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무겁게 뱅글뱅글 돌았다. 내딛는 발걸음의 방향은 나의 의지를 무시한 채 앞이 아닌 좌측에서 또 좌측으로 걸었고, 결국 주저앉았다. 아이들은 몸 개그하는 엄마에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 짧은 시간이었고, 하루를 건강히 보냈다. 다음날 같은 일이 일어났고, 병원에 가야 해 어지러움을 버티며 겨우 샤워를 했다. - 꼭 해야 했다. 그대로 나가면 안 될 꼴이었다. - 구토를 하면서도, '엄마'가 아닌 회사 간 '오빠'를 불러가며 정신을 붙들어 매는, 혼잣말을 대단히 잘하는 내가 웃겼다. 또, 엄마를 찾지 않아 엄마가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도 했다. - 집 앞으로 택시를 불러 5분 거리의 미리 검색해 둔 이비인후과에 찾아간다.
이석증이다. 보호자의 손에 의지한 채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같은 증상인 듯했다.
왜일까. 병원에 도착하니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다시 한번 내 몸을 느껴봤지만 온데간데없다. 분명 아팠는데, 이러다 꾀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 별생각을 다한다. 물안경 같이 생긴 물건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기도, 고개를 흔들기도 해가며 눈동자의 움직임을 촬영한다.
어지럼증 원인
70-80% 이상의 원인은 귀에 있는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전정신경의 이상이나 염증에 있다.
1. 말초성 어지럼증 - 귀이상
2. 중추성 어지럼증 - 신경계 이상
3. 내과적 어지럼증 - 혈압/빈혈
4. 심인성 어지럼증 - 스트레스/우울증
어지럼증 증상들
빙글빙글 도는 느낌, 핑 도는 느낌, 체한 것처럼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림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아프지 말아야 오래 본다'는 최애씨는 엄마 건들지 말라는 카톡메시지를 오복이에게 남긴다. 그리고 전문가는 믿지 않는 그는 건강검진을 예약한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나름 일찍 온 최애씨를 안고 너무 무서웠다며 종일 참았던 눈물이 터졌고, 자고 있던 오팔이는 아기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엄마처럼 단숨에 몸을 일으켜 엄마 등을 토닥인다.
- 엄마와의 점심 약속, 엄마는 미국 사는 둘째 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고, 그 앞에서 차마 아팠다는 말을 못 하다 결국 '엄마, 나 아팠어.' 하며 눈물을 보였다. 신혼 때, 발이 아파 근처 큰 정형외과에 방문했는데, 의사는 초음파를 한참 살피더니, 오른쪽 발목까지 붕대를 친친 감았다. 엄마께 전화드리라는 최애씨의 말에 약국 의자에 앉아 '엄마, 나 붕대 감았어.' 하며 울었던 내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상태로 일주일을 출퇴근을 하다 차도가 없어 다른 병원에 방문해, 족저근막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간단한 발바닥 주사로 아픔은 사라졌다. -
집안 곳곳 아이들의 마음이 적혀있었다.
"엄마, 저 이제 진짜 달라질게요. 마지막으로 믿어보세요."
어제 들었던 말을 또 하는 아이, 방금 샤우팅 들은 오복이가 다시 한번 재생한다.
"엄마, 엄마는 다 예뻐요. 잘 때도, 화낼 때도, 밥 줄 때도, 안아줄 때도 다 사랑스러워요."
칭찬인 듯 아닌 듯 오팔이가 말한다.
예쁜 말을 하는 7살 형님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 서서 노래 부를 준비를 한다. 이내 부끄러워하는 오팔이는 갑자기 엎드려 한참을 소리 내어 웃는다.
"오팔아, 뭐 하고 있어?"
"'웃풀이' 해야 돼요."
화풀이처럼 웃풀이를 해서 웃음기를 다 빼야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녀의 웃풀이는 효과가 있었고, 솜사탕 같은 노랫소리로 엄마에게 만능 오팔이 약이 투여한다.
"나랑 우리 솔잎반, 열매반 친구들은 행운이 많고, 잘 살아요. 왜냐하면, 7살 lucky 숫자니까요."
"오팔아, 잘 사는 게 뭐야?"
"잘 사는 건, 엄마 말 잘 듣는 거예요. 나는 행복한 아이예요.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랑을 매일 주셔서요. 나는, 사랑투성이 오팔이에요."
덕분에 나 역시 사랑투성이가 된다.
삶에서 좋든 나쁘든 놀라운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무렇지 않은 매일에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과 건강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기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상에 오를 때까지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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