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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Mar 14. 2024

같은 말, 다른 느낌

'좋은 나' 준비할게

"GOMU, 이제 쉬어요." 혹은 "쉬고 있어."

뭘 자꾸 쉬라는 건지. 최애씨의 말이나 메시지 끝에 쉬라는 인사가 돌아올 때면 속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알고 있다. 최애씨의 쉬라는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너무나 알고 있다. 육퇴 전 나의 썩은 낯빛을 봐서일 수도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주부라는 직업에 나는 소중함이나 감사함, 자부심을 이따금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피드백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최애씨에게 고과를 달라고 요구한다. 고과는 상여금이니까. - 'GD', 'VG' 그런 거 말고 오직 'EX'만 받는 답정너이다. 최애씨는 '급여' 또는 '상여금'으로 나의 오래된 월급 통장에 매달 신선한 공기를 제공한다. - 역시 치료는 금융치료가 으뜸이다. 그거면 됐다. 말은 가끔 엇나가 입맛을 떨어뜨려도 하나라도 잘하면 되었다.

"오빠, 쉬라는 말도 고마운데 대신 다른 말로 바꿔보자. 바꿀 때 된 거 같은데."

그의 장점은 본인이 개선해야겠다는 말과 행동이 있다면, 수긍이 된다면, 같은 반복은 하지 않는다. 다만, 말을 해줘야 안다. -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삭이는 나지만,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올 때면 '불평의 힘이란 위대할 때가 있다'를 확인한다. 

그 뒤로, '운동하세요' '유투 (You, too.)'로 부부의 대화는 건강히 변화했다.


경미한 교통사고로 요 며칠 한방병원에 통원 중인 내가 걱정되는 최애씨는 막걸리를 한 병 다 비우고 말한다.

"안 되겠어. 우리, 애들 재우고 나가서 뛰자. 너 너무 약해서 운동을 시켜야겠어."

저녁 약속이 많은 최애씨가, 일어서면 튀어나온 배 때문에 발끝을 몇 년을 못 본 그멋지게 말한다.

"응. 오빠는 술만 줄이면 배가 들어갈 텐데. 그래도 식단조절해서 유지하는 것 같다. 하하."

나의 걱정을 씩 웃어넘겨버리는 최애씨나 나나 똑같다.  -그는 술을 마실 때, 밥은 먹지 않는 맞춤 식단을 진행 중이다. -

 

우리의 공지






   초중학년이 된 오복이에게 첫 6교시의 날이 밝았다. 점점 좁아지는 엄마 다리 위에 굳이 올라앉아 안아주고 토닥인다. 멋진 표정과 진지한 목소리로 다른 때(까불 때)와 다르게 이야기한다.

"엄마, 나 오늘 처음으로 6교시해서 2시 10분? 20분? 에 끝날 거예요. 나 때문에 힘들었으니까, 오팔이 등원만 시키고 다른 거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계세요. 움직이지 마요. 알겠죠? 푹 쉬어야 돼요. 회복해야 돼요."

'아, 우리 오복이가 이따 또 병 주려고 미리 약을 주네.' 럼에도 그 약은 달콤해서 마음에 오래 머금고 싶었고, 에 펼쳐질 질병에 마취제 역할을 하길 바랐다.


그에 질세라, 오팔이가 오빠에게 자랑한다.

"오빠, 이제 엄마 조금 덜 힘들어질 거야. 왜냐하면! 오늘부터 식판 하고, 수저통 안 가져가거든. 엄마 설거지 줄일라고 수저통도 따로 안 가져가기로 했어."

팔짱 끼고 또박또박 도도하게 말하는 폼이 다 큰 언니다.

"아이고, 고맙다. 덕분에 엄마가 일이 줄었네." 어색하게 호들갑을 떨어본다.

 엄마의 리액션에 만족하며, 듯해진 아이의 어깨는 점점 더 솟아오르고, 턱과 입꼬리도 함께 올라간다.



  "엄마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하지 마. 빨리 내려오길 바라."

아이가 올 시간이면 다짐을 백만 번 한다. 마음에 새겨지게 못질을 하듯 수만 번 되뇐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웃으며 잘 다녀왔냐 인사 후, 꽉 안아주며 사랑을 전해야지. 잘하든 못하든 어떤 상황이 와도 안기면 꼭 안아줘야지. 시뮬레이션도 몇 번을 돌려본다.



@unsplash


오복이는 왜 변함이 없는 것인가. 아이와 다름없이, 어찌 나도 변함이 없는 것인가.

입만 웃고 있었나 보다. 선한 아이의 눈에 엄마의 분노 게이지가 보였나 보다. 아이는 서둘러 달려가 엄마가 좋아하는 향수를 주위에 뿌리기 시작한다. - 다섯 가지 감각 후각이 감정과 가장 친한 감각이라는 것, 좋은 향을 맡으면 6초 만에 기분이 좋아지고, 나쁜 냄새를 맡으면 3초 만에 기분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솔루션을 행하는 아이다. -

향 때문인지, 부지런히 이 상황을 대처하는 아이를 봐서인지 눈을 감고 향을 느끼며 바로 이너피스를 찾는다. - 참으로 단순한 엄마다 -



   같은 말과 행동이지만 내 과 마음의 컨디션에 따라 눈과 귀에 입력되는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결국은 나의 내면의 청력이 문제였고, 시간이 지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미안함과 후회, 반성의 시간들은 오롯이 내 차지다. 사랑을 온전히 흡수하는 나의 마음터를 다져야함을 매번 느낀다.

모든 사람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때때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달팽이 엄마, 달팽이 '어른이'.

두 타이틀로 다른 매일을 연습하며, 인생의 언덕 위에 내리는 비를 견디며 오르고 있는 것 같다.

무지개를 보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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