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학식으로 초등부모로 데뷔한 지 3년 차. 경력은 쌓여가지만 아이도 나도 변함없이 올해는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궁금하다. 오복이는 혹여라도 늦게 일어날까 - 엄마가 푹 잠들어 있을까 걱정이다. - 긴장했는지 새벽에 바로 눕혀주려고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벌떡 일어나는 아이는 아빠의 출근 준비도 지켜봤다.
7시 30분 오복이와 동시에 일어나 거실에 눕는다. 그리고 BGM을 깔아본다.
'영화보다 더 웅장한 클래식 모음'
아이는 책을 읽다가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고 문을 나선다.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야? 한 번 안고 가자. 우리 오복이에게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거야."
"엄마, 걱정 마요. 잘하고 올게요. adiós!"
30분을 일찍 나가며 5분 거리의 학교를 향해 왜 달려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뒷모습에는 활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2024 3월 아이들의 꿈 _ 아티스트와 & 가수
전날 저녁 미리 옷을 준비한 갈대 같은 여자 오팔이는 다른 옷을 고르느라 한참 시간을 보낸다. 형님반의 시작을 엄마와 함께해서 즐거운 것인지 끝나고 친구와 점심을 먹어서 좋은 것인지 싱글벙글 미소는 그녀의 얼굴을 떠날 생각이 없다. 9시에 모든 준비를 마친 오팔이는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개학날의 유치원을 기다리기 힘들다. 엄마의 패션을 확인하고 브로치를 추천하고 사람 많으면 튀어나오는 마른기침을 걱정하며 마스크도 추천한다.
"엄마 점심 뭐 먹고 싶어요? 제가 사줄게요."
- 지난 주말, 본인의 6살 꽃잎반 활동지 중 몇 장을 엄선하여 미니 피아노 위에 나름 체계적으로 진열하고 판매를 했다. 영상통화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온라인 판매까지 한 그녀는 완판을 시켰고,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
말만 잘하면, 만원에서 500원으로 (많이) 깎아주기도 했다.
오팔이는 특히 올해의 유치원 생활을 기대했다. 교실 구성이 초등학교처럼 되어있고, 선생님도 처음 오시고,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어 지낼 생각에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방 문 앞에 가방과 겉옷을 벗어던진 흔적을 남기고, 친구와 놀러 나가 한참을 소식이 없던 오복이의 뜀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린다. 흥분해서 돌아온 아이의 쏟아내는 폭포수 같은 말들을 우산을 펼쳐 막아본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지킬 게 많이 생겼어요."
안경집을 책상 위에 두지 않고, 점심은 다 먹어야 하는 등 새로운 담임 선생님만의 룰을 아이는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엄마, 내일 저보다 오 분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 준비해 주세요. 만둣국이 좋을 것 같아요."
점심을 남기지 말아야 함에 미리 대비하나 보다.
"아침 든든히 먹고, 못 먹을 급식 반찬은 조금 뜨려고?"
"어떻게 알았어요? 엄마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요."
"네가 스트레스받지 않길 바랄 뿐이야. 친구나, 학교 생활이나."
더 말하고 싶었지만, 혀를 붙들어 매고 더 이상의 말들은 덧붙이지 않았다.
각자의 그들의 인생이나 감정에서 나는 외부인 일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그들의 심장 가까이에서 도울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이 알아서 살 궁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고마웠다. 간혹, 이상한 서운함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이의 작아진 옷이나, 더 이상 아이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쓸쓸한 장난감을 볼 때의 기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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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환경을 만나며 마음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온갖 상황을 상상하는 나로서는 바르게 커가는, - 커가길 기도한다 - 아이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육아의 삶에서 분명한 건, 아이들 덕분에 삶은 변화했고, 그들을 통해 또 다른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내 삶은 더 풍요롭고 충만해졌다는 것이다.
시작하는 하루는 똑같지만 또 다른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기다릴 것이다. 말을 줄이고, 그들을 믿고, 사랑과 기다림으로 보답하겠다고 굳게 다짐해 본다.- 뒷목 미리 잡고, 펜잘을 쥐고 있을 테지만 -
그리고 옛날에 사랑했던 아기들만큼 여전히, 아니, 더 많이, - 오팔이가 요새 밀고 있는 숫자 단위 - '해' 보다 더 눈앞의 소년과 소녀를 사랑한다.