 등산을 주선하는 여행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체크해 보았더라면, 또한 인터넷에 올라온 경험자들의 이야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우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도 장민소 부인이 방한 방수 등산옷 꼭 챙겨가라고 신신 당부해서 방수 방한 외피 상의와 방한 오리털 내피는 챙겼다. 장갑은 처음 스키용 장갑을 찾아 가방에 넣고 보니 너무 부피가 나가 빼내고 겨울 외출용 장갑에 지하철에서 파는 털장갑을 넣었다. 그런데 막상 밤에 정상 도전에 나섰는데 손이 시려 마치 동상 걸린 듯한 마비증세가 왔다. 한국 단체관광 온 사람들은 핫 팩을 지참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 나이로비 민박집 사장에게 서울에서 뭐 가져갈 것 있으면 휴대하기 가볍고 값싼 것으로 부탁하면 내가 선물로 가져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마음을 써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면서 부담되지 않으면 신라면 1박스만 부탁한다는 답신이 왔다. 


그래서 신라면 1박스를 사서 화물로 부칠 가방 속에 여기 저기 쑤셔 넣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기왕 선물하려면 박스로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서 다시 1박스를 사서 공항에서 항공화물로 보낼 작정으로 별도로 휴대했다. 공항 카운터에서 추가 화물로 부치려고 하니 16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난감해 하는데 그 직원이 그냥 기내로 들고 가라고 해서 기내 휴대물품으로 지참하였다.


이 라면 덕에 1회 30달러 하는 민박집-공항 택시비 2회를 면제 받았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았고, 아프리카 체재 동안 필요할 때 부담 없이 라면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서양식으로 말하면 


"기부 앤드 태이크", 우리식으로 말하면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70 고개를 넘은 우리 나이에 장거리 해외여행을 하려면 제일 먼저 건강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특히 각종 풍토병이 우려되고,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아프리카 여행은 더욱 건강과 체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질병을 고려해 챙겨가야 할 약도 많게 된다. 평소 복용하는 약 뿐만 아니라 설사와 복통 약은 물론 감기약도 준비해 가야하며 안약, 피부약, 수면제, 피곤할 때 먹을 타이레놀도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품이지만 나는 가져는 갔으나 사용은 하지 않았다.


건강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여행경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1일 간 아프리카 여행을 하자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예약 신청했던 여행사의 아프리카 7개국 배낭여행 1개월 경비가 400만 원 정도로 나와 있었다. 1개월 해외여행치고 경비가 많이 드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꼼수가 발견된다. 5개국 비자 비용(300달러), 항공유류 할증료는 불포함 사항이고, 호텔비에 포함된 식사(주로 조식)를 제외한 하루 두 끼 식사는 개인 비용으로 사 먹어야 한다. 게다가 사파리 및 각종 투어 비용으로 2,000-2,500달러가 소요된다 한다. 아마 이것은 최소 비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700만원이 훨씬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결론이다.


나의 아프리카 21일 여행 경비도 대략 이 정도 들었다. 경비 지출 내역은 아래와 같다. 여기에 여행 준비 비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 인천-나이로비 왕복 항공권 : 2,229,500원(유류할증료 공항세 포함)

▲ 나이로비-리빙스턴 왕복 항공권 : 928,400원

▲ 나이로비 민박집 예약금 : 300,000원

▲ 사파리(마사이마라+나쿠루) 3박 4일 : 600달러

▲ 킬리만자로 트랙킹 : 1,475달러

   예약금 1,200불+장비대여 25달러+가이드외 3인 팁 200달러,+산소 발생제 50달러

▲ 숙박료 : 317달러

  나이로비 민박집 : 157달러=420달러(60달러X7일)-263달러(예약금)

  공항-민박집 택시비 : 30달러X2회=60달러

  리빙스톤 호텔비 : 100달러

▲ 4개국 비자비 : 200달러

▲ 입장료 : 85달러

   나이로비 박물관 : 15달러

   빅토리아 폭포 입장료 : 잠비아 20불, 짐바브웨 50불

▲ 기타(식비, 기념품 구입비, 쇼핑, 택시비, 기사 팁, 가이드 팁) : 323달러


총계는 한화 3,457,900원, 미화 3,000달러가 들어간 것이다. 요즘 환율로 1달러에 1,140원이라 할 때 우리 돈으로 3,420,000원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6,877,000원이 아프리카 21일 여행경비로 사용된 것이다.


환전은 집사람이 달러로 예금해 둔 2,500달러를 찾고, 500달러를 추가로 환전해서 총 3,000달러를 가지고 출국했으며, 돌아와 보니 70달러 정도가 남았는데, 이것은 집에 있던 달러를 가지고 간 액수와 비슷하다. 그러니 정확히 3,000달러를 아프리카에서 쓴 셈이 된다.


거액의 여행경비는 한 달 100여 만 원의 용돈을 쓰는 나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여행을 생각한 것은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년 봄 미 서부 여행 다녀와서 남은 2,500달러를 은행에 예치해 두었는데 여기에 기대를 걸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집사람이 그 돈을 쓰라고 선뜻 응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동의가 아프리카 여행의 필수조건이다. 


퇴직하기 2, 3년 전부터 1년에 데략 한 두 차례 해외여행을 다녔다. 집사람이 친구들과  가까운 동남아나 중국 등으로 몇 차례 다녀온 단기 해외여행을 제외하면 항상 집사람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 혼자 해외여행을 그것도 낯설고 위험하다는 아프리카를 가자니 당연히 집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봉급이 은행통장으로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금전 관리 문제를 집사람에게 일임한 나로서는 집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여행경비를 마련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집사람이 토를 달지 않고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여행경비는 말할 것도 없이. 만일 집사람이 허락하지 않았거나, 마지  못해 억지로 허락했더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포기했거나, 떠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인들 즐겁게 하겠는가?


이렇게 해서 나의 아프리카 여행 준비는 모두 끝나고, 이제 출발하는 날만 남았다.


To be continued


(여행 준비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