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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커피 Sep 05. 2022

5. 정말 무경력도 신입으로 뽑나요?

제가 뭘 모르는 건 맞는데, 간접 경험도 한계가 있잖아요

풋내기 취준생으로 8월에만 총 4번의 탈락. 서류를 준비하고 면접을 준비하며 취업에 쏟는 에너지는 고갈되어 간다. 현직자 선배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신입에게 실질적인 업무 경험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데, 내 역량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가도 '경력'이 아닌 '역량'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정말 실무경험이 문제가 아니라면 이젠 새로운 전략을 세울 때다!


1.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력서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1편)

2. 도대체 나에게 맞는 직무가 뭘까? (2편)

3. 모두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한다 (3편)

4. 내가 인턴 면접에 떨어진 이유 (4편) 




우왕좌왕 취준생의 가장 큰 문제: 스스로를 모른다


8월에만 총 4번의 탈락이 있었다. 스타트업, 대기업, 중견기업... 정말 골고루 지원해서 탈락했다. 스타트업, 대기업에 차례로 서류 합격 후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했던 중견기업 서류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세상 어디를 뒤져도 도무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스타트업에 지원해 한 시간 동안 면접인지 회사 소개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비지원 부트캠프도 떨어졌다. 경쟁률이 치열했단다.


8월 내내 탈락의 연속을 경험하니 연속적인 서류 합격 후 '이제 나도 되는 건가?'라는 기쁨은 잠시,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길래 자꾸만 실무진 면접에서 탈락하게 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문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도대체 왜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은 걸까?



내 역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까지 나는 그냥 내가 서비스를 특허로 내 봤고, 프론트엔드 조금 알고, 화면 그려 본 적도 있으니까 뽑아달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득이 안 되는 것이 당연했다.


대기업 직무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면접관에게 '당신의 포트폴리오 내용이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이랑 별 관련이 없다'라는 코멘트와, 그럼에도 신입에게 바라는 것은 실제 경력이나 툴 사용 경험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건지, 그래도 너는 아니라는 건지. 솔직히 후자 같았지만 당시 나는 굉장히 억울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도 열심히 했고, 나름대로 신규 서비스에 대해서도 공부했는데 결국 다 물거품이 되었구나 하는 서글픔도 함께였다. 한동안은 답이 '결국 내게 실무경험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이 직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고, 전공도 경험도 전혀 다르니 면접관이 날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획자도 기획은 기획을 해 봐야 안다는데 내가 혼자 무슨 수로 기획을 알고 협업을 경험해?!'라는 다소 반항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쪽은 내가 아닌가. 이대로 취준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현직자 온라인 클래스도 신청해보고, 직무 부트캠프도 신청했다. 개발자, 디자이너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스쿨에도 지원했다. 이 중 하나라도 나에게 도움이 되겠지, 삐딱함과 간절함을 담아서.



내 모든 경험이 의미 없지는 않다: 어떻게 연결 지을까?


현직자 라이브 클래스를 들으면서 '대충 알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내 이야기를 질문할 시간이 있었다. 전공과 활동들이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 왜 서비스 기획자를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면접관이 강한 의문을 가져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스스로는 실무경험이 없어서 자꾸만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멘토님의 생각은 달랐다.


"꼭 실무경험이 있어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경력이 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활동들을 직무역량과 잘 연결시켜서 설득하시는 신입 분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현직자들의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 내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자들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서비스 기획자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획자로 '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 말고, 정말 기획자로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역량 말이다. 그동안 그저 지식으로 내 머릿속을 떠돌던 정보들이 하나하나 착착 정리가 되어갔다. 지금까지 내가 '필살기(feat.면접왕 이형)'라고 생각했던 특허출원 경험이나 코딩 경험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내가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것이 서비스 기획자로서 나의 태도와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떤 역량을 기를 수 있었는지를 설득하는 것이 나의 역할인 것이다. 그냥 면접관들이 알아서 '이 활동을 했으니 이런 능력이 있겠군~'하고 알아봐 주길 바라서는 아무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소서를 갈아엎기 시작했다.


https://youtu.be/2D1LsFPkcFs  |  일단 되고 생각할게요


1. 협업 능력


서비스 기획자에게 필요한 협업 능력은, 단순히 프론트엔드 좀 알고 웹사이트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으니 말 좀 통한다 수준에서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현업 부서에서 무언가를 요청했을 때, 그것이 비즈니스 방향과 맞는지도 고민해야 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반대에 부딪힐 때 기준을 가지고 방향과 개발 범위를 정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문서로 정리한 뒤 '이대로 만들어요~' 하고 던지고 내빼는 것이 아니라 상세 기획 전부터 어느 정도 유관부서에 요청사항과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비스는 기획자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협업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프로야구단 팬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각 부서의 업무 역할과 서로 다른 성과 지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완성된 이벤트 기획을 보며 그것이 어떻게 절충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고객(현업 부서)의 니즈가 서로 다른 경우, 구단에게는 어느 쪽이 더 이득일까를 고민해보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를 느끼면서 이것을 최대한 기획자의 역량과 연결 지어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2. 서비스에 대한 이해


실무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 우리 부서와 지원 직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인가를 충분히 어필하는 것이다. 결국 서류전형도 면접을 위한 것이니만큼 지원동기 부분에서 확실히 도메인(해당 산업 영역)에 대한 비전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서비스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회사의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보고 고객의 관점, 기획자의 관점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어떤 점이 좋은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도메인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해 갔지만 서비스 자체를 탐색해보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해보고, 어떻게 되면 좋을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었다. 아마 이런 부분들이 서비스 기획에 대한 역량 부족으로 보였을 것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의 경우에는 어떻게 탐색해야 할까? 내 방법은 이랬다. 우선, 회원 가입 후 최대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탐색해 본다. 그리고 최대한 써 본다. VoC를 수집하기 위해 검색 엔진과 앱 스토어 리뷰를 뒤진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FAQ에 검색해 보고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본다. 탐색을 통해 '이건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고객의 니즈나 기획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게 된다. 드디어 '기획자'의 관점에서 뭔가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것도 역기획일까?)


https://api.semanticscholar.org/CorpusID:11406190   |    연구와 실험은 트러블슈팅의 늪


3. 지금까지 해온 일(연구)로 직무에 기여할 수 있는 것


내가 들었던 수업들과 연구 인턴십, 대학원에서의 경험들이 나의 어떤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특허명세서와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 아는 대로 써 놓은(!) 많은 문서들을 읽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씨름했다. 이것을 기획자의 역량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시장을 파악하고 조사하는 능력과, 기존 서비스 파악을 위해 과거의 정책문서를 통해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음을 어필할 수 있다. 신입이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려면 우선 기존의 서비스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타인이 작성한 문서의 핵심을 파악해 이 서비스가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고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습하는 것은 기획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기획 문서 양식은 통일된 것이 아니고 개개인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신입에게는 여기에 익숙해지는 것부터가 숙제다. 글과 도면으로 설명된 어떤 복잡한 절차와 기술 문서를 읽어냈던 나의 경험이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로 인사이트와 가설을 도출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또다시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기획에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기획자의 기획에는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를 탄탄히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데이터다. 기획자뿐만 아니라 마케터 등 여타 비개발 직군의 경우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는 것을 필요 역량으로 내세우는 추세인데, 비록 의미 없어 보이는 데이터들과 씨름한 적이 더 많을지언정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데이터 기반 사고와 분석 역량이 나에게 탑재되어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진짜 이건 된다'라는 생각이 드는 자기소개서가 완성되었다.


다음 편에는 내가 서류를 준비하며 B2B 서비스를 어떻게 파악하고 공부(?)했는지를 담아보려 한다.

좋은 소식과 함께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맨땅에 헤딩하는 취준일기> 6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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