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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Mar 21. 2024

나는 사랑투성이에요

   눈앞이 무겁게 뱅글뱅글 돈다. 내딛는 발걸음의 방향은 내 마음과 다르게 왼쪽으로 향한다. 작은 원을 그리며 한 바퀴를 돌다 주저앉는다. 엄마가 웃기다고 깔깔 소리 내던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을 보이며 양팔을 꼭 잡는다. 에너지를 나눠주는 듯. 다음날 같은 일이 일어났고, 병원에 가야 함에 어지러움을 애써 이겨내며 겨우 샤워를 했다. - 꼭 해야 했다. 그대로 나가면 안 될 꼴이었다. - 구토를 하면서도, '엄마'가 아닌 회사 간 '오빠'를 소리 내 부르는데 더 이상 '엄마' 소리를 내지 않는 나의 나이 듦과 엄마가 서운해할까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비인후과. 접수하고 앉아 기다리는데 불안하다. 분명 아팠는데 증상이 사라졌다. 아이들만이 병원에 도착하면 아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 얼마 전, 오복이는 정형외과에 꼭 가야 한다고 했다. 최애씨가 제자리에서 점프와 여러 동작을 시켜봤는데 건강하다고 했다. 그래도 아프다니 데려갔다. X -ray를 찍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지만 티끌만 한 증상도 없는 아이 다리에 의사 선생님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 "사람들이 나를 꾀병이라고 생각했을까 봐, 속상해요." - 아이의 모습도 불현듯 떠오른다. 어쨌든, 이석증이란다. 앞으로 감기처럼 찾아올 테니 평소에 많이 걸어야 한단다.

  


@Unsplash


'아프지 말아야 오래 본다'라고 걱정스러운 말을 건네고, 최애씨는 엄마 건들지 말라는 카톡메시지를 오복이에게 남긴다. 시 다른 병이 아닌지 의사를 믿지 못하는 최애씨는 건강검진을 예약한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신 최애씨를 보니 내내 참아왔던 무서움과 두려움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씻지도 않은 최애씨를 안고 눈물만 흘린다. 히 잠들어 있던 오팔이는 벌떡 일어나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한다. 



커피 금지령이 내려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집안 곳곳 아이들의 마음이 적혀있다.

"엄마, 저 이제 진짜 달라질게요. 마지막으로 믿어보세요."

어제 들었던 말을 또 하는 아이, 오복이가 다시 한번 눈을 반짝이며 의지를 다진다.

"엄마, 엄마는 다 예뻐요. 잘 때도, 화낼 때도, 밥 줄 때도, 안아줄 때도 다 사랑스러워요."

칭찬인 듯 아닌 듯 오팔이가 말한다.

  예쁜 말을 하는 7살 형님은 갑자기 앞에 서더니 노래 부를 준비를 한다. 이내 부끄러워하는 오팔이, 갑자기 엎드려 한참을 소리 내어 웃는다.

"오팔아, 뭐 하고 있어?"

"'웃풀이' 해야 돼요."

화풀이처럼 웃풀이를 해서 웃음기를 다 빼야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웃풀이는 효과가 있었고, 솜사탕 같은 소리를 뽐내기 시작한다.  녀는 나의 티 비타민이다.


"나랑 우리 솔잎반, 열매반 친구들은 행운이 많고, 잘 살아요. 왜냐하면, 7살 lucky 숫자니까요."

"오팔아, 잘 사는 게 뭐야?"

"잘 사는 건, 엄마 말 잘 듣는 거예요. 나는 행복한 아이예요.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랑을 매일 주셔서요. 나는, 사랑투성이 오팔이에요."



삶에서 좋든 나쁘든 놀라운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무렇지 않은 매일에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과 건강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기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상에 오를 때까지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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